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 5월 정신으로 필리핀 치유 봉사나서
윤장현, 5월 정신으로 필리핀 치유 봉사나서
  • 권준환 수습기자
  • 승인 2013.11.21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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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옌’ 피해주민에게 5일간 의료활동
광주항쟁 10일 역사 기억해야

이재민 430만 명, 사상자 1만 명 이상, 사망자 4천 명 이상, 실종자 82명.
슈퍼태풍 ‘하이옌’이 필리핀 중부를 휩쓸고 지나간 후 정확히 파악되지 못한 인명 피해 수치다. 파악이 다 된다면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경악스러운 재산․인명 피해가 이 정도인데, 직접 그 자연재해를 겪은 필리핀 사람들의 마음은 얼마나 더 갈기갈기 찢어졌을까.

그 사람들에게 큰 도움은 못 되더라도 다친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 사단법인 희망나무(이사장: 류한호 광주대 교수)에서 긴급 의료봉사활동을 벌였다.

의료봉사에 참여한 아이안과 윤장현 원장을 만났다. 윤 원장은 짙은 팔자주름에 인상 좋은 눈매를 가졌고 목소리는 나긋나긋했다.
“윤장현입니다. 이렇게 이쁜 사람인 줄 몰랐네.”
남을 칭찬하고 배려하는 것이 몸에 밴 사람인 듯 했다.

그는 간단히 인사를 나눌 때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로 안부를 물으며 나의 복장을 칭찬했다. 밝은 느낌의 어조였다. 하지만 필리핀에 갔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냐고 묻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어조 또한 낮게 가라앉았다.

이번 긴급봉사활동은 희망나무 회원들끼리 필리핀 태풍피해에 대해 걱정하다가 갑작스럽게 간 것이라고 했다.
“걱정스러운데… 어쩌지?” “그렇죠? 우리라도 갈까요?”
그러고 나서 48시간만에 짐을 꾸려서 출발했다. 숙식할 곳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듣고 캠핑장비까지 들고 갔다. 말 그대로 ‘긴급’이었다.

그들의 주 목적은 후속팀에게 사전정보를 제공하고 현지와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또한 그쪽의 보건족 책임자와 무엇이 더 필요하고, 어느 곳에서 더 진료받기 원하는 지를 이야기했다.

그들이 필리핀 타보곤 시에 도착했을 때 전신주는 쓰러져 있었고, 집은 모두 무너져 있었다. 현지인들의 주 수입원인 야자수 나무도 몽땅 뽑혀 있었다. 누군가 그 곳을 강제철거라도 한 것 같았다.
그 곳 사람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 삶의 터전을 잃은 막막함에 넋을 잃고 있었다. 심신이 지쳐 의욕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눈빛으로 외지 사람들을 쳐다봤다.
그 모습이 윤 원장을 더욱 슬프게 만들었다고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곳의 지방정부가 주민들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의료진에 많은 협조를 했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이 농구를 하는 조그만 놀이터에 천막으로 지붕을 씌우고 책상을 놓아줬다.

하이옌이 지나간 후 일주일의 시간이 흐른 뒤라 중환자들은 이미 큰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고 있었다. 전기, 식수, 통신은 모두 불통이었다.
아이들은 감기와 고열, 배탈과 설사를 하며 아파하고 있었다. 집이 다 무너져서 노인들은 진료실까지 찾아오지 못했다. 방치돼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찾아가서 컵라면과 생수를 줬다.

윤 원장은 “남을 돕는다는 것은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있기 때문이에요.”라며 “남을 도울 때 자기 자신이 치유가 되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그는 1949년 광주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광주 토박이’다. 그는 광주가 한국사회에서 소외돼 있지만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났을 때 그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며 ‘참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광주는 80년대 내내 공동체가 아프고 힘든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아시아를 비롯한 어려운 곳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광주가 힘든 곳에 있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관심을 보이고, 지원을 보내는 모든 것들이 진정한 5월 정신을 세계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남을 생각한다는 것은 역사를 생각한다는 의미다.”며 “광주항쟁의 10일 역사를 놓쳐선 안된다”고 말했다.

같이 아파하고 안타까워하면서 더불어 가는 것은 가장 존엄한 삶의 형태다. 그는 광주가 기품 있는 향기를 품은 존엄하고 향기로운 지역이 되길 바랐다.그의 바람처럼 광주가 힘없고 소외된 자들의 벗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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