삭막했던 아파트촌, 마을 만들기로 웃음꽃 피다
삭막했던 아파트촌, 마을 만들기로 웃음꽃 피다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4.08.12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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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마을공동체협력지원센터를 찾아서

현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삭막한 아파트촌이 늘고 있다. 신아파트촌은 물론이고 전통마을까지 아파트촌이 밀려들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주민 사이의 단절의 벽을 허물어주는 ‘마을 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이런 마을 만들기 사업은 내가 살고 있는 곳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이 모여 이뤄지고 있는게 특징이다. 내 집 앞 행정력이 미치기 어려운 취약지를 찾아 주민들이 직접 소통의 공간, 녹지공간, 문화공간을 기획하고 마을의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남구 총 16개동 크고작은 주민활동 있어

주민들은 마을의 숨어있는 역사와 보물을 찾아내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참여원칙, 민주적인 자치원칙으로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어 가고 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남구청 안으로 임시 이전한 광주 남구 마을공동체협력센터를 찾았다. 협력센터는 신축 중이다. 1년여 전 방문했지만 낯익은 직원들이 그대로 있었다. 이들은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안부를 먼저 물었다.

현재 남구는 총 16개 동에서 크고 작은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민문식 센터장은 지난 2년과 비교해 주목할 만한 큰 변화가 생겼나고 있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남구가 마을 만들기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시작된 것은 지난 2008년에 제정한 ‘광주광역시 남구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이후부터다.

민문식 센터장은 “전에는 몇몇 주민들이 간단히 사업아이템을 고민해 사업비가 내려오면 업체에 제작을 의뢰해 시설을 만드는 등 행정이 해야 할 일을 환경개선 차원에서 자치위원회의 1~2회 회의를 거쳤을 뿐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며 “그런데 최근에는 이를 탈피해 주민들이 ‘마을 워크숍’을 통해 참여형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고, 조금은 질적인 부분이 떨어지더라도 마을 주민들이 직접 고민하고 학습하는 과정에서 마을에 진짜로 필요한 부분을 채워 넣고 있다”고 설명한다.

환경개선 수준 넘어서 주민과 함께 소통

마을 만들기는 단순히 시설개선이나 환경개선 차원이 아니다. 우리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스스로 토론을 통해 직접 계획하고 실천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민 센터장은 특히 남구에서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이 ‘마을 워크숍’이라고 한다. 그는 “마을을 어떻게 만드는지 답답해하시며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우선 마을 주민들끼리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설명하는 ‘마을 워크숍’을 추천한다”며 “바로 주민들끼리 모여 토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이 마을 워크숍이다”고 말한다.

그렇게 남구마을공동체협력센터는 지난 2012년 설치돼 마을 만들기 사업과 일자리 창출을 연계해 마을기업, 마을 밀착형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을 키워내 사회적 경제 생태계가 튼실하도록 씨앗을 뿌리는 일부터 시작하고 있다.

한편 마을 만들기 사업은 거주하고 있는 세대들의 연령대, 경제 소득수준에 따라 다른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먼저 서민들이 많이 살고,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골목이 많은 곳은 주로 관변 조직 활동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한다.

반대로 젊고, 아파트가 많아 중산층 이상의 마을은 주민 스스로 만든 협동조합이나 독서모임 등 자생적 조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남구의 대부분은 전자에 속하는 쪽이 많다는 평가다. 민 센터장은 “남구는 다른 자생단체가 적은 편이기 때문에 자치위원회가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하지만 마을 만들기를 통해 자치위원회의 역량이나 관점을 바꿔주면서 건강한 시민 참여 의식을 이끌어내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고 한다.

그중 월산4동, 송화마을, 입암마을, 대촌동 등이 활발하게 낙후된 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주민 스스로 삶에 필요한 생활문제를 해결해가고 있다.

현재 월산 4동 주민들은 수박등 마을 이야기를 마을 벽화로 담고, ‘월산 4동에 살다’ 마을 잡지를 발해하는 등 마을 카페, 마을 박물관을 추진해 마을의 소소한 삶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삭막한 노대동 아파트촌, 웃음꽃 피다

남구에서 독보적으로 활발한 마을공동체 사업을 펼치고 있는 곳은 노대동이다. 지난 2009년부터 노대동에 아파트촌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이 갑자기 1만 명 이상으로 늘어 ‘소통이 없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이후 삭막했던 아파트촌이었던 노대동에 사는 주민들은 스스로 어린이 공부방을 만들어내고 물빛근린공원 일대에서 음악회를 개최하고 마을 축제, 마을 신문을 제작하는 등 사람 냄새나는 훈훈한 동네로 바꾸고 있다.

이외에도 조선 말기부터 진다리붓을 제작했던 곳으로 유명했던 백운2동, 봉선시장과 노들마을 등 안심마을 만들기를 펼치고 있는 봉선1동, 광주MBC 일대 낙후한 환경 개선을 위해 ‘달뫼마을’ 창조마을 만들기의 월산동, 까치고개로 까치마을 유래가 있는 백운1동, 뽕뽕다리로 유명한 방림1동, 효천역 역세권 개발지역으로 농촌지역인 송암동, 근대문화의 산실 양림동 등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마을 디자이너로 활동해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 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 마을에 꼭 필요한 것들을 찾기 위해 주민 스스로 토론을 통해 커뮤니티공간을 만들기도 하고, 버려진 공간을 재활용하는 등 담장 없는 마을 꿈꾸며 천천히 한발씩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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