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노래하는 젊은이들을 보라
행복을 노래하는 젊은이들을 보라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3.12.2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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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함께 살아가는 사랑 이야기 <행복연가>展

▲ 양나희 / 별이 빛나는 밤 _ 골판지, 유채 _ 41×53cm _ 2011.
연말연시는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는 기쁨 넘치는 역동성으로 움직일 때다. 마치 젊은 세대들의 힘찬 에너지가 돋보여야 하는 시기이다. 그러나 작금의 사회적 세태는 계층간, 세대간의 괴리는 물론 소외와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생존해야만 하는 현재의 사회라면 이웃과 가족에 대한 애정을 더욱 깊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지역의 젊은 작가들이 모여 <행복연가>를 노래하는 전시회가 마련되어 눈길을 끈다.
광주 롯데갤러리의 연말기획 <행복연가>展은 젊은 세대들이 바라보는 '함께 살아감'의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됐다. 전시는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시작해 내년 1월 22일까지 한 달 정도 열린다. 참여작가는 김형진, 박다혜, 박세희, 박성완, 서영기, 양나희, 이인성, 이조흠, 인춘교 등이다.

이들은 화단에서는 아직 풋풋한 감성을 가진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에 이르는 젊은 세대들이다. 나름 독특한 시각을 갖고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개성을 가진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갤러리의 의도대로 행복을 노래하고 있는가는 뒤로 하더라도 쉽게 조화로울 수 있겠는가는 의문이 들었다.
고영재 롯데갤러리 큐레이터는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가 어떠한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는지, 또한 그들이 느끼는 가족애, 공존의 가치는 무엇인지 가늠해는 자리이다. 더불어 현대인의 삶 전반에 각인된 개인주의에 관해 새삼 재고하는 의도를 지닌다.”고 말한다.
그래서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이고 연말기획치고는 다소 무거운 내용들이 주를 이루지만, 이들은 나름의 시선에서 사회와 나를 연결지었다고 덧붙이고 있다.

▲ 박다혜 / humanity_911,193.9 X 130.3,conte on canvas,2013.일부
김형진은 음식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케이크와 칵테일이 등장한다. 작가는 “음식과 예술(그 가운데 회화)를 혼합함으로써 나는 나의 정체성과 나를 비롯한 동일한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 관해” 말한다고 했다.
박다혜는 흑백의 모노톤 화면을 통해 우리 사회 속 인물과 다양한 소재들을 재현한다. 작가는 “우리 사회의 모순과 무의미한 전쟁과 테러, 소외된 계층, 고립, 분열과 같은 불편한 감정들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한다.
박세희는 자신의 가족사에서 경험한 생과 사의 근원을 보여준다. 작가는 “외숙모의 젊은 날들이 고스란히 이 더미 위에 쌓여있다. 죽음이란 ‘잠시 동안’ 이라는 한시적 제시어”를 통해 거대서사로서의 인류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박성완은 사람살이에 대한 애정을 작품 안에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공사장 펜스를 사이에 둔 다른 세상을 이야기하며 “철문 밖 버스정거장에는 놀러 나온 아들, 딸들이 떠들썩하다”라고 말한다. 인부는 가족과의 재회가 아직 멀었음을 보여준다.
서영기는 자신의 존재성을 찾는 탐구자와 같다. 작가는 “세상의 이야기가 아닌 내 안의 모습에 집중을 해서 풀어낸 작업”을 통해 “내 안의 다양한 모습들과 마주하게 되었고 새롭게 나를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양나희는 골판지로 입체감을 드러낸 별이 빛나는 밤을 보여준다. 작가는 “밤하늘에 초롱초롱 빛나는 별빛에는 저마다의 이름이 있고, 산등성이 마을의 창틈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는 소녀같은 감상을 드러낸다.
이인성은 한 가족이 모여 아무런 대화 없이 TV나 스마트폰에 빠져버린 세태를 이야기한다. 작가는 “풍요를 만들기 위해 떨어져 바쁘게 지내는 생활, 결국 우리들의 소통은 어느새 점점 닫혀져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한다.
이조흠은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를 보여준다. 작가는 “수많은 존재가 모여 사회를 이루고 그 사회 속에 살아간다”는 점에서 이를 세모 네모 동그라미라는 도형으로 형상화시켰다.
인춘교는 도시와 시골의 가족이라는 경계를 따로 떨어져 살고 있는 할머니라는 인물을 통해 풀어냈다. 작가는 “도시 속의 시골마을에서 만난 할머니의 간절한 그리움과 기다림이 묻어난 지나간 이야기들”을 그려냈다.

▲ 박성완 / 야근_244x122cm_oil on canvas_2013.
여기에서 고 큐레이터는 “현재에 대한 해석은 이상적이기도 혹은 부정적이기도 하지만 극단의 논리에서 지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 세대에서 체득한 삶에 대한 고민들이 자연스레 작품 안에 녹아든다”고 했다. 사회 질서의 헤게모니에 의한 고립과 분열을 비롯하여, 동시대를 함께 하는 이들에 관한 애정 어린 관심이 눈에 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누구나 젊을 때는 진보이고 나이 들면 보수라는 이야기가 있다. 작품의 주제가 <행복연가>라는 한계성이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작품이 잔잔하고 너무 무겁다. 젊은이다운 활발함과 생명력을 지닌 역동성을 느끼기엔 아쉬운 감이 든다.
물론 작품마다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점에서는 훌륭하다. 행복이라는 소재와 이중적인 장치를 통해 문제의식을 찾아볼 수는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아직은 그런 코드를 해독할만한 시기가 아니지 않는가?

▲ 박세희 / Grave _ 80x180cm_ digital pigment print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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