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 대중성을 추구한 모더니즘 조각가 김영중
한국성, 대중성을 추구한 모더니즘 조각가 김영중
  • 오병희(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 승인 2013.12.2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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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조각의 출발은 장성출신의 우호(又湖) 김영중(1926-2005)을 들 수 있다. 김영중은 한국 현대 조각 1세대 조각가로 서울대학교에서 김종영에게 홍익대학교에서 윤효중에게 사사를 받았다.

김영중은 한국적 조형성의 개념과 양식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조형양식의 개척과 완성으로 한국 현대조각사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작가이다.

또한 공공미술의 개념을 도입한 조각공원을 조성하고 목적성을 가진 기념 조각을 제작하여 조각의 대중화에 기여하였다. 또한 1995년 광주비엔날레를 창설과 조형물 1% 설치법을 제도화하는데 기여를 한 미술 행정가이다.

1960년대 앵포르멜 등 새로운 미술사조가 대두됨에 따라 조각 부문에서 다양한 실험과 형식을 추구하는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조각에서도 철을 이용한 용접 기법이 본격적으로 사용되어 젊은 작가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서 현대 조각으로 이행이 시작되었다.

▲춘향 열녀문, 선철 용접, 43×33×163cm, 1963.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춘향이의 열녀문>(1963)은 선철을 이용하여 용접 기법을 사용한 작품으로 전통조각과는 다른 맥락에서 제작된 것이다.

이 작품은 현대조각의 진작을 위해 조직된 「원형회 창립전」(1963)에 출품되었던 것으로 미술사적인 의미 또한 크다.

작가는 자신의 조각세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다양한 조형양식을 섭렵하고 몸소 체험하면서 나만의 개성을 찾기 위해 설사 시대감각에 역행을 하고 감상자가 공감을 하지 않는 경우일지라도 홀로 서야 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작업을 해왔다.”

즉 작가는 조각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통해 이전에 없는 난해한 개념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모더니즘 조각 작품을 제작한 것이다. 작가는 순수조각을 작가의 독자적 주제선택의 자유에 바탕으로 한 미학 의식 이념에 의해 제작된 작품으로 설명한다.

또한 조각의 발상지가 서구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표현의 정신과 양식, 방법론 등에서 얼마든지 한국성의 발현이 가능하다고 주장 하였다.

한국 미술의 특징을 면(面)의 예술로 보고 면과 면의 만남이 선(線)을 형성하고 선과 면의 결합에서 한국적인 형상을 발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조형의 깊이를 심화 시키면서 집중탐구 해왔다.

김영중은 기념 조각을 도시 조각으로 칭하였다. 이러한 조각상이 시민의 무형적 가치관에 활력을 주고 민족의 나아갈 길에 정신적인 신념과 자부심을 주는 표현체로 존재하며 훗날에 도시 관광의 대상이 되어 문화의 자산이 된다고 보았다.

1980년대 이후 세워진 기념조각 작품들로는 <88 고속도로 준공 기념탑>, <연세대 독수리 탑> 등이 있으며 고려대학교의 김기중선생기념관의 설계 및 조경과 동상 등 작가가 완성해 낸 조형물은 작가 자신의 설계와 조경으로 직접 완성한 것들이다.

남도에서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무지개다리라고 불리는 광주비엔날레의 상징 <경계를 넘어서>(1995)와 광주문화예술회관 광장에 세워진 조형물 <사랑>, 증심사 가는 길의 <허백련선생 동상>, 중외공원의 <하서 김인후 상>과 광주어린이공원기념탑 <희망> 등이 있다.

또한 공공미술의 개척자로 도시조형물이 인간적인 생활을 도시인에게 제공함으로써 정서를 찾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시민들이 이러한 조형물을 아끼고 보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런 취지로 1982년 한국 최초로 목포의 유달산에 조각공원을 조성하여 시민들이 조각을 관람할 수 있고 조각 작품과 친숙해질 수 있는 장을 마련하였다. 이어서 1987년에 아시아권에서는 최대 규모(13만평)인 제주조각공원을 조성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 희망, 높이 16.5m 청동높이 550cm, 청동, 화강석, 대리석, 1982

중외공원 광주시립미술관 앞의 <희망>(1982)은 우리 모두 자기만의 이익을 버리고 온 국민이 함께 뭉쳐서 한 사람, 한 사람 스스로 할 일을 확실히 스스로 할 일을 착실히 이루어 가며 우리들의 목적을 함께 돌풍처럼 치달아 이룩하자는 뜻을 담은 작품이다.

중앙의 대형 탑을 중심으로 좌우에는 상징적인 인물군상들이 부조로 배치된 커다란 삼각구도를 이루고 있다. 대리석과 화강석 등을 재질로 한 양감을 양과 음으로 면을 조화 시켜 완성해 낸 그의 작품은 조각에서 한국성을 느끼게 한다.

탑꼭대기 조각은 이 고장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사이좋게 함께 뭉쳐 예술, 농업, 공업을 발전시키어 살기 좋은 내 고장을 만들기 위해 저 마다의 힘을 다해 돌풍처럼 날아가는 희망에 찬 작품이다.

탑 오른쪽 부조는 슬기롭고 지혜로운 우리 어린이들이 앞날은 훤히 트인 하늘과 같이 훌륭한 어른이 된다는 뜻이다. 탑 왼쪽 조각은 튼튼하고 씩씩하게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나라를 튼튼하고 씩씩하게 이끌어 간다는 뜻이며 뒤쪽 용 조각은 광주를 지켜주는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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