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공동체, 다시 서는 길은 ‘마을 만들기’다
농촌 공동체, 다시 서는 길은 ‘마을 만들기’다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4.04.24 0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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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 광주지사 지역 신문 기자 교육
홍성, 서천 ‘잘사는 마을의 성공전략’ 현장탐방

최근 귀촌, 귀농하는 가구들이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농촌 생활에 필요한 요소들을 주민 스스로 만들어내는 성공적인 마을 만들기 사례가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광주지사는 지난 18일~19일 전국의 지역신문기자 20여명과 함께 충남 홍성군, 서천군을 찾아 농촌 마을 만들기 현장을 탐방했다.

일행들은 광주에서 출발해 2시간 반이 지나 홍성군 홍동면에 도착했다. 현장 탐방 첫날은 비가 온 뒤 맑게 갠 날씨로 버스에서 내리자 시골 특유의 거름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지역공동체 시작은 교육공동체부터

홍성군 홍동면의 마을 만들기의 역사는 1950년대부터 시작되어 90년대 유기농업, 오리농법으로 잘 알려진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조류독감으로 인해 아쉽게도 오리농법을 대신해 우렁이 농법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제일 먼저 지역 홍보관인 더불어 사는 마을 ‘지역센터 마을활력소’를 방문했다. 이곳은 지난 2010년 세워져 공익적인 주민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며, 마을주민에게 개방된 회의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마을활력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동근씨에게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동근씨는 “지역 공동체의 시작은 교육공동체로부터 시작한다. 홍동면은 50년대 풀무학교 개교를 시작으로 대학과정과 비슷한 풀무학교 전공부까지 마을의 일꾼을 양성하고 있다”며 “현재는 마을 내에서 치료를 받을 곳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의료 조합을 준비중에 있고, 마을활력소는 그 조직을 준비하는 설립 주체들이 사무공간으로 이용하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홍동면은 귀촌한 젊은 인력들이 농촌 마을의 더 큰 그림을 그려가고 있었다. 갓골 목공실, 풀무학교 생협, 느티나무 헌책방, 동네 출판사 그물코, 밝맑 도서관, 갓골 어린이집, 동네 마실방 뜰 등 마을 주민들은 국가나 관이 해줄 수 없는 것들을 스스로 찾아내고 농업과 함께 교육에서 문화까지 마을에 필요한 것들을 채워가고 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지역 가이드 ‘마실이’의 안내에 따라 현장탐방이 시작됐다. 따뜻한 4월이지만 해가 중천에 떠있는 낮 시간대가 되자 겉옷을 벗게 할 정도의 후끈한 열기가 올라왔다.

현재 홍동면은 지역을 알아가는 ‘마실이 학교’를 운영하고 있어 귀농, 귀촌자 및 외부 방문객이 이해하기 쉽도록 지역 안내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마실이를 따라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풀무학교였다.

이곳은 2년제 비인가 마을대학으로 농업과 인문정신을 배우며 마을일꾼을 양성하는 곳이다. 마실이는 “일만하면 소가 되고, 공부만 하면 도깨비가 된다고 하여 소깨비한마당을 열기도 하고, 실제로 이 학교는 오전에는 인문 교양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농사실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촌 주민 필요에 의한 마을만들기 사업

풀무학교의 진정한 교육은 지역일꾼을 길러내는 것으로 지역 속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쌀 한 톨의 무게, 세월의 무게, 농부의 무게를 깨닫게 해주고 있다.

이후 일행들은 마실이와 함께 풀무학교전공부와 가까이 있는 ‘갓골 목공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2007년에 설립된 이곳은 귀농, 귀촌한 남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라고 한다.

갓골 목공실은 목공에 관심 있는 지역민들을 위해 목공교실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역에 필요한 가구, 책상 등을 주문, 제작하고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홍동면에 있는 나무로 된 가구들은 이곳에서 자체 제작된 것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방문하는 장소마다 비슷한 가구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풀무학교 생협으로 이동했다. 1977년 풀무식가공조합으로 시작한 풀무학교 생협은 지역 유기농산물을 이용하여 만든 다양한 가공품을 판매한다. 믿음직한 먹을거리를 이웃 식구들과 함께 나눈다는 것이다.

일행들은 생협 앞 작은 쉼터에 앉아 마실이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농촌이라서 아이들이 연필을 하나를 사려고 해도 1시간이나 걸리고, 시골에서 빵을 먹는다는 것은 상당히 힘들기 때문에 주민들이 이용하는 가까운 곳에 생협을 만들기로 했다”며 “유기농업을 하기 위해서는 순환농업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는데 풀무학교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생협은 지역 농산물로 만든 빵이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협에 들어서자 다양한 지역 가공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생협 물품 중에 평촌 요구르트가 가장 인기가 있다는 말에 몇몇 일행들은 요구르트를 직접 구입해 시음하기도 했다.

또한 도시에서는 쉽게 먹을 수 있지만 시골에서 사먹기 어려운 초코머핀, 딸기쉬폰, 식빵 등 밀로 만든 갓 구운 빵이 판매되고 있어 한가득 사가는 사람도 종종 눈에 띠었다.

홍동면만의 문화로 마을 만들기

생협을 나와 오른편에는 생태원예조합 ‘가꿈’과 논생태학교 ‘논배미’가 있었다. 가꿈은 2003년 풀무전공부가 원예수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건강한 일자리 만들기, 묘목 조사, 모종판매 등을 하고 있다.

어린 자녀들이 농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논배미는 다양한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논식물 채집 및 관찰 활동을 한다. 또한 논과 밭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마을에서 농사를 하고 있는 학부모가 직접 교사가 되기도 하고, 논생태 교육에 있어 가장 잘 알고 있는 주민 교사를 양성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쉼터에서 짧은 휴식을 뒤로 하고 일행들은 다시 동네출판사 그물코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물코는 지역의 소식지, 회보, 협동조합에 관련된 책까지 출판하고 있고, 단순하게는 마을 사람들의 명함까지 제작해준다고 한다.

마실이는 “그물코는 더 크게, 더 빨리, 더 많이가 아닌 규모와 분수에 맞는 출판을 지향하면서 ‘느티나무헌책방’까지 운영하고 있어 농촌 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책을 사 읽을 수 있다”며 “책값은 지역화폐(마을돈) ‘잎’으로도 지불할 수 있어 작은 통에 책 금액을 넣고 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느티나무 헌책방 한켠 1평 남짓한 곳에 풀무전공부 박혜정씨의 작은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주민들과 함께 농촌 마을에서 지내왔던 과정들을 카메라에 담아 책방을 들린 방문객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 중이었다.

이후 풀무학교 개교 50주년으로 건립된 밝맑도서관, 미취학 아동들이 다니고 있는 갓골 어린이집, 홍성여성농업인센터, 로컬푸드직매장, 협동조합 젊은협업농장, 동네마실 뜰 등을 방문하면서 빽빽한 일정을 소화했다.

달고개 모시마을, 전통테마마을로 거듭나

날이 저물어가자 일행들은 외부 방문객들에게 숙소로 제공되고 있는 문당환경농업마을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일정을 위해 다시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로 한 시간 반가량 이동한 후 도착한 곳은 서천군 달고개 모시마을이었다.

양만규 모시마을추진위원장이 반갑게 일행을 맞이했다. 서천군이 10여 년 전부터 마을 만들기를 시작하면서 ‘어메이징(Amazing) 서천’을 전략목표로 세우고, 어메니티 (Amenity) 마을을 선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서천군에 위치한 달고개 모시마을은 우리나라 최초의 옷감인 한산세모시의 전통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현재 달고개 모시마을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여인들은 지금까지도 베틀에 모시를 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후 지난 2004년 달고개 모시마을은 남다른 노력 끝에 최우수 어메니티 마을로 선정, 다양한 농촌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양 위원장은 “마을 주민들이 서로 ‘사랑합니다’ 구호를 외치면서 사랑과 정이 넘치는 마을 컨셉으로 이어가고 있다”며 “특유의 농촌 공동체의식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자연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농촌체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마무리 일정을 끝으로 일행들은 1박 2일 동안 둘러본 홍성군 홍동면, 서천군 달고개모시마을 마을 만들기 사례를 꼼꼼히 기록하며, 각 지역에 맞는 대안책을 모색해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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