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온의 김죽파류 인생
성심온의 김죽파류 인생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4.07.08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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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줄 가야금에 온 인생 실어 우리 음악 전수
김죽파류 가야금산조 전파에 여생 열정 쏟을 터
과거 음악 아닌 내일의 음악이 되는 데 노력

우리에게 유물처럼 느껴졌던 전통예술들이 되살아난다. 서양음악에 밀려 제자리 찾기도 어려웠던 판소리, 가야금, 사물놀이 등이 새롭게 각광을 받으며 다양한 음악현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전통음악이라고 하면 우리는 그저 따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음악의 재해석, 때론 전통악기의 연주기법의 변화 그리고 서양음악과의 협연 등 그 연주모습들이 고리타분하다는 인상을 지워버리곤 한다.

어떤 음악이든 자주 접하고 자주 들으면 귀에 익숙해지고 자연스레 감정을 북돋우곤 한다. 예를 들면 가야금 현을 뜯는 소리가 가슴 깊숙한 곳을 흔든다. 아마도 한번쯤 보름달 달빛이 어우러진 정자에 앉아 그 소리를 듣고 싶은 때가 있었을 게다.

가야금은 한국의 전통 현악기다. 오동나무 통에 명주실로 된 열두 줄을 매어 손가락으로 뜯는 악기이다. 거문고의 소리가 꿋꿋하고 아정한 데 비하여 가야금 소리는 부드럽고 감정적인 느낌을 준다. 요즘 들어 일반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는 악기 중의 하나에 속한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가끔 보던 그 장면을 경험하고 싶은 탓일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가야금은 물론 판소리나 아쟁 등 쉽게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지만 광주문화예술회관이나 전통문화관에서 한번쯤 들을 때면 우리 가슴 깊숙이 소리로 전달된다.
김죽파류 음악 실제 가깝게 재현

광주에서 평생 가야금(伽倻琴)과 함께 살며 제자를 길러낸 성심온 전남대 국악과 교수가 대학에서 후학을 길러내던 가야금 인생을 끝내고 이제 자유로운 가야금 세계로 돌아간다. 지난 5월 14일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는 성 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하는 빛고을무등가야금연주단의 헌정연주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날 출연한 제자들만 해도 30여명에 달했다. 이날 연주회는 더욱 뜻 깊은 자리였다. 성 교수가 평생 연구하고 연주해온 김죽파류 가야금산조 음반을 발매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김죽파류 가야금산조 채보 악보집도 발간했다. 이전에도 김죽파류 가야금산조의 보급을 위해 가야금주법과 실습(1987), 가야금주법의 이해(2000) 등도 출간한 바 있다.

성 교수는 “그동안 김죽파류 가야금산조 악보집이 여러 권 나왔지만 저는 이 악보집에서 가야금산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조명하는 데 역점을 뒀다”면서 “이번 악보집에 기록된 가락은 기존 악보에 비해 최대한 실음에 가깝게 상세하게 담았다”고 말했다.

이 악보집은 1985년 9월 김죽파 선생이 일본에서 공연할 때 녹음한 원본을 바탕으로 채보한 악보라는 것이다. 산조는 워낙 즉흥성이 강한 음악이고 연주자마다 세밀한 시김새 표현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김죽파 선생도 자신이 즉흥적인 연주를 많이 했고 시김새가 다양했기 때문에 악보에 담는 일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성 교수는 세밀한 시김새는 일일이 악보로 표기하기 어렵기 때문에 각종 부호로 표기한 악보가 대부분이어서 초보자들이 이를 배우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성 교수는 이번 악보집에서 연음표, 전성, 퇴성 등의 부호로 표시되는 세밀한 부분을 악보로 만들어내는 데 힘을 기울였고 최대한 실제 음과 가깝도록 재현했다는 것이다.

빛고을무등가야금연주단 발전 지원 나설 터

김죽파(金竹波, 1911~1989)는 대한민국의 가야금 산조 명인이다. 전남 영암에서 태어났다. 김창조의 가락에 새 가락을 짜 넣어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를 구성하였다. 성 교수는 이 김죽파류 가야금산조의 결정체를 모아 그 연주회를 제자들과 함께 하며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성 교수를 만나기 위해 전남대 연구실로 찾아갔다. 그는 이번 1학기를 마지막으로 정년퇴임을 하기 때문에 한 제자와 함께 그동안 쌓아놓은 자료를 분류하고 짐 정리에 분주해보였다. “자리가 어지럽지만 일단 들어오세요.”

전화로 인터뷰를 약속할 때도 같은 말을 했지만 사실 그리 어수선해보이지도 않았다. 성 교수가 기자를 배려해주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연구실 벽에는 수많은 악보와 CD나 DVD가 빼곡하게 가득 차 있었다. 그의 열정을 보여주는 얼굴과 도같다. 지난 회갑연 연주회 때는 자신이 첫 시간강사로 강의했을 때의 전남대 제자가 리플렛에 글을 썼다며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계획인가요라고 묻자 성 교수는 더 이상 제자를 두기보다는 그동안 길러낸 수많은 제자들, 특히 그 제자들로 구성된 빛고을무등가야금연주단과 함께 보다 좋은 음악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밖에서 또 제자를 길러낸다면 그동안 자신에게 배웠던 제자들에게 폐가 될 것 같아 더 이상 가르치는 일은 그만 두고 그들과 함께 열심히 공연하겠다고 했다.

성 교수는 가야금산조의 전통적인 교육방법과 현대적인 재창조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소망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가야금산보뿐만 아니라 우리 전통음악이 단순히 ‘과거’의 음악이 아니라 ‘내일’의 새로운 음악문화를 창조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비쳤다.

가야금산조, 서양음악에서 관심 갖도록

그리고 35년 동안 전남대에서 가야금을 강의해온 성 교수는 남은 생애 동안 죽파․금(琴)연구회를 통해 김죽파류 산조를 확대 보급하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김죽파류 가야금산조의 보급과 악보집을 통해 가야금산조에 대한 실제 지식이 부족한 작곡가나 서양음악가들이 가야금 산조를 재현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데 큰 꿈을 갖고 있다고 했다.

성 교수는 1949년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 음악대학 국악과와 동 대학원에서 가야금을 전공하였다.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였고 1980년 전남대 강사, 1982년 전남대 국악과 교수로 본격적인 후학 양성에 나섰다.

가야금 연주자로서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광주교향악단 등과 수차례 협연을 했다. 또한 미국 뉴욕 카네기홀, 독일, 중국, 영국, 캐나다, 타이완, 싱가포르, 베트남, 몽골, 호주 등 국내외에서 24회의 개인 독주회와 180여회의 다양한 연주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가야금의 국제적 보급을 위하여 영문서적인 『Korean Gayageum Zither: A Practical Guide』(민속원, 2009)를 출간했다. 또한 성심온의 풍류여행(예술기획 탑) 등의 음반을 출간하기도 했다. 2008년 광주시 문화예술상(임방울국악상), 2009년 대통령표창을 받았고, 2011년 광주시 문화예술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의 이수자이고, 빛고을무등가야금연주단 예술감독, 전라남도 문화재위원, 아시아금교류회 이사,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운영위원, 전남문화예술재단 운영위원, 전남도립국악관현악단 자문위원, 죽파 琴 연구회 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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