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했던 역사, 광주!
당당했던 역사, 광주!
  • 윤장현 아이안과 원장
  • 승인 2012.05.1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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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 아이안과 원장
2012년 5월 광주!
산천은 유구한지라 5월의 신록은 다시 눈부시다. 금남로의 핏빛 주검들은 망월동 이팝나무에 둘러싸인 채 못다푼 한까지 묻고 잠들어 있지만 살아남은 우리 모두는 또 일상의 삶을 살아간 채 32년 세월이 흘렀다. 그리도 장엄한 역사의 항쟁만큼이나 무거운 유산을 안고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당당했던 역사의 무게만큼 살아남은 후손들은 부채의식으로 집단외상후증후군을 앓고 있다. 역사에도 물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질량 불변의 법칙이 있는 것일까? 위대함의 끝자락은 늘 초라하고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것인지 2012년 5월 광주는 당당하지도 또 크게 넉넉하지도 못하다.

정치적으로는 군부독재를 퇴진시키고 민주정부를 세웠다고는 하지만 지역의 정치구도는 민주당 일당 지배구조에서 한발짝도 뛰어넘지 못하고 불편한 타협의 역사만이 연장되고 있다. 지역내에서의 작은 민주주의운동도 꽃피워내지 못할뿐더러 진보운동이나 진보정치운동의 영역에서도 21세기 한국사회를 견인할 주체나 담론도 커보이지 않는다.

지역적으로는 여전히 영호남 대립구도의 한축으로 견고히 자리 잡고 있는 형국이니 이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방자치에 있어서도 중앙의 정치는 문제가 있더라도 우리 지역에서만이라도 내부적으로는 따뜻하게 그리고 밖으로는 당당함을 외칠 수 있는 지역 공동체를 구축해가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근래 공직자들의 부정이나 부적절한 판단으로 조직의 내부가 흔들리고 지역민들이 부끄럽고 걱정이 너무나 크다. 또한 가장 어려움에 처해있는 농민들을 진정으로 걱정하여 함께 살아남으려는 치열함 또한 찾아보기 힘들고 일부 일탈행위에 대해서 오히려 몰아붙이고 있다는 보도는 우리 모두를 당혹스럽게 한다.

시민사회운동의 영역에서도 시민들과 소통하고, 시민들이 신뢰하며 함께 지역을 견인해 가는 틀마저도 약화되어가고 있다. 세월이 지날수록 희망으로 서로 다져지기 보다는 무관심과 체념으로 파편화되고 있지 않나 불안하다.

이웃 일본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되어 잿더미 속에서도 평화의 싹이 피어내듯이 우리 광주도 희망의 불씨를 찾아내야 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힘 있는 사람, 당당했던 사람들이 더욱 낮아져야 한다. 정치인, 행정가, 지식인, 5월 단체, 시민운동가 등이 그러하다. 이들이 낮은 자세로 시민들과 우리의 후손들에게 다가서야 된다.

작은 희망의 불씨들도 보인다. 전라도의 정서적 정체성을 담아내는 전라도 닷컴도 이미 100회를 넘게 출간되고 있고, 광주국제교류센터의 영문판 광주 뉴스도 100호를 넘겼으며 무등산 풍경소리도 100회 공연을 넘겼다.

엊그제 5월 5일 어린이날에 펼쳐진 아름다운 가게 장터는 서울보다도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한 꿈의 장터였다. 아직도 시민들의 가슴속에는 그토록 자랑스러웠던 대동세상의 불씨들이 사그라들지 않고 들불이 될 기운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당했던 역사는 결코 지워질 수 없다. 그 무게만큼 버거운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를 늘 다시 깨워낼 수 있는 것이다. 국제적인 인권행사도 중요하지만 93세 되신 태평양유족회 이금주 할머니나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양금덕 할머니도 살피며 모시고 갈 때 따뜻하고 당당한 광주라 할 수 있다.

잊어버리지 말자! 포기하지말자! 광주는 고유명사만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도 또 미래에도 보통명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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