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미술관에서 '과거로의 여행' 떠나기
시립미술관에서 '과거로의 여행' 떠나기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3.07.31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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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16인의 <순백의 기록>전 개최
▲ 강봉규 거릿재 1964

광주시립미술관은 최근 2년간 남도미술을 분야별로 조망하는 특별전을 기획한 가운데 올해는 광주․전남 사진계를 조명하는 <순백의 기록> 전시로 8월의 문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작고한 김홍인, 송진화, 신복진, 오종태, 이경모, 이진권, 최병오를 비롯해서 강봉규, 나경택, 문병오, 박종길, 박하선, 오상조, 장기철, 정영욱, 차일헌 등 광주·전남 사진 발전을 위해 열정을 바친 작가 16명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이다. 전시는 8월 1일부터 11월 3일까지.

특히 작고한 김홍인, 송진화, 오종태가 50~ 60년대에 제작한 작품들이나 이경모가 종군기자 시절 사용했던 카메라, 오지호 화백이 제자인 최병오의 첫 개인전에 보낸 친필 서한 등 귀한 자료들도 함께 전시 된다.

또한 사진의 ‘기록예술로서의 가치’를 최고로 여겼던 작고작가들이 찍은 광주·전남의 거리 풍경과 당시의 세태를 짐작케 하는 ‘만원 버스’ ‘인기 스타 촬영 대회’ ‘땔감 하는 사람들’ 등의 자료사진으로 만든 아카이브 공간은 관람객을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한다.
그리고, 예술의 길을 활짝 열어가는 강봉규, 오상조, 박하선은 수십 년 천착해 온 화두에 대해 인상 깊은 작품으로 풀어 놓고 있으며, 신복진․ 나경택은 한 컷의 보도사진으로 현장의 진실을 알리는데 뛰어났음을 느끼게 한다.

문병오, 박종길, 장기철, 정영욱, 차일헌의 70년대 작품들은 사진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녹아 들어간 작품들이다.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지난 시대가 지녔던 이상과 가치를 환기시키고 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현재 우리 지역에서도 사진 인구층이 광범위 할 뿐만 아니라, 미술계 역시 사진예술 분야의 작가층이 두터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다른 예술분야와 달리 사진예술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연구와 조명이 없었다.

나날이 비중이 커져가고 있는 사진예술이 우리 지역에서 어떤 모습으로 시작이 되었으며, 어떤 선구적인 작가들의 노력과 활동이 있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열리게 된 <순백의 기록>전시는 광주·전남 사진계 연구를 한 층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차일헌 해태작업 1970년대 후반
이번 전시는 최근 미술의 한 장르로써 영역을 넓히고 있는 사진예술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 지 우리 지역의 사진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출발 했으며 사진예술의 토대 마련 을 위해 어떤 사진작가들의 열정적인 뒷받침이 있었는지에 대한 탐구가 없었다.

이번 전시는 작고작가 및 원로작가 16명의 작품을 중심으로, 광주·전남사진의 출발 시점인 194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사회상과 역사적 사건들, 생활 풍물 등을 다큐멘타리적인 기록으로 남긴 작품들과 수십 년에 걸쳐 우리 문화의 원형을 찾아 진행해 온 작품들로 구성하였다.

이들 작품은 기술적으로 이미지를 덧씌우는 인위적 조작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카메라가 포착하는 대상도 어설프게 정체성을 잃어버린 모습이 아닌 원형을 간직한 순백의 모습이다.

때문에 지역 사진계를 되돌아보는 전시<순백의 기록>은 지역의 공립미술관으로서 광주·전남사진사에 대한 조명이 분명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지의 시작이며, 앞으 로 광주·전남사진사 정립을 위해 더욱 집중적인 연구가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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