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에 지도자가 있나?
요즘 정치에 지도자가 있나?
  • 이상수 전 호남대 교수/시민기자
  • 승인 2014.01.1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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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전 호남대교수
요즘 사회의 갈등이 고조된 느낌이다. 권력의 중심부에 있는 정치인들도 모두 한통속인 모양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사불란하게 보인다. 그들에겐 지혜가 있는가 의심스럽다.

아이젠하워 장군이 세계 제2차대전시 그가 유럽 전선에서 연합군 최고사령관으로 있을 때 이야기이다. 그가 사무실을 나와 수행하는 참모와 부관을 데리고 층층대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 때 한 병사가 담배를 물고 올라오면서 장군에게 “헤이 라이터, 담배 불 좀 주게” 하였다. 병사의 무례함을 괘씸하게 생각하며 얼굴을 찡그리는 참모를 돌아보며 인자한 모습으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주었다.

그 병사는 아무래도 이상해서 담배를 물고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 사람이 바로 대장 계급장을 단 자기 사령관 아이젠하워가 아닌가! 기절을 할 뻔했다. 철이 없는 병사가 담배를 물고 사라진 후, 장군은 수행하는 참모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봐, 위에서 내려가는 나는 저 병사의 계급장이 보이지만 밑에서 올라오는 저 병사는 내 계급장이 보이질 않는다네.” 하면서 태연히 계단을 내려갔다. 친근하고 소박하며 너그러운 성품은 공동의 목표를 향해 폭 넓은 사고로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아이젠하워의 그런 성품을 안 미 육군 마샬(Marshall) 장군이 그를 유럽연합군 사령관에 추천하여 큰 공을 세우게 하였고, 그는 미국의 34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관도대전 후 조조는 원소의 서적과 문서, 서신을 노획했는데 그 안에 자신의 부하가 원소에게 보낸 서신도 있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이것은 적과 내통한 증거이고 배신의 증거였기 때문에 이 서신을 일일이 다 확인해 보고 배신자들을 색출해 처단했을 테지만 조조는 그렇지 않았다.

조조는 서신을 열어보지도 않은 채 전부 다 태우라고 명령했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한 것이다. 당시 부하들이 왜 중요한 증거를 태워버렸냐고 묻자 조조는 말한다. “됐소! 사실 원소와 싸울 때 난 약체였소. 원소가 나보다 군사력이 뛰어났잖소. 사실 그때 나조차 믿음이 흔들렸소. 나 역시 승리할 자신이 없었거늘 부하들은 어땠겠소? 그들을 나무랄 수 없소.”

그는 당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알았기에 현명하게 처신했다. 그런 상황에서 몰래 원소와 내통한 자는 한두 명이 아닐게 너무나도 분명했다. 수백 명이 될 수도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을 다 처단할 순 없었다. 그러니 다 처단하지 않는 게 나았다.

처단하지 않을 바엔 증거조차 없애버리겠다. "너희 앞에서 서신을 뜯어보지도 않았으니 누가 원소와 내통했는지 모른다. 이제 증거를 태웠으니 다들 걱정하지 마라. 앞으로 내게 충성한다면 예전 일을 덮어주마." 완벽하게 선심을 쓴 것이다.

조조는 복잡미묘한 정치투쟁 중에는 때로는 모른채 해야 한다는 이치를 알았다. 그래야 관용을 베풀 수 있다. 관용을 베풀어야 인심을 얻을 수 있고, 인심을 얻어야 천하를 얻을 수 있었다.

조조나 아이젠하워의 친근하고 소박하며 너그러운 성품은 포용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지도자은 때로는 귀머거리와 벙어리가 되어야 존경받을 수 있단 말도 있다. 때로는 알면서도 모른채 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능력,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거시적 안목에서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

작은 일에 작은 일에 매몰되면 큰 일을 놓칠 수 있다. 조조나 아이젠하워처럼 친화력이 있어야 한다. 화를 내지 않고 진지하게 남의 말을 듣는 성숙함, 자기보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조화력, 생활 속에서는 부하에게 질 줄도 아는 포용력, 지도자들에겐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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