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에 공연히 신경을 쓰다
남의 일에 공연히 신경을 쓰다
  • 문틈 / 시인
  • 승인 2014.01.1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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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충남 어느 연수원에서 스님들이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고 해서 온갖 언론 매체가 입방아를 찧어댔다. 스님들은 모두 주지 스님급 동기생들로서 사찰 연수원에 왔다가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과 술을 마시며 노래도 부르며 회포를 풀었던가 보았다.
나는 신문 방송 할 것 없이 온갖 매체가 이 때다 싶은 듯이 보도를 해대며 소주 맥주를 몇 박스 마셨다느니 하며 비아냥투로 기사를 낸 것을 보고는 한참 생각해 보았다.

스님들은 말할 것도 없이 수도자들이다. 속진을 털고 산문으로 들어가 진리를 깨달으려 인생의 모든 것을 버리고 입산한 사람들이다. 우리 같은 속인들과는 달리 엄격한 계율을 지키며 오직 수행에 몰두하는 그들이야말로 진리를 탐구하는 사람들이다.
한데 스님들이 까까머리를 했다고 해서 우리와 전혀 다른 기계 인간은 아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서 또다른 스트레스를 엄청 받고 지낼 수 있다.

열심을 내서 면벽 평생을 해도 깨치기 어렵다는 도를 찾아 세속의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을 버리고 마음공부를 수십 년씩 하다보면 어찌 한 인간으로서 나름대로 스트레스가 없을손가. 그런 스님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도 어렵거니와 오랜만에 연수원에서 조우했으니 얼마나 반갑고 쌓인 회포가 많을 것인가.
그래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러 쌓인 응어리를 좀 풀어보려 한 것이 무에 그리 뉴스거리가 된다고 야단법석을 떠는 것인지 웃음밖에 안 나온다. 그래 이 세상에 뉴스거리라는 것이 고작 그 따위라니. 얕은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언론 매체들에서 쉰내가 난다.

스님들이 실정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뉘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며, 더구나 누구들처럼 룸살롱 같은 데 가서 어긋난 일을 행한 것도 아닐진대 하룻밤쯤 목탁을 내려놓고 스트레스를 날리는 해프닝을 벌였다고 시간마다 뉴스를 하는 방송도 가소롭다.
오히려 스님들이 인간 냄새가 나서 귀엽기조차(?) 하다. 사람이 늘 규칙 속에만 살 수는 없는 일이다. 때로는 작은 일탈이 오히려 자신을 성찰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어둠 속에서 빛을 더 멀리 볼 수 있듯이.

‘뭐 묻은 놈이 재 묻은 놈을 나무란다’라는 옛말도 있지만 어찌 그래 언론이 누가 조금 헛발 디딘 것을 가지고 그리들 흰소리를 해쌓는지 속이 다 상한다. 물론 스님들이 뭐, 잘했다는 소리가 결코 아니다. 그런 사소한 사적인 일을, 연예인 가슴골이 보인다느니 하는 따위나 지금처럼 즐겨 보도할 일이지, 산 속에 들어가 수행하는 스님들의 소소한 것까지 보도할 것이 무어란 말인가. 꼭 그렇게 사람을 콕 찍어 욕보여야만 한단 말인가.
뉴스로 넘치는 세상에서 독자들에게 이른바 ‘알 권리’에 속하는 가치 있고 유익한 소식을 전하기에도 바쁠 터인데… 난 정치뿐만 아니라 언론도 크게 반성을 해야 한다고 본다.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이고, 어두운, 그것도 떠도는 설(說) 같은 것을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마구 써대는 언론이 걱정스럽다.

정확한 사실 보도를 하되, 알 가치가 있고, 공동체의 건강을 위한 기사를 많이 발굴해서 싣는다면 오죽 좋으랴. 제4의 정부라는 언론이 공동체를 해치는 사회악을 생산하는 일만은 그만두어야 한다. 하기는 신문이나 방송에 보도되었다고 해서 독자가 뉴스 모두를 백퍼센트 믿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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