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과 함께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봄날 느닷없이 환하게 웃으며 내보이던 꽃. 깽깽이풀 ! 이름조차 친숙하고 정겨워 몇 번이고 불러보고 싶은 우리 꽃이다. 옹기종기 모여 피어있는 곳에 햇빛이라도 비칠 때면 청초한 연보랏빛을 띤 꽃송이들은 내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이제는 점차 사라져가는 희귀식물이 되어 더욱 애틋해지기만 한다.
꽃이 피고 난 후에야 뿌리에서 올라오는 잎은 잎자루가 잎의 중간에 달려 있어 작은 연잎처럼 느껴진다. 또한 이 잎도 연꽃의 잎처럼 물방울이 떨어지면 또르르 굴러 떨어진다.
내버려두면 제 멋대로 피고지고 자유로운 자태로 살아 갈 깽깽이풀이 이젠 법적인 보호를 받아야만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깽깽이풀이 사라져가는 이유 중 하나로 자연조건의 변화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결정적인 원인은 사람들의 손에 달려 있다. 예전에는 이 식물의 뿌리를 약재로 남획했고, 요즘엔 동호인들이 자기 온실에 가두어 놓거나 팔려고 캐어 가니 멸종위기종이 되었다
예쁜 것도 죄인가! 국립환경과학원이 2005년 분포지를 조사한 결과 생육지 훼손이 심각한데다 빼어난 관상가치가 불법채취를 불러 “개체군 유지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개미는 깽깽이풀의 종자번식에 한몫을 한다. 개미는 씨앗 표면에 꿀을 분비하는 밀선을 좋아한다. 이 씨앗을 물고 자기 집으로 가다가 떨어뜨린 일정한 길에서 줄 모양으로 싹이 나고 꽃이 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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