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가 만난 사람 - 이낙연 의원
시소가 만난 사람 - 이낙연 의원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3.04.04 0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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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축으로 전남의 파이를 키울 것”
식량산업, 환경과 관광, 에너지산업, 해양산업, 실버산업 등 육성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통합당 전남도지사 유력후보 중 한명인 이낙연 의원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시민의소리>에서는 이낙연 의원의 철학과 전라남도 발전에 대한 구상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낙연 의원은 현재 도민들의 생활, 꿈, 고민 등을 듣고 배우는데 한참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는 4월 2일 광주전남민생연구원 사무실에서 오후 4시에 진행됐다.[편집자 주]

   
 ▲이낙연 의원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가슴 아팠던 순간은…

-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1982년에 제 아들이 태어나 제가 아버지가 됐을 때입니다. 제가 드디어 어른이 됐다는 어리둥절한 실감, 아들이라는 한 인간의 일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벅찬 의무감, 한 생명을 낳고 탈진해 누워있는 아내의 숭고한 헌신을 보는 남편으로서의 애잔한 마음 등등 무엇이라 형언할 수 없는 감동에 온몸이 떨렸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소녀가 자라 엄마가 되는 변화보다는 크지 않겠지만, 저로서는 그 날이 제 인생의 가장 큰 변화였다고 생각합니다.

가슴 아팠던 순간은 1980년 5월의 나날입니다. 무고한 이웃 수백 명이 우리 군에 살해된 5·18은 처절했고, 기자로서 그것을 보도하지 못한 저는 참담했습니다. 그 무렵에 저는 동아일보 국제부에서 햇병아리 기자로 일했습니다. 그 때는 비상계엄이 내려져 모든 보도는 사전검열을 받았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의 보도는 국제부 소관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광주가 유린되는 것을 보도하지 못하는 심정은 거의 죽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 때 서울에 사는 광주 전남 출신의 제 친구들은 날마다 저에게 전화를 걸어 “그것도 보도하지 못하는 게 기자냐?”하며 마구 퍼부어댔습니다. 한참을 퍼붓다가 밤이 되면 선술집에서 만나 소주를 마셔대며 울분을 삭이기 일쑤였습니다.

▲ 4선 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전라남도에 가장 유익했다고 생각하는 활동은…

- 작년말 국회에서 농협, 수협, 축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기관 이용자에 대한 비과세 및 세금감면의 혜택을 3년 연장하도록 제가 주도적으로 도운 일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이들 비과세 및 감면 혜택을 폐지해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국회에 내놓았습니다. 이들 법안이 통과되면 농어민 등 서민이 이들 금융기관에 예치한 돈에 대한 이자에도 세금이 붙게 됩니다. 이들 조합원의 출자배당도 세금을 물어야 합니다.

저는 세금을 다루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일했습니다. 저는 정부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게 막으며 비과세 및 감면의 연장을 주장했습니다. 처음에는 비과세 및 감면을 2년 연장하는 것으로 조세소위원회에서 결정됐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제까지 3년씩 연장하다가 이번에 2년 연장하면 비과세 및 감면이 곧 없어진다는, 잘못된 신호를 서민들께 드리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3년 연장하는 것으로 수정의결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저의 제안은 받아들여졌습니다. 그에 따라 3,000만 원 이하 예금 이자와 조합원 출자배당, 조합원 융자서류 인지세는 3년간 비과세되고, 조합의 법인세 감경은 2년간 유지되도록 수정됐습니다. 이 일로 저는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습니다.

또 기억나는 일은 2005년 제가 대표발의한 발전소주변지역지원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영광과 전남이 원전으로부터 세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운 것입니다. 그에 따라 2006년부터 원전 발전량 kw당 0.5원씩의 자원시설세를 받아 65%는 영광이, 35%는 전남이 쓰고 있습니다. 2006년부터 올해까지 영광을 포함한 전남이 1,996억원을 받았습니다.

▲ 현 민주당의 주류 비주류 갈등이 심하고, 광주전남에서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이 높은데 이낙연 의원이 생각하는 민주당의 혁신방안과 새 정치는 무엇인가?

- 작년말에 저는 제3세대 민주당을 준비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제안한 바 있습니다. 시야를 좁혀서 김대중 시대의 민주당을 제1세대, 노무현 시대의 민주당을 제2세대라고 한다면, 이제는 그 두 세대를 뛰어넘는 제3세대 민주당으로 가야한다는 뜻입니다. 제3세대 민주당으로 가려면 할 일이 아주 많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시급한 것만 말씀드리지요.

지금 민주당은 몇 가지의 치명적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첫째는 당원의 고령화입니다. 젊은 세대가 선뜻 입당하지 않는 고령정당으로 되고 있습니다. 둘째는 당원의 직업적 편중입니다. 당원들의 직업이 주로 자영업과 농업, 그리고 무직으로 구성돼 있고, 직장인들이 잘 입당하지 않습니다. 셋째는 지지계층의 공백입니다. 사용자는 새누리당, 노동자는 진보정당을 지지하는데 민주당은 그게 확연하지 않습니다. 넷째는 호남이라는 지역이 민주당의 가장 확실한 지지기반인데, 요즘에는 그것마저 흔들립니다.

김대중 노무현 시대에는 이런 과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이후 10여 년 동안 그런 노력조차 희미해졌습니다. 이런 과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민주당이 수권정당이 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민주당이 이런 문제를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자력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참으로 고민이 많습니다.

▲ 도지사 출마가 확실시되는데 전라남도 현안과 비전(발전방안)은?

- 앞으로 여러 차례 논의하고 다듬겠습니다만, 현재로서는 다섯 가지 발전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식량산업입니다. 이미 세계는 식량위기에 놓였습니다. 식량은 부족하고 그 가격은 올라갑니다. 이런 시기에 전남이 천혜의 여건을 살려 농축수산물의 생산과 가공과 유통에 매진하면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습니다.

둘째는 환경과 관광입니다. 전남은 공업화에 뒤졌지만, 비교적 깨끗한 환경과 개발되지 않은 관광자원을 많이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전국 섬의 65%, 해안선의 46%, 갯벌의 42%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 장점을 살리면 국내는 물론 중국과 일본 등 외국의 관광객을 유치하기에 충분한 매력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셋째는 에너지산업입니다. 세계는 탈(脫)석유시대에 대비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착착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것은 해상풍력이고, 그것이 가장 적합한 지역은 전남입니다. 중앙정부와 함께 이 산업을 전남에서 키워나가야 합니다.

넷째는 해양산업입니다. 수산업과 관광은 물론이고 물류, 플랜트, 자원, 스포츠, 레저 등 해양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미래산업으로 선진강국들이 이미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여수권과 목포권이 지닌 서로 다른 매력과 장점을 살리며 해양산업의 종합적 추진을 시작해야 합니다.

다섯째는 실버산업입니다. 전남은 수도권에서 멀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후가 따뜻하고 공기와 물은 깨끗하며 일조량이 많습니다. 초고령화 시대에 딱 맞는 자연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국최고의 노인전문병원을 유치하면 전남은 실버산업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 전라남도 동서 갈등의 문제와 극복대안은 무엇인가?

- 도청 이전 이후에 그 문제가 좀 더 커졌습니다만, 해법은 결국 균형발전과 균형인사지요. 그 구체적 방안은 여러 가지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공표하겠습니다. 전남의 권역별 갈등은 현실 그대로 인정하고 대처해 가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세상을 넓게 볼 필요도 있습니다. 전남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전남 내부에서 나누기만 하면 될 만큼 풍족하다면, 권역별 배분과 갈등에 매몰돼도 좋습니다. 그러나 전남이 풍족하지 못해 중앙과 외국으로부터 자산을 가져와야 할 상태라면, 전남 내부에서 나누는 문제에만 함몰될 수는 없습니다. 중앙과 외국으로부터 무엇을 어떻게 가져올 것인가를 함께 고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장차관 후보들이 청문회에 서기도 전에 낙마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직자가 가져야 할 덕목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처신해야 합니다. 고위 공직에 나서려는 사람은 젊은 시절부터 자기와 주변을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못한 사람은 공직을 포기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흔히 말하듯, 권력과 재산과 명예는 하나만 가져야 합니다. 그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을 가지려 하면 비극이 생깁니다. 그것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물론 저도 예외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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