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의 조문 행렬을 보며
분향소의 조문 행렬을 보며
  • 문틈/시인,시민기자
  • 승인 2014.05.0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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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분향소가 차려지고 곳곳마다 수천명씩 조문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그 모습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자기 가족도 아니고, 아는 친지도 아닌데 일반 백성들이 세월호의 침몰로 죽어간 혼령들을 위해 분향하고 슬퍼하는 모습이 내 가슴을 친다.
분향소는 전국 곳곳에서 설치되고 너나할 것 없이 분향소를 찾아 영정 앞에 향을 피운다. 참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다. 참극을 겪은 국민들로서 그 슬픔을 남의 것으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비극을 애도하며 슬픔에 동참하여 살아 있는 자의 죄스러움을 고백하는 이 모습에서, 참으로 거룩한 우리 국민의 성정을 본다.
고 김대중 대통령은 자주 “이렇게도 착한 국민과 함께 정치를 못한다면 말이 안된다.”고 늘 정치인들을 탓했다. 정말 착한 국민이라는 말 말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누가 나오라는 것도 아니고, 가자는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분향소를 찾아 애도를 표하는 저 눈시울이 붉은 착하디 착한 국민의 눈을 보라. 누가 이런 국민을 상대로 핍박을 하고 권력을 휘두르고 기득권을 자랑한단 말인가. 이 분향소를 찾는 발길 앞에 나와서 어디 한번 말해보라.
고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중 그렇게도 ‘지배계층’을 바꾸고 싶어했다. 하지만 플라스크의 물을 흔들어보았지만 결국 아래 흙탕물은 윗물과 섞어졌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오고 말았다. 이번 기회에 고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지배계층’은 엄숙히 깨달을 일이다. 이런 국민을 상대로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고, 무시하고, 짓밟을 수가 있겠는가.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안전처를 세운다, 어쩐다 하는 것도 고려해볼 일이지만 그동안 지난 수십 년 동안 한번 기득권층이면 철밥통이 되어 대대로 이어받는 신분제 세습과도 같은 악습을 과감히 도려내 줄 것읕 희망한다. 뭐, 행정고시나 사법고시에 한번 합격하면, 한번 고위관료가 되면 굴러져도 엎어져도 고위직을 전전하면서 누릴 것읕 다 누리며 산다. 요즘 신문 말대로 ‘관피아’의 줄을 타고 호의호식하며 사는 이 후진적인 시스템을 과감히 깨부숴줄 것을 희망한다.
이 나라에 무슨 고시를 패스하지 않으면, 무슨 장관 한 번 하지 않으면, 국회의원 한 번 하지 않으면 맨날 짓밟혀 살아야 하는 탓에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고, 백성의 원성은 오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분향소의 조문 행렬이 특히 비명에 간 어린 혼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충정의 마음에서라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 미증유의 슬픔이 한때의 참사로 끝내지 않으려면 박근혜 대통령은 조문 행렬에서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낙하산, 관피아, 철밥통, 고시출신으로 이 나라의 상층부를 형성했던 지난 날의 적폐를 이번 기회에 대 ‘문화혁명’을 통해서 환골탈태할 것을 요망한다.
지금 국민은 세월호 참사로 어떤 희생양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국가 안전 시스템의 선진화, 국가 상층부의 일대 개혁을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 각층에서도 마땅히 앞장서서 우리의 잘못을 되짚어 일대 혁신을 해야 조문 행렬이 보여주는 원망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의 참사에서 우리 국민 각자도 한 여성 선원이 했다는 “너희들읕 구하고 난 나중에 나갈게.”하는 마지막 말에서, 세월호에서 구조된 단원고 교감 선생님이 책임을 통감하고 산으로 가서 자진한 그 가슴을 치는 모습에서 무엇인가를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우선 그 일을 정부가 앞장 서서 해주었으면 한다. 오랜동안 누려왔던 ‘그들만의 세상’을 과감히 해체하라. 역대 정부가 하지 못했던 일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국민은 무서우리만치 조용한 침묵 속에서 그것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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