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뱃속의 이물질'이 될 수 있는 우리 아이를 꿈꾸며...
'고래 뱃속의 이물질'이 될 수 있는 우리 아이를 꿈꾸며...
  • 이미자 어린이책시민연대 회원
  • 승인 2012.04.18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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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자 어린이책시민연대 회원

올 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우리 큰 아이를 보면서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저 수동적이고 생각을 하지도 않고 그게 왜 그렇게 되어야 하는지 질문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일이다. 우리 아이가 가정 통신문을 가지고 왔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1인 2기를 음악과 체육에서 시행하려고 하니 원하는 종목을 아이와 상의해서 어떤 악기를 할 것인지 어떤 종목을 할 것인지 결정해서 보내달라는 것이다.

곽노현 교육감님이 들어서고나서 문예체 교육을 강화한다고 하더니 입시에 목메고 있는 고등학교에서도 이렇게 변해가는구나 하고 역시 교육감을 잘 뽑아 놓으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아 속으로 뿌듯하기도 했다.

우리 아이는 골프와 기타를 배워보고 싶다고 그것으로 결정해서 보냈는데 신청자가 많아서 음악은 그대로 기타를 하게 되었는데 체육은 골프가 아닌 태권도를 하게 되었다며 아쉬워했다. 아쉽지만 그래도 즐겁게 해보라고 하고 당연히 그에 따른 교재와 모든 준비물들은 학교에서 다 마련되어 아이들은 배우는 즐거움만 누리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교재와 준비물을 모두 학생들이 마련해서 배워야 한다는 거다. 기타는 선택한 아이들은 기타를 태권도를 선택한 아이들은 도복과 신발을 마련해야 하니 그 비용을 가지고 오라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학교에서 비싼 등록금을 받아서 어떤 비용으로 쓰기에 무조건 1인 2기를 선택하게 해놓고 그 비용을 학생들에게 전담시키는 것인지 화도 났다. 3년을 내내 하는 것도 아니요 1년에 많아야 10~15회 정도를 하기 위해 도복을 사고 신발을 사야 한다니. 나중에라도 쓸모가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도 않고...
그래서 도복을 사고 신발을 사야 한다며 돈을 달라고 하는 우리 큰 아이에게 ‘넌 선생님이 사라고 하면 무조건 사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 1년에 몇 번을 하게 되며 체육복을 입고하면 왜 안되는 것인지 선생님께 여쭤보았냐?고..
우리 아이는 "왜 그것을 내가 선생님께 여쭤봐야 하냐? 모든 아이들이 선생님이 말하니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내가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도리어 내게 화를 냈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선생님께 왜 사야하는지부터 꼬치꼬치 물어봐야 하는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이상한 부모인가. 시시콜콜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따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들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저 시키면 아이 스펙 하나를 채워주는 것으로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데. 나만 그것이 부당하다고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고래 뱃속의 이물질이 되고 있는 듯한 생각. 거기다 우리 아이도 나를 그렇게 보고 있다는 느낌. 좀 착잡했다. 그렇다고 우리 아이에게 너도 고래 뱃속의 이물질이 되라고 그래서 선생님께 왜 그래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라고 말해야 하는 것인지. 그렇게 하지 않은 우리 아이를 타박해야 하는 것인지. 참 어정쩡했다. 질문을 하는 것이 튀는 것이고 언제나 궁금하면 질문을 할 수 있는 질문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과 의견을 서로 주고 받는 소통의 교육이 아니라 그저 수동적으로 던져주는 것을 주입하면 되고 생각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외워서 다른 사람들과 경쟁에서 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그런 경쟁위주의 교육환경이 안타까울 뿐이다.

작년에 무상급식 확대 실시 문제로 주민투표가 실시되었고 주민투표 무산으로 서울시장이 새롭게 뽑혔다.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면서 여기저기 작은 변화들이 시작되고 있다. 무상급식이 실시되었고 서울 시립대의 반값 등록금이 현실화 되었다. 그저 공약으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직접 우리 생활에 적용되고 우리 삶의 변화를 느끼게 하고 있다.

교육감 또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혁신교육과 학생인권조례등 우리 아이들의 학교와 교육환경이 작은 변화들이 시작되고 있다. 학교에서 염색을 하는 아이들을 보아도 노는 아이로만 보지 않고 선택의 문제로 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며 이번 총선은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진일보 할 수 있느냐 하는 기로에 선 중요한 선거이다.

소수를 위하는 경쟁 시스템의 교육이 아니라 다수가 배우는 즐거움과 행복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그런 변화가 만들어 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번 선거에 담아본다.

/교육희망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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