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혼자 잘 난 사람은 없다
저 혼자 잘 난 사람은 없다
  • 문틈 시인
  • 승인 2012.12.05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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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다 저 잘난 맛에 산다. 그 맛이 없으면 도무지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저 잘난 맛이라니, 생각해보면 이 말은 참 무서운 말이다. 자칫 저 혼자 잘난 사람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내 말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인간은 누구나 존재 자체가 잘난 것이지 누구와 비교해서 잘 났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는 뜻이다.

달리 말해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저 잘났다고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다들 잘 났으므로, 다들 같은 높이에 살고 있으므로 저 혼자 똑별나게 굴 까닭이 없는 것이다. 성서에 이르기를 ‘건축자들이 버린 돌을 머릿돌로’ 쓰였다고 했다. 그냥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연명하는 무식한(?) 어부들을 예수가 그의 수제자로 데리고 다녔다.

선거철이면 으레 온갖 비방이 난무하고, 다들 저 잘났다고 허풍을 떠는 소리가 귀에 시끄럽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지도자를 선출할 때 제비뽑기를 했다. 왜냐 하면 가위 바위 보, 즉 제비뽑기를 해서 뽑힌 사람은 저가 다른 후보보다 더 잘 나서가 아니라 그저 운이 좋아 우연히 뽑힌 것이라는 권력의 초심을 자각시키기 위해서다. 그래야 지도자가 국민의 진짜 마름이 되어 봉사하게 된다고 본 것이다.

투표를 통해 선출된 사람은 ‘선출된 권력’이라고 해서 군림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고대 그리스가 투표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도자가 국민의 뜻과 달리 권력을 행사할 때는 조개껍질에 그의 이름을 써서 국외 추방을 놓고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어떤 면에서는 이것이 진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싶다.

우리도 이제 진짜 민주주의를 생각해볼 때가 왔다. 인터넷이 그물처럼 촘촘히 깔려 있는 시대에 이를 이용하여 새로운 정치 형태를 고안해보자는 것이다. 텔레비전 드라마가 네티즌의 빗발치는 클릭 때문에 예정에도 없이 몇 회 더 연장하거나 죽어가는 주인공을 되살려 놓는 시대이다.
이처럼 인터넷 공간에 상원(上院)을 만들고, 선출된 국회의원의 모임을 하원(下院)으로 하는 양원제를 실시한다면 국민의 뜻이 더 잘 반영되는, 그야말로 국민이 주인되는 직접민주주의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현재의 국회의원수를 대폭 줄이고, 상원은 몇 십만의 자원봉사자들로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국회는 국민과 유리되어 밤낮 쌈박질을 하는 권력 다툼의 진앙지 구실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 공간에 상원을 둔다면 국회(하원)가 결의한 것을 상원이 거부할 수도 있어 민의가 직접 반영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대의제의 장점에 직접민주주의를 보완한 새로운 정치 구현을 할 수 있다.
이런 아이디어는 국민은 누구나 저 잘났다고 보는 관점에서 해본 구상이다. 일인일표제 투표라는 것도 장삼이사 다들 잘 났다고 인정하는 제도가 아닌가. 선거 후에 ‘그들만의 정치’가 되어버리는 지금까지의 정치 제도를 민의를 직접 반영하는 새로운 정치 제도로 바꾸어 보자는 말이다.

그건 그렇고, 다들 잘 났다는 말을 귀하게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한결 살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그 세상에는 상대에 대한 존경, 배려, 겸손이 강물처럼 흐를테니. 그저 선거철에 마음이 붕 떠서 해본 한낮의 몽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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