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실현적 예언과 자기실패적 예언
자기실현적 예언과 자기실패적 예언
  • 이상수 시민기자 전 호남대 교수
  • 승인 2013.08.1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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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수 시민기자 전 호남대교수

아무리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좋은 면만을 바라보며 자라서 밝은 얼굴을 가진 아이가 있는가 하면, 훌륭한 환경 속에서도 나쁜 면에 집착하여 비뚤어진 얼굴을 지닌 아이도 있다.
우리는 종종 이러한 두 가지 경우가 우연히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시스템의 논리가 숨어 있다. 전자와 같이 주관적 관념대로 세상이 진행되는 시스템을 자기실현적 예언 시스템, 후자와 같이 주관적 관념과는 반대로 움직인 시스템을 자기실패적 예언 시스템이라고 한다.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lfilling prophecy)이란 시스템에 대한 예언이 스스로 또는 저절로 성취된다는 말이다. 자기실현적 예언의 시스템은 양(+)의 피드백 루프(feed roof:변화를 촉진하는 인과관계, 또는 자기강화 루프)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이다.
오헨리의 명작인『마지막 잎새』는 자기실현적 예언에 의해 죽어가는 소녀와 그 소녀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노인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자기실현적 예언은 개인에게 ‘무력감의 악순환’을 가져오는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자기자신에게 무력감이 클수록, 현실 세계에서 도전을 피하게 되고, 도전을 하지 않을수록 성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현실 세계에서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다는 사실이 다시 스스로에 대한 무력감이 증가된다. 자기실현적 예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기자신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믿음을 갖는 것은 용기있는 행위이다. 용기있는 자만이 자기실현적 예언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처럼 자기실현적 예언과는 반대로 자기실패적 예언(self-failing prophecy)이 있다. 자기실패적 예언이란 시스템이 예언과 반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자기배신적 예언이라고도 한다. 예를들면 알콜중독이나 흡연 중독에 빠진 사람 중에서 자신은 언제나 금주(禁酒) 또는 금연(禁煙)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전문가에 의하면 이러한 생각이 오히려 금주와 금연을 방해한다고 한다. 언제든지 금주·금연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인하여 오히려 쉽게 술과 담배에 손을 댄다는 것이다. 거꾸로 금주 금연이 어렵다고 생각할수록 오히려 알코올 중독과 흡연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기 쉽다는 것이다.
자기실현적 예언과는 달리 자기실패적 예언은 음(-)의 피드백 루프(변화를 억제하는 인과관계, 자기균형 루프)를 구성된다. 인식세계에서 형성된 기대가 실제의 세계에서 부정되는 방향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자기실패적 예언은 집단적인 행동에서 보다 쉽게 관찰될 수 있다.

연휴 때의 교통방송을 듣고 현장에 나가보니 의외로 자동차가 혼잡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모두가 혼잡한 시간을 피해서 나오다 보니 당초 한가했던 시간대가 혼잡한 경우로 바뀌게 된다. 이는 시스템이 변화를 억제(음의 피드백 루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문제가 발생하면 예측부터 하려고 한다. 그러나 자기실패적 예언의 시스템은 예측시스템으로서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미래에 대한 예측이 틀리게 된다. 이는 시스템 전체가 그 예측에 저항하여 거꾸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잠을 자려고 노력하면 오히려 잠이 안 오는 경우가 많다. 잠들지 않고 깨어 있으려고 노력할수록 졸음이 오는 경우도 많다. 잠드는 시스템은 자기실패적 예언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 우리들이 구축하고 있는 예측시스템이 무의미한 것이 아닌지 한번쯤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개인이나 조직을 성장시키고자 하면, 그 주체가 어떠한 피드백 루프에 지배당하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변화를 억제하려는 피드백 루프(음의 피드백 루프)의 지배가 시작되는 징후가 보이는 즉시, 그러한 음의 피드백 루프를 약화시키고, 주체의 성장을 견인하는 변화를 촉진(양의 피드백 루프)하는 처방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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