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항구다
  • 문틈/시인
  • 승인 2013.11.2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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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는 항구다’라는 가요가 있다. 이난영이 불렀다. 애조를 띤 목소리가 가슴을 후벼파는 듯한 애상을 자아내는 노래다. 오래 전 김대중, 김영삼 두 정치인이 서로 대선 후보에서 양보하라고 티격태격하던 시절, 사람들은 두 편으로 갈려 단일 후보가 나와야지 둘이 다 나오면 필패라며 민주화를 위해서 한 후보만 나와 달라고 읍소하던 때가 있었다.
벌써 옛이야기처럼 하게 되었다. 그 무렵, 미당 서정주 시인의 댁에는 문인들의 내방이 잦았는데 그 자리에서도 두 후보 중 누가 양보해야 한다는 둥 설왕설래가 그치지 않았다. 결론이 나지 않는 그 이야기가 문인들 사회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그만큼 그 이슈는 절박했었다.

시인 미당은 집에까지 날마다 찾아와 와글거리는 그 소리를 듣다못해 “목포는 항구여.”하고 한 마디를 하고는 문을 꽝 닫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온다. 목포는 항구다, 라고 시인이 무슨 화두처럼 말했을 때 무슨 뜻으로 한 말이었을까. 흡사 성철 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는 게송처럼 위대한 시인의 깊은 뜻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때 그 말을 알 것도 같았는데, 지금은 다시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가끔 시인의 일갈이 이따금 떠오른다. 살아가면서 앞이 캄캄한 느낌이 들 때, 더 이상 어찌해 볼 수가 없을 때, 왠일인지 그 말이 죽비처럼 내 어깨를 친다. “목포는 항구여.” 그 한 마디 말을 떠올리노라면 어쩐 일인지 힘이 생긴다. 그래 목포는 항구다. 그러니 벌떡 일어나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저 험한 길을 씩씩하게 걸어가야 한다.

옛사람들이 다 가르쳐주었지만 인생이란 고해다. 한해를 더 살수록 그 말에 토를 달 수 없다. 돈이 있거나 권력을 가졌거나 건강하거나 그래서 떵떵거리며 잘 사는 것처럼 보여도 그 사람네 지붕을 뜯어보면 그 인생 역시 고통의 바다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것이다.
말이 빗나갔을지 모르지만 그렇다면 이 고통의 바다에서 왜 사람들은 죽어라 아등바등 살아가는 것일까. 정말 인생에 무슨 의미와 목적이 있는 것일까. 이건 답이 없는 질문이다. 만일 그 질문을 계속해댄다면 마음에 병이 생기고 말 것이다. 한데 나는 어떤 책을 읽다가 다시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를 위해서는 짧은 순간 존재하는 것이 신을 위해서는 영원히 존재한다.’ 개개인은 자신의 짧은 삶에서 완수하는 것이 별것이 없을지라도 후손을 통해서 긴 흐름을 이루어 영원을 향해 가는 것이라는 말로 들린다.
불난 집의 불을 끄기 위해 사람들이 늘어서서 물통을 건네주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 말에 대한 주해가 될 법하다. 우리 개개인은 물통을 건네주는 사람이다. 우리 이웃에게, 우리 후손에게 물통을 건네주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그 짧은 순간에 영원을 향하는 그리움 같은 의미와 목적이 숨어 있는 것이다.

아무리 괴롭고 고통스럽더라도, 아무리 슬플지라도 우리는 살지 않으면 안된다. 생명이 붙어 있는 한 살아야 하고 또 살아야 한다. 인간은 그가 요양원에 있던 신생아실에 있던 그 생명은 똑같이 존귀하며 죽는 날까지 사랑과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이것이 자연법칙이다.
누구도 홀대받아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인류라는 족속의 위대하고 영원한 비전에 복무하는 우주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에베레스트를 오를 때도 대부대가 가서 마지막 공격조가 산 정상에 오르지 않던가. 그래, 목포는 항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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