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에너지는 무한합니까?
당신의 에너지는 무한합니까?
  • 이상수 전 호남대 교수/시민기자
  • 승인 2013.12.05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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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수 전 호남대교수

열역학의 제1법칙은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다. 우주에 있어서의 물질과 에너지의 총화는 일정하며 결코 새로이 생겨나거나 소멸되는 일이 없고, 물질은 그 형태만이 변화하며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시간이 시작된 때로부터 종말에 이르기까지 일정하게 고정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이 법칙만 믿는다면 에너지는 무한정 써도 바닥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열역학 제2법칙은 엔트로피(entropy : 사용이 불가능한 에너지의 양) 법칙으로, 쓸모 있는 에너지는 점점 감소한다는 논리이다. 이 법칙은 물질과 에너지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이다. 즉 사용할 수 있는 것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혹은 이용할 수 있는 것에서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또는 질서화된 것에서 무질서한 것으로 변화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우주의 모든 변화와 활동은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결국 쓸모 있는 에너지는 점점 감소하게 된다. 정말 그렇다면 큰 일이다.
지금까지 우리들은 열역학의 제1법칙에 의한 기계적 세계관을 갖고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기계적 세계관은 세상을 기계와 같이 보는 것이다. 부품이 고장 났을 때 부품만 교체하면 문제없다고 보는 사고이다. 따라서 나비효과(작고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커다란 효과를 가져 온다는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이러한 기계적 세계관을 그대로 갖고 있는 한 인류의 파멸은 피할 수 없다.
세계와 지구는 한도 끝도 없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기에는 분명한 물리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엔트로피 법칙은 가용에너지가 초과하는 상황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이 법칙은 과학적 진보에 대한 맹신에 경종을 울린 셈이다. 지구는 우주에서 물질적인 혜택을 받는 일이 없다. 따라서 재순환(recycling)이라는 개념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두께 30센티 토양이 교체되는데 1,000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는 토지의 사용은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사물을 방치하면 점점 무질서에로 향하기 때문에 질서를 유지하면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게 된다는 등의 암시를 주고 있다.
엔트로피를 이해한다면 우리가 사는 동안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서 말한 책임이란 완전한 의식과 정신적 깨달음을 체험하기 위한 전단계이다. 인간은 생명을 지키고 어떤 형태로 행동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지금까지 수많은 방법이 시도되어 왔다. 이에 대한 총괄적인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결국 엔트로피를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냐로 귀결된다고 보겠다.
앞으로 우리가 지녀야 할 엔트로피 세계관은 에너지는 유한하며,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상호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몸의 한 기관이 아프면 다른 곳에도 영향이 미친다는 사고관을 가져야 한다.
이 엔트로피법칙은 너무나 준엄한 것이어서 21세기의 새로운 세계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삶 전체를 근본으로부터 다시 보고 다시 묻고 새롭게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만이 이 위태로운 상황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
우리는 영구적인 성장을 믿는 기계적 세계관으로부터 한정된 자원을 보존하고 아끼는 엔트로피 세계관으로 바꿔야 한다. 그것도 빨리 바꿔야 한다. 엔트로피 법칙은 절약해 쓰는 것, 쓴 것을 다시 재생해서 쓰는 것 이외엔 다른 길이 없다.
인간과 생명체가 살아남느냐 못하는냐의 여부는 우리가 자연과 얼마나 조화를 잘 이루며, 어떻게 잘 협동해 살아갈 것이냐에 달려 있다. 그리하여 인간에게 상처를 입은 자연의 재순환과정이 회복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면 인간과 모든 생명들은 지구에서 오랫동안 건강한 삶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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