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드라곤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아야
몬드라곤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아야
  • 이상걸 광주시 일자리종합센터장
  • 승인 2013.01.3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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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걸 센터장

협동조합 설립 열기가 뜨겁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두 달여가 지난 현재 광주지역에 새로 생겨난 협동조합이 60개이다. 광주시가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실시하는 강좌마다 자리가 비좁을 정도이다. 이와 같은 협동조합 설립 붐에 고무되고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광주지역이 타 시도에 비해 비교적 공동체적인 사회경제 토대를 가지고 있어서 협동조합이 자리 잡기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점, 시민공익활동의 경험이 풍부한 유휴인력이 많아서 이들이 협동조합의 인적자원화 될 수 있다는 점, 협동조합의 설립동기가 기업가정신의 발로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기업가정신은 최근의 경제위기속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지적되곤 하는데 기업가적 열정이 있지만 자본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이 소자본으로 아이디어창업이 가능한 협동조합 설립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설립동기의 이면에는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한다는 식의 편승효과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을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몬드라곤 협동조합인데 ‘몬드라곤’에서 배울 점은 무엇인가?
스페인 북부에 위치한 몬드라곤 계곡의 작은 마을들에서는 경제위기와 실업사태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수천 명의 사람들이 계속 일하고 있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17개국에 지사를 갖고 8만 여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년 간 200억 유로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세계적인 대기업들처럼 글로벌 다국적기업의 모양새이지만 협동조합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구조조정과 인원감축을 통해 위기를 해소하지만, ‘몬드라곤’은 경기가 좋을 때에는 직원들이 이윤을 나누고, 경기가 어려울 때에는 고통을 나누는 방식으로 위기를 헤쳐 왔다. 무엇이 이러한 당연하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원리를 실현가능하게 하였는가?
‘몬드라곤’의 성공비결은 협동조합의 철학과 운영원리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협동조합을 제도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철학으로 받아들였다. 협동조합은 인간에 대한 관점, 지역사회에 대한 관점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창시자인 돈 호세 마리아 신부의 가르침이 있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원칙들을 강조하였다.
첫째, 금전(money)이라는 필요불가결한 요소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지 않으면서도 자본보다는 근로를 중시할 것, 둘째, 무조건적인 평등주의를 지양하고 임금의 격차를 1:3의 비율까지 허용하면서도 모든 조합원에게 동일하게 1표씩을 행사할 수 있도록 조합원의 공평성 원칙을 지킬 것, 셋째, 모든 사항에서 결속력(solidarity)을 강조하되 온정주의를 피할 수 있도록 총회(general assembly)를 최우선시할 것, 넷째, 교육에 대한 투자 금액이 이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도록 할 것 등의 원칙이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창업자들은 처음부터 세계 최고의 기술을 추구하였고, 자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역 은행을 설립하여 새로운 사업 개발에 투자하였다. 그러나 기술과 자본은 단지 도구에 불과했고, 근본적인 성공원인은 그들 간의 결속력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개인이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조직과 지역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구조를 개발하는데 성공하였다. 개인에게 직업이란 자신의 가치를 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이다. 개인이 기업의 부속물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에 따라 자아를 실현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주체적 인간이 되는 것이다. 협동조합으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사람들에게 ‘몬드라곤’의 상식적이지만 치열한 경험을 배우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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