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삶을 이야기해요"
"우리 동네는 삶을 이야기해요"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3.10.24 0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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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동 송화인문학당 19번째 강좌 열어
▲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송화인문학당 19번째 강좌에서 자유를 주제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비록 한 달에 한 번 있지만 삶을 이야기하는 동네 모임이 있다. 3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동네 주민들이 모여 초청강사로부터 강의를 듣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이다.
장소도 아파트단지 상가에 있는 조그만 교회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공지를 통해 저녁 7시에 만나 2시간 정도 함께 한다. 이 날은 예배를 보지 않고 우리 삶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토로하고 공동체의 방향성을 정립하는 것이다.

남구 노대동 송화공동체가 벌이는 송화인문학당(학장 강의준)의 인문학강좌를 이야기한다. 우리 삶은 언제나 순탄하지만 않기 때문에 삶의 공부를 통해 강퍅해져가는 사람살이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2011년 10월에 시작되어 벌써 19번째 강좌를 가졌다.
23일 가졌던 송화인문학강좌는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를 초청해 ‘자유를 향한 관계의 미학’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날 모인 동네 주민들은 40여명쯤 되었다. 동네 강좌에 이렇게 관심을 크게 갖는 일은 흔치 않아보였다.

▲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
박 교수가 이날 던진 질문은 “이 세상의 진정한 자유인은 누구인가?”였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자유인은 ‘주인’뿐이었고 주자(朱子) 시대에 자유인은 한 집안의 ‘가장’뿐이었다. 나머지는 사실상 노예나 다름없었다. 생사여탈권도 갖는 절대적인 존재였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자유만큼 고귀한 이념도 없지만 그만큼 더럽혀진 개념도 많지 않다고 말한다. 더욱이 한자 문화권에서 자유는 liberty나 freedom의 번역어로 사용되었지만 본래 없던 말은 아니다. ‘자유해탈’(自由解脫)처럼 ‘얽매이지 않음’을 가리키는 긍정적 말로 쓰이기도 했지만, ‘백사자유’(百事自由)처럼 ‘제멋대로 처리함’을 가리키는 부정적인 경우가 더 많았다.

실제로 19세기 말부터 한·중·일에서 한때 유행했던 자유권은 ‘내 생각대로 할 수 있는 권리’, 곧 ‘횡포’나 ‘전횡’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자유의 빛나는 역사를 가진 유럽에서도 파시즘이 판치던 때의 자유는 민족(피)과 자연(생명)의 적이고 악의 상징이었다.
그는 오늘날 1% 자유를 위해 99%의 희생을 모른 척하는 신자유민주주의자들이 자유를 송두리째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진정한 자유인은 신분과 계급, 인종과 성의 권위가 사라졌을 때 비로소 탄생한다. 자유란 타인을 해치며 홀로 누리는 풍유가 아니라 지배자의 억압에 저항하며 모두를 자유인으로 인정하는 상호 주체들의 향연이라고 말한다.

송화인문학당이 오늘에 이르기까지는 강좌와 독서회가 주축이 되었다. 첫 강좌는 ‘철학콘서트’ 저자인 황광우씨를 초청해 ‘인생 더 살아야 하는 이유’를 듣고 다음 주에는 공지영의 ‘도가니’로 시작한 독서모임이었다.
송화인문학당은 혼자서만 간직하기 보다는 함께 나누는 모임을 만들기 위해 시작됐다. 두 번째 모임은 11월에 강위원 광산구노인복지관장이며 영광군 묘량면의 여민동락공동체 대표를 초청해 ‘더불어 사는 마을공동체’를 이야기했다. 여민동락은 농촌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동락(同樂)을 꿈꾸는 모범적인 공동체로 평가받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송화인문학당은 점차 입소문으로 퍼져 동네 주민들의 자리가 되었다. 2012년 1월에 가진 4번째 강좌는 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의 ‘내가 만난 전라도’, 2월의 5번째 강좌는 아이안과 윤장현 원장의 ‘좋은 동네 밝은 이웃’, 3월 6번째 강좌는 이동호 소새원지기의 ‘정자류에 숨겨진 우리 문화’ 등 꾸준하게 진행되었다.
4월의 7번째 강좌는 민문식 교육문화공동체 결 상임위원의 ‘창조적인 교육문화 만들기’, 6월의 8번째 강좌는 쪽염색가이며 문화기획자인 한광석씨의 ‘물 들다’, 7월의 9번째 강좌는 전남대 조경학과 조동범 교수의 ‘도시농업과 마을정원의 인문학’, 9월의 11번째 강좌는 이남곡씨의 ‘논어, 사람을 사랑하는 기술’ 등이 진행됐다.

지난 4월의 17번째 강좌는 윤우상 남평미래병원 원장의 ‘알기쉬운 심리학-나를 알면 세상이 즐겁다’, 5월의 18번째 강좌는 이희정 도예공방 대표의 ‘일상의 삶을 예술로’가 진행됐다. 그리고 한여름의 무더위와 9월의 마을축제 등 행사 준비로 잠시 쉬었다가 10월에 19번째 강좌를 가진 것이다.
이렇듯 주제도 다양하고 관심의 영역도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이 강좌의 가치를 지향하는 일관성은 공동체로 해석된다. 우리 주변에 이같은 공동체 활동을 하는 마을단체들이 꽤 있다. 한번쯤 눈여겨보고 참석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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