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의 붕괴 전조 현상
시스템의 붕괴 전조 현상
  • 이상수 전 호남대교수/시민기자
  • 승인 2013.11.2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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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수 전 호남대교수
시스템은 ‘여러 부분들로 구성된 부분들의 유기적인 결합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어떤 개인이나 집단, 사회, 국가를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다만 보는 차원에 따라 상위시스템 또는 하위시스템으로 세분하여 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는 독립적으로 부를 때에는 개인이나 조직, 또는 국가도 시스템으로 부른다. 이런 시스템들도 영원하지 않다.
시스템은 큰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반드시 이를 알리는 징후가 나타난다. 2008년 중국 쓰촨성 지진 때는 겨울잠을 자던 뱀들이 무더기로 기어나오고, 쥐들이 떼로 이동함은 물론 두꺼비 수십만 마리가 집단으로 이동했다. 이것들이 지진의 징후들이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는 지층의 충돌이 먼저 일어나고 여기서 발생하는 전류가 동물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미국 해군장교 출신으로 트래블러 보험사의 보험감독관으로 일했던 하인리히는 업무 성격상 수많은 사고 통계를 접했다. 그는 산업재해 사례 분석을 통해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을 발견하였다. 이 법칙은 한 번의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지나가고,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사고가 날 번한 경우가 300회 정도 지나간다는 이야기이다.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 일정 기간 동안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다시 말하면 큰 재해와 작은 재해 그리고 사소한 사고의 발생 비율이 1:29:300이라는 것이다.
시스템의 속성들이 정(正)의 방향으로 유지되지 않을 경우에는 붕괴할 수 있다. 그리고 붕괴할 경우에는 반드시 그 징후가 사전에 나타난다. 시스템이 건강할 때는 웬만한 충격은 스스로 흡수할 수 있지만,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부실해졌을 때는 조그만 충격에도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조직이 멸망하는 전조현상을 3가지 들고 있다. 첫째는 내부경직성이다. 조직의 유연성이 없으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다. 둘째, 자기만족에 빠지면 조직의 발전이 더디다. 셋째는 구성원들의 나태(懶怠) 현상이다. 이런 세 가지 징조가 나타나면 조직이 붕괴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징조로 보아도 된다.
인도의 정신적 스승 간디는 나라가 망할 징조로 7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원칙이 무시되는 정치, 둘째는 무위도식하는 부유층이 급증하는 경제구조, 셋째는 쾌락이 만연하는 사회, 넷째는 인성이 무시되는 교육, 다섯째는 희생이 없는 종교, 여섯째는 도덕심이 결여된 사회풍조, 일곱째는 인간성이 고갈된 과학 등을 꼽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간디가 제시한 요인들을 비추어 볼 때 어떤 상태에 있을까 궁금하다.

요즘 정치를 보면 원칙이 있는가 의문스럽고, 우리나라의 지니계수(소득분포의 불균등한 정도를 나타내는 계수로 완전평등은 ‘0’, 완전불평등은 ‘1’로 보고 소득분포를 나타내는 방식)는 0.353(OECD 34개국 중 불평등 6위)를 넘어 상당히 불평등한 정도로 사회불안이 우려되는 수준이다.
또한 쾌락이 만연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으며, 학교의 인성교육도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며, 종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윤리의식이 낮아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게 언론지면에 소개되고 있다.
그 외에도 국가재정건전성의 위기상태(2003년 기준으로 국가부채가 약 2배 증가, 관리재정수지가 GDP 대비 0.1%에서 -1.8로 증가), 이혼율(OECD국가 중 1위), 자살률(OECD국가 중 8년째 1위)의 증가도 좋은 징조는 아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우리 사회 시스템이 정상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시스템이 더 심각한 상태에 도달하기 전에 사회지도층에 있는 인사들은 시스템 붕괴 전조 현상들을 점검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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