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10명이 모이면 7명은?
천재 10명이 모이면 7명은?
  • 이상수 전 호남대교수
  • 승인 2013.12.12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미나 꿀벌들은 한 마리씩 격리시켜 놓으면 몇 가지 본능적인 행동밖에 하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 이상의 규모가 되면 각자가 업무를 분담하여 질서정연하게 행동한다. 아프리카 흰개미들은 높이가 3미터나 되는 굴뚝 모양의 집을 짓는다. 이는 내부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 공기흐름까지 완벽하게 조절하는 현대식 저택인 것이다.
이러한 행동들은 여왕개미가 일벌들에게 지휘하지 않는다. 여왕개미는 오직 알을 낳을 뿐이며, 수개미는 여왕에게 정자를 제공하는 일 이외는 아무런 일을 하지 않는다. 하버드 대학의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 휠러((William Morton Wheeler)는 이러한 개미사회를 보고 ‘집단지능(collective intelligence)’이라고 붙였다.
인간사회도 좋은 의사결정을 하고자 할 경우에 집단사고를 거치는 경우가 많다. 집단적 사고는 개인적 사고보다 좋은 아이디어를 산출할 수도 있다. 이는 개인적 사고보다 집단사고가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에서 일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집단적 사고가 개인적 사고보다 좋은 결과를 산출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어느 연구결과에 따르면 집단적 사고의 시너지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멍청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집단사고의 함정’이라고 부른다. 바보 10명이 모이면 그 중의 3명은 천재가 되지만, 천재 10명이 모이면 7명은 바보가 된다는 말이다.
앞의 사례는 개미들의 사회일 것이고, 뒤의 사례는 인간사회의 현상을 설명한 것일 것이다. 정치인들은 개인적으로 보면 대부분 똑똑하고 국가관도 투철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내린 의사결정은 국민들의 마음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집단사고의 부정적 현상은 집단의사결정의 운영방식의 문제일 것이다. 개미사회처럼 수평적 연결관계를 지니면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그런데 인간사회는 형식적으로 수평적 사회를 지향한다지만 실제는 수직적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다. 또한 집단의 규모도 클수록 좋은 것이 아니다.
천재들이 모여서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규모도 7명이 한계라는 학설이 있다. 따라서 다수가 모인다면 좋은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없다. 또한 집단사고의 함정은 집단내 세력간의 경쟁이 심화될 경우에 의견을 제안한 주체들은 의사결정의 결과에 따라 승자 또는 패자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이럴 경우 패자쪽에 놓인 구성원들은 서로를 탓하고, 소외감을 느끼게 되며, 심한 경우에는 집단의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도 발생한다. 그리고 집단의사결정은 의사결정의 결과물에 대해 책임소재가 불명확하기 하기 때문에 책임 전가현상이 생기며, 그렇지 않을 경우 집단의사결정 결과에 대해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경향이 생긴다.
또한 집단의 협의과정에서 구성원들은 침묵을 지키거나 반대되는 견해라도 문제제기를 회피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끝으로, 상급자가 만장일치라는 결론을 이끌어내려는 환상을 갖게 되면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더 커진다.
우리 사회도 의사결정 수렴과정에서 질 좋은 의사결정 결과물을 도출하려면 서로의 견해를 비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고, 상급자의 의도를 노출시키지 않아야 한다. 상급자가 참여하지 않는 곳에서 토론을 하면 더 좋을 것이다. 같은 문제를 몇 개의 독립된 집단에게 맡기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집단토론과정에 외부의 전문가를 초빙하여 토론을 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끝으로 중요한 것은 최종 결론을 내리기 전에 예비적 합의사항에 대한 구성원 각자의 모든 의문점을 재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면 좋다. 창조경제는 이러한 사회문화의 토대 위에서 싹이 틀 수 있을 것이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