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작가들의 특별한 전시회
특별한 작가들의 특별한 전시회
  • 권준환 수습기자
  • 승인 2013.12.24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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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명의 특별한 작가들

지난 20일, 눈이 온 다음 날이었다. 길이 미끄러워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다.
남광주역에서 내려 3번 출구로 가는 길에 도예 작가들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릇, 화분, 꽃병을 비롯해 물고기, 아기자기한 돼지가족, 익살스럽게 생긴 사람 얼굴 등을 흙으로 빚어 만든 도예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길을 가던 사람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작품들을 들여다봤다.
작가들이 특별해서였을까.
바쁘게 흘러가던 시간이 이 작은 도예전시회에서는 잠깐 느리게 흘러갔다.
사람들은 천천히 지나가며 작품들을 감상했고, 꽤 많은 사람이 도예품을 사갔다.

23일 오후. 북구 풍향동의 다원 주간보호시설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1층에서 수업을 듣던 한 학생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옆에 있던 학생들은 고개를 빼꼼히 들어 날 쳐다본다.
나도 손을 흔들어 마주 인사했다.

안내를 받아 2층으로 올라갔다.
다원 주간보호시설(이하 다원) 이애란 시설장과 대화를 나눴다.
다원은 2004년 4월에 창립됐다.
같은 해 7월 하반기에 흙을 가지고 놀면서 도자기도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그냥 놀게 하는 것보다 도예작품을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2006년 비엔날레가 열릴 당시 시민 프로젝트로 지원받아 비엔날레 기간 동안 미술관 안에 작품들을 전시하기도 했다.
이애란 시설장은 “도예 작가들이 너무 재밌어 하고 좋아한다”며 “작품 전시와 사업 등에 계속 지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영환(24) 작가에게 물었다.
-“안녕하세요.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노영환입니다”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스물네살”
-“도예할 때 기분이 어때요?” “매우 좋아요”
-“도예 프로그램은 언제부터 했어요?” “18일부터 20일까지”
-“그건 전시회 기간이구요. 프로그램 자체를 언제부터 했나요?” “월요일부터 했어요”
-“프로그램을 올해 몇 월부터 시작했어요?” “6월달부터 했어요”
-“작년에도 했어요?” “했어요”
-“올해 전시하니까 어땠어요?” “좋았어요”
-“어떤 걸 제일 잘하나요?” “쇼핑백 줄 묶는 거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친구도 안 꼽히고(귀찮게 안하고), 율동도 잘하고 노래방 요즘여자 요즘남자, 아빠의 크레파스 잘하고 민트색 좋아해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에이포 용지 많이 사가시라고. 사가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할꺼에요”

오성환(37) 작가에게 물었다.
-“안녕하세요.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오성환”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삼십칠”
-“도예 만들고 계세요?” “모르겠어요”
-“도예할 때 어떤 기분이 들어요?” “재미있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1층으로 내려가 다른 작가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자동문을 열고 들어가자 김건우(32)작가가 다가와 악수를 청한다.
그리고 손을 잡고 다른 작가들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데리고 갔다.
“동효, 서연이, 윤창이, 현정이…” 주위 사람들을 소개하면서 악수를 시켜준다.
한 번 쭉 악수가 돌고 나자 다시 악수를 하자고 했다.
“동효, 서연이, 윤창이, 현정이…” 악수 행진이 다시 한 번 이어졌다.
주변 선생님이 그만하자고 한 후에야 악수가 멈췄다.

양서연(21) 작가에게 물었다.
-“안녕하세요. 이름이 뭐에요?” “안녕하십니까? 양서연”
-“도예하고 있어요?” “안녕하십니까. 만들었어요. 도예작품. 기분이 좋았어요”
-“어떨 때 기분이 가장 좋았나요?” “스마일. 웃을 때 좋아. 임순심. 임순심”

양서연 작가가 말하는 ‘임순심’은 도예작가 27명을 가르치는 임순심 지도강사다.
임 강사는 “열심히 배우려고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며 “자기가 만들고 싶은 자유작품을 할 때 가장 좋아하고, 부족하지만 집중하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 전시는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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