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밀, 동맥경화 ‘비상’
우리 밀, 동맥경화 ‘비상’
  • 박재범 기자
  • 승인 2012.06.13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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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량 늘었지만 정부 소비정책은 ‘난감’
농가 “무조건 낳으면 키워준다고 부추기고선 나 몰라라”

우리 밀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 시책대로 자급률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가 그에 따른 소비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예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밀 생산에 참여했던 농가에서는 ‘아이를 낳기만 하면 키워 줄 테니 무조건 낳아라’고만 정부가 부추길 때는 언제이고 이제 아이를 낳고보니 '나몰라라'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가 2015년까지 국산 밀 자급률을 10%까지 높이겠다며 지나 2006년부터 장려에 나섰다. 올해 자급률 예상치는 약 3%. 하지만 벌써부터 지난해 재고에 올해 수확량까지 마땅한 판매처를 찾지 못해 ‘우리 밀’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밀 생산량은 총 4만 톤, 이 중 2만 톤이 지난해 소비되지 못했다. 올해 총 생산예상량은 3만6천 톤으로 지난해 재고 물량까지 합하면 총 5만6천 톤에 다다른다.

이렇듯 우리 밀의 국내 자급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원활한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 밀 소비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제일제당(CJ), 한국동아제분, 대한제분 등 국내 제분업체에서도 우리 밀의 구입 단가가 수입 밀에 비해 3배 가량 높은데도 활성화를 위해 가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제빵업체나 식품업체 등 2차 가공 업체에서 우리밀 밀가루를 구매하지 않아 구매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제분업체도 지난해 재고누적으로 인해 올해 계약관계 물량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우리밀농헙협동조합(이하 우리밀농협)에서는 이런 실정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5월29일 농림수산식품부, 제분협회, 농협중앙회, 제분회사, 주정협회 등과 회의를 가졌다. 당시 5만6천 톤의 우리 밀 중 3만 톤을 주정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가격 차이로 인한 재원 확보방안이나 대량 소비처에 대한 부분은 논의되지 못했다.

우리밀농협 김영섭 조합장은 “국가에서 밀 자급률을 10%로 올린다고 해서 농민들이 밀을 재배한 것이다”며 “현재 자급률이 3%에 임박하자 정부는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주정협회에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식량산업과 김 성 행정사무관은 “2011년도에 종합대책을 수립해 진행하고 있는데 재고량이 발생해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며 “올해 초에 소비홍보대책을 수립했고 국산밀산업협회를 통해 국민들에게 우리 밀 1kg먹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5년까지 자급률을 10%로 높이려는 정책에 맞는 장기적인 계획이 따라야 한다는 질문에는 지난 2월 농림식품부가 ‘우리 밀 소비촉진을 통한 자급률 제고에 적극 노력’한다는 보도자료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총 5억7천만원을 지원해 "우리 밀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비촉진 홍보를 통한 소비 저변확대가 가장 시급한 상황이며, 이를 위해 대중매체 공익광고 캠페인 및 홍보 시식회 등을 통한 소비홍보와 함께 민간 참여을 유도하기 위해 밀 자조금 신규도입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여기에 우량종자 공급확대, 국산 밀 저온저장시설, 원료곡 수매 자금 지원 등의 다각적인 생산기반 확충 대책을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가 소비확대를 위해 국민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하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 별다른 대책마련은 사실 전혀 없는 실정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국내 우리 밀 생산량 중 약 90%가 광주와 전남·북에서 생산되고 있다. 밀 재배 농가들은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올해가을부터 총체보리 등으로 계약재배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어렵게 높였던 밀 자급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 6월 초에 국내에서 생산된 밀을 수매하는 우리밀농협협동조합, 생협 등으로 구성된 국산밀산업협회에서 결정된 사항은 나머지 과잉된 3만6천톤까지 회원사에서 책임질 수 없으니 정부에서 해결방안이 나올 때까지 수매를 유보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박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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