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어치워라, 사기다
집어치워라, 사기다
  • 문틈
  • 승인 2013.12.0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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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자주 “집어치워라, 사기다.”라고 큰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가 있다. 사실 이 외마디 말은 20년도 훨씬 전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세스쿠가 어느 날 수많은 군중 앞에서 열변을 토하던 중 청중 한 사람이 “집워치워라, 사기다.”하고 소리쳤던 말이다.
그러자 쥐죽은 듯 조용히 있던 청중들이 차우세스쿠가 연설하던 발코니로 돌멩이를 던졌고, 놀란 차우세스쿠가 허리를 굽히고 황급히 자리를 피해 도망쳤다. 결국 이 길로 그는 군인들에게 붙잡혀 인민의 이름으로 공개 처형되었다.
내가 이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그때 읽은 신문기사가 생생하게 내 뇌리에 기억되어 있는 데다, 그때의 장면이 흡사 지금 우리의 상황과 어떤 면에서 비슷해져가는 것이 아닌가 싶은 두려움 같은 것이 일어나서다.
나는 원래 소심한 자라 두려움이 많다. 대중의 어떤 불만이 마그마처럼 들끓기 시작해 에너지를 모아 마침내 화산폭발처럼 터지고 말지도 모른다. 한 사람이나 한 집단의 불만은 수많은 사람들의 불만을 견인할 때가 있다.
지금 나라는 찢어지고 있는 것 같다. 내 귀에는 나라의 찢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격변의 현대사를 살아오면서 이런 상황은 내게는 드문 경험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6개월여 광우병 시위가 계속되고 하야 구호가 등장했다. 그때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서 ‘아침이슬’을 부르며 시위대를 보고 있던 식물정부였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현재 찢어지고 있는 나라에 관해 나는 무엇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이것이 사실이냐, 아니냐의 여부도 모르겠고, 저것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도 잘 모르겠다. 내가 두려운 것은 어쩐지 시끄러운 사태의 이면에는 지금 너는 어느 편이냐 하는 것을 무섭게 묻고 강요하는 것이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해본다. 나는 진정 어느 편인가. 생각하고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온다. 나는 어느 편도 아니고 어느 편이어야 한다고 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비겁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오히려 만일 국가가 통제력을 읽고 누란의 위기로 치닫게 된다면 차라리 시민들이 기능이 상실된 국회 대신 대표자회의를 구성하여 나라의 안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발칙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말하자면 큰 일 날 소리다. 내 진정한 말뜻은 그러니 정부와 국회는 제발 제 자리로 돌아가서 잘 해주기를 바라는, 에둘러서 하는 말이다.
정말 이대로는 안 되겠다. 나라가 난파선처럼 흔들리면서 승객들인 백성들은 배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면 그 쪽으로, 왼쪽으로 기울어지면 그 쪽으로 몰리는 상태가 계속되어 왔다. 정파적 관점에서 여야가 공포와 증오로 맞설 것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가 여의주를 물고 우화등선할 찰나에 이런 난장판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통일근본주의자들도,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는 사람들도, 종북주의라며 타도하려는 사람들도 한 발씩 물러서서 냉정을 찾기를 권한다.
5천만 명의 백성을 실은 배는 미래를 향해 항행해야 하고, 우리는 안전하게 목표항에 도착해야 한다. 배가 좌초된다면 이보다 더 큰 비극은 없을 것이다. 대체 나는 어디에다 대고 집어치워라, 사기다, 라고 소리쳐야 할지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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