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상정을 저버린 자는 경계하라
인지상정을 저버린 자는 경계하라
  • 이상수 시민기자/전 호남대 교수
  • 승인 2013.07.04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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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때 노(魯)나라의 오기(吳起)는 군주의 신임을 얻기 위해 제(齊)나라 사람인 자신의 처를 살해했다. 그러나 그는 노나라 사람들의 신임을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질책을 받았다.
또한 낙양자(樂羊子)는 위나라 장군이 되어 중산국(中山國)을 토벌할 때, 위나라 문후(文候)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중산국 사신 앞에서 관리(중산국)로 있던 자기 아들의 살을 씹어 먹었다. 문후는 그의 공로를 칭찬하기는 했지만 그를 믿지 않았고 결국 그를 파면했다.
또한 명나라 선덕(宣德) 시기에 금오위(金吾衛) 지사(指使)였던 부광(傅廣)은 스스로 거세(去勢)를 한 뒤, 환관이 되기를 청했다. 황제가 이 말을 듣고 이상히 여겨 물었다. “부광은 이미 3품의 고관이거늘 무얼 더 바라는 거냐? 자기 몸을 해쳐가면서 또 승진을 하겠다는 거냐?” 황제는 명을 내려 그의 죄를 다스리게 했다.
이처럼 사람을 알아보는 현명한 군주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해 화를 자초한 군주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춘추전국시대 환공(桓公)은 신하의 충언을 받아들이지 않아 말로가 좋지 않았다. 환공(41년)은 관중(管仲)이 병으로 쓰러지자 급히 문병을 가서 국가의 대사를 나누었는데, “그대에게 무슨 일이 생기게 되면 장차 누구를 재상으로 삼는 것이 좋겠소?” 관중은 “그것은 폐하보다 더 잘 아는 분은 없지요.” 라고 대답하였다.
환공이 “역아(易牙)가 어떻겠소?” 라고 묻자 관중은 “역아(이는 원래 환공의 요리사였는데 환공이 삶은 사람 고기를 먹어본 일이 없다고 하자 자기 아들을 삶아 환공에게 바쳤다.)는 자기 아들을 죽이고 폐하께 아첨한 인물입니다. 그것은 인륜을 저버린 행동입니다. 그러한 사람을 재상으로 삼으시면 안 됩니다.”라며 반대하였다.
환공이 다시 “그렇다면 개방(開方)은 어떻소?”라고 물었다. 그러나 관중은 “개방은 원래 위나라 공자이면서 자기 왕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가족을 버렸습니다. 이는 인간으로서의 도리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가까이 하시지 않는 것이 좋을 줄 압니다.”라고 대답하였다.
환공이 또 “그렇다면 수도(竪刀)는 어떻게 생각하오?” 라고 묻자 관중은 “수도는 스스로 거세하여 폐하께 아부한 인물입니다. 이 또한 인간으로서 도리가 못됩니다. 그를 신임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대답하였다.
환공은 관중이 죽은 뒤 그들을 조정에서 쫓아냈다. 하지만 환공은 그들이 그럴 사람 같지 않아 3년 뒤 다시 조정으로 불러들였는데 그들 세 사람은 자기들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환공은 그들의 손에 죽고 말았다.
이처럼 사람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보통의 마음이나 감정(人之常情)을 저버린 사람들은 언젠가 문제를 일으킬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인지상정을 어기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비도덕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이기심이 앞선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인격을 가늠할 때는 인지상정에 대한 그의 태도를 살피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현세에도 인지상정을 저버리고 입신출세욕이 가득 찬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권력있는 자에게 어떻게 해서라도 잘 보이려고 각종 아양을 떠는 모습들을 옆에서 지켜본다면 가소로울 것이다. 모두 남의 일이니까 관심가질 필요가 없다 할 것이다. 하지만, 일상의 도리를 지키지 않는 자는 자기만의 일이 아니라 타인의 권리나 인격을 침해하지 않으면 공을 세울 수 없다. 그러기에 제3자가 피해를 입게 마련이기 때문에 이들의 행동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자들은 사회악(社會惡)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다행히 인사권자가 명나라 선덕 군주처럼 인재의 됨됨이를 구분할 줄 아는 분별력이 있다면 모르지만, 제나라 환공 같은 인재를 구분 못하는 군주라면 백성의 살림살이가 편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도 인지상정을 저버린 자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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