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의 갈등이 고조된 느낌이다. 권력의 중심부에 있는 정치인들도 모두 한통속인 모양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사불란하게 보인다. 그들에겐 지혜가 있는가 의심스럽다.
아이젠하워 장군이 세계 제2차대전시 그가 유럽 전선에서 연합군 최고사령관으로 있을 때 이야기이다. 그가 사무실을 나와 수행하는 참모와 부관을 데리고 층층대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 때 한 병사가 담배를 물고 올라오면서 장군에게 “헤이 라이터, 담배 불 좀 주게” 하였다. 병사의 무례함을 괘씸하게 생각하며 얼굴을 찡그리는 참모를 돌아보며 인자한 모습으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주었다.
그 병사는 아무래도 이상해서 담배를 물고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 사람이 바로 대장 계급장을 단 자기 사령관 아이젠하워가 아닌가! 기절을 할 뻔했다. 철이 없는 병사가 담배를 물고 사라진 후, 장군은 수행하는 참모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봐, 위에서 내려가는 나는 저 병사의 계급장이 보이지만 밑에서 올라오는 저 병사는 내 계급장이 보이질 않는다네.” 하면서 태연히 계단을 내려갔다. 친근하고 소박하며 너그러운 성품은 공동의 목표를 향해 폭 넓은 사고로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아이젠하워의 그런 성품을 안 미 육군 마샬(Marshall) 장군이 그를 유럽연합군 사령관에 추천하여 큰 공을 세우게 하였고, 그는 미국의 34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관도대전 후 조조는 원소의 서적과 문서, 서신을 노획했는데 그 안에 자신의 부하가 원소에게 보낸 서신도 있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이것은 적과 내통한 증거이고 배신의 증거였기 때문에 이 서신을 일일이 다 확인해 보고 배신자들을 색출해 처단했을 테지만 조조는 그렇지 않았다.
조조는 서신을 열어보지도 않은 채 전부 다 태우라고 명령했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한 것이다. 당시 부하들이 왜 중요한 증거를 태워버렸냐고 묻자 조조는 말한다. “됐소! 사실 원소와 싸울 때 난 약체였소. 원소가 나보다 군사력이 뛰어났잖소. 사실 그때 나조차 믿음이 흔들렸소. 나 역시 승리할 자신이 없었거늘 부하들은 어땠겠소? 그들을 나무랄 수 없소.”
그는 당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알았기에 현명하게 처신했다. 그런 상황에서 몰래 원소와 내통한 자는 한두 명이 아닐게 너무나도 분명했다. 수백 명이 될 수도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을 다 처단할 순 없었다. 그러니 다 처단하지 않는 게 나았다.
처단하지 않을 바엔 증거조차 없애버리겠다. "너희 앞에서 서신을 뜯어보지도 않았으니 누가 원소와 내통했는지 모른다. 이제 증거를 태웠으니 다들 걱정하지 마라. 앞으로 내게 충성한다면 예전 일을 덮어주마." 완벽하게 선심을 쓴 것이다.
조조는 복잡미묘한 정치투쟁 중에는 때로는 모른채 해야 한다는 이치를 알았다. 그래야 관용을 베풀 수 있다. 관용을 베풀어야 인심을 얻을 수 있고, 인심을 얻어야 천하를 얻을 수 있었다.
조조나 아이젠하워의 친근하고 소박하며 너그러운 성품은 포용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지도자은 때로는 귀머거리와 벙어리가 되어야 존경받을 수 있단 말도 있다. 때로는 알면서도 모른채 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능력,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거시적 안목에서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
작은 일에 작은 일에 매몰되면 큰 일을 놓칠 수 있다. 조조나 아이젠하워처럼 친화력이 있어야 한다. 화를 내지 않고 진지하게 남의 말을 듣는 성숙함, 자기보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조화력, 생활 속에서는 부하에게 질 줄도 아는 포용력, 지도자들에겐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