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기억을 가진 공간을 펼친다
안희정, 기억을 가진 공간을 펼친다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2.12.13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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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갤러리 광주점 20일까지 사진 입체 등 선보여
▲ 곳 _90cmx131cm_전남 순천시 별량면 별량길99번지_Digtal pigment print_2012

어린 시절 보았던 건물들이 익숙하게 펼쳐진다. 그러나 휑하게 너른 벌판에 뎅그러니 앉아있는 모습으로 관객의 시선을 끈다.

언젠가 본 건물이긴 분명한 데 석조건물은 사라지고 천으로 만든 가벼운 느낌이 오히려 중압감을 준다. 작가는 여기에서 관객과 소통하고자는 의미가 무엇일까?

장소에 따라 기억의 공간이 달라진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전라도 권역의 근대문화유산들이 그 소재로 등장하여 익숙해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2012광주롯데창작지원공모' 선정작가전의 하나로 청년작가 부문 지원전시인 안희정(37)씨의 초대전이 그것이다. 이번 전시의 테마는 '곳 – somewhere'이라는 장소성이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상징 건축물들이 기존의 큐브 형태로 등장한다.

▲ 곳_41cmX61cm_전남 목포시 유달동 8번지_Digtal pigment print_2012
안희정은 천에 인화한 사진 이미지를 입방체의 큐브 형태로 제작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 사진 이미지에는 현대문명 안에서 규격화된 건축물이 주를 이룬다. 사각형의 이미지가 드러내는 정형성, 혹은 객체성은 소통으로부터 단절된 고립된 공간의 형태로 해석하고 있다.

단단한 물성을 수반하는 큐브가 경량감의 천으로 변하며 관람자의 시각적, 촉각적 흥미를 유발했다. 건조함으로 대변되는 현대문명의 도상들이 유연한 물질감으로 재해석되는 것은 작가 작업의 화두인 ‘소통’의 문제와 직결된다.

이번 초대전은 큐브 작업과 연장선상이다. 소통의 화두에서 나아가 ‘기억을 가진 공간’, 즉 장소성의 가치에 천착하는데, 평면의 사진 프레임과 입체작업의 형식으로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작품들은 등록문화재로 지칭되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안에서 상징적 가치가 있는 근대문화유산을 총 망라한다. 일본영사관의 역할을 했던 현재의 <목포시립도서관>을 비롯한 순천, 김제, 정읍, 익산시 등에 현존하는 일제수탈의 상징 건축물들이 기존의 큐브 형태로 등장한다.

전시는 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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