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을 사는 사람들
복권을 사는 사람들
  • 문틈/시인
  • 승인 2013.02.2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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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각료 내정자, "로또 당첨된 사람들 같다"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 들 중 모르는 사람 아무나 붙들고 내 휴대폰 전화번호를 아느냐고 묻는다면 미친 사람이라는 말 듣기 딱 좋을 것이다. 로또 당첨은 그보다 더 확률이 낮은 요행수다. 1등 당첨이 8백만분의 1의 확률이라던가.
그래도 로또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하긴 로또 복권 구매가 허망한 일이지만 당첨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의 약간의 기대감도 있으니 한 주일을 가뿐하게 보내는 데는 괜찮을 법하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주말마다 로또 복권을 산다. 그리고는 주위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로또가 당첨되기를 기도해달라고 부탁한다. 지금까지 5만원 짜리도 당첨되어 본 일이 없으면서 말이다.
그런데도 일본 파견 근무 중에 알게 된 절친한 일본인 친구는 가끔 국제전화를 걸어와 당첨여부를 묻는다고 한다. 당첨되면 가난한 그 일본인 친구에게 당첨금의 반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것. 이젠 영 당첨 가능성을 포기하고 일본인 친구에게 당첨금 대신 자기가 죽으면 부의금의 반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이 기이한 이야기는 내가 아는 어떤 분이 자신의 이야기를 재미삼아 공개한 것이다.
실낱 같은 기대를 품고 행운을 시험해보는 심리가 우리 인간의 유전 인자에 박혀 있는 성싶다. 어떤 우연이나 행운이 일어나서 자신의 처지를 확 바꾸어주기를 바라는. 복권을 사는 심리를 타박할 것까지는 없을 것이다. 세상일이란 것이 어디 이녁 마음먹은 대로 되던가 말이다.
그래서인지 인생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해서 노력보다 운이 칠십 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옛말도 있다. 하지만 인생이 우연의 연속이라고들 하지만 성실한 노력이 전제된다는 점에서 나는 운보다는 노력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
발명왕 에디슨이 그랬다던가. 천재는 99퍼센트의 땀과 1퍼센트의 영감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천재조차도 99퍼센트의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인생을 운에다 칠십퍼센트를 기대하라고 하는 것은 갑남을녀 우리 같은 사람에게 너무나 심한 말이다. 그래서 나는 운칠기삼이라는 옛말이 못마땅하다.
무엇보다도 노력이 최고다. 노력하는 사람의 삶의 모습은 거룩하기조차 하다. 무엇인가를 이루어보려고 노력하는 삶의 모습에는 하늘도 감응한다. 복권에 당첨되라고 친구들이 기도해준다 한들 하늘이 도와줄 것 같지는 않다. 만일 하늘이 그런 요행수에 편을 든다면 세상은 엉망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도 복권 당첨자들이 한 주일에 보통 여나무 명이 나온다고 한다. 생판 모르는 사람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맞히는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내가 지금 복권 구매를 심각하게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별의별 일들이 다 있으니 그냥 별의별 일로 생각하는 수준에서 하는 말이다.
그렇긴 하나 국회 청문회에 불려나온 새 정부 각료 내정자들의 면면을 보면 어쩐지 운이 억세게 좋은 사람들처럼 보인다. 마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 같다. 왜냐하면 호남에도 그들 못지않은 사람들이 수두룩하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는 노력만으로 안되는 일도 더러 있는 듯하다. 그러니 운을 탓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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