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조기' 부세, 금값 되다
'무늬만 조기' 부세, 금값 되다
  • 박재완 시민기자
  • 승인 2014.02.0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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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수협공판장에서 부세 마리당 가격 80만원
▲ 짝퉁조기라 취급받던 부세가 황금값이 되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 설 명절을 앞두고 제주도의 수협 공판장에서 조기와 모양이 비슷한 부세 1상자(10마리)가 800만원에 낙찰됐다. 부세 마리당 가격이 무려 80만원인 셈이다. 조기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흔히 싸구려 취급받는 대표적인 물고기가 부세다.
하지만 부세는 ‘짝퉁 조기’가 아니라 실제 조기의 한 종류다. 조기나 부세 모두 농어목 민어과에 속하며 민어의 사촌들인데 참조기를 비롯해 보구치(백조기)와 흑조기, 수조기(고이치), 부세, 황강달이, 눈강달이, 민태, 민어, 꼬마민어 등이 있다. 조금씩 모양이 차이가 나지만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단박에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서로 닮았다.
부세(Fusei)는 일본 명칭이며, 영어로는 ‘라지 옐로우 크로커’(Large Yellow croaker)다. 입술이 불그스름한 참조기(Redlip Yellow croaker)보다 크기가 더 커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 서남해와 동남중국해에서 서식한다. 국립수산진흥원의 ‘한국연근해 유용어류도감’에 따르면 부세는 겨울철 제주도 남부 해역에서 월동한다.
낚시꾼들의 말에 따르면, 조기와 부세의 구별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성체를 비교하면 부세가 훨씬 크고, 입 모양에서도 차이가 난다. 조기의 입은 약간 굴곡진 데 비해 부세는 둥그스름하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머리에서 꼬리로 이어지는 몸 옆줄이 부세는 한 줄, 참조기는 두 줄로 보인다는 점이다. 등지느러미가 두어 개 더 많은 것으로 참조기를 구별하기도 한다.
중국, 일본에서 부세는 미각적으로 참조기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무늬만 조기’로 하찮게 여겨 신세가 말이 아니었다. 때를 만나 진가를 발휘하니 어생(魚生) 역전인 셈이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 지킨다고 값비싼 민어나 조기 대신에 설 차례 상에 오르는 부세를 맛없다고 더 이상 타박할 일은 아닐 성싶다.
물고기를 뜻하는 고기 '어'자와 '부유'하다고 할 때 '유'자가 중국어로 발음이 같은데다, 몸 색깔까지 황금처럼 노란 부세는 '받는 사람에게 부자가 되라'는 의미가 있어 중국은 춘절선물로는 최고로 친다고 하여 이런 파동이 낫다고 한다.
중국 상인들이 사들인 부세를 급속 냉동한 뒤 중국으로 보내고 있으며 현지에서 요리된 부세에 금가루를 얹어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협 관계자는 "중국 상인에게 '왜 이렇게 높은 가격에 부세를 구입하느냐'고 물어도 '단순히 튀김이나 조림 등의 음식을 만들어 먹기 위해 산다'고 말할 뿐"이라며 "부세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황금색을 띠고 있어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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