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의 '할복자살' 발언
구청장의 '할복자살' 발언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6.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7일 오후 4시 30분 광산구청 7층 회의실.
공군측이 마련한 광주공항 기존 활주로 이설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가 500여명의 주민들이 빽빽이 들어선 가운데 열렸다.


주최측 설명이 끝나자 8명의 주민들은 하나같이 공군부대를 향해 '광주공항 이전'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50년 가까이 전투기 소음피해를 보고 있지만 국방부나 정부가 무엇을 해준 것이 있느냐"며 "다른 곳으로의 이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설명회는 완공단계인 복수활주로 신설과 현재 사용중인 활주로의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 38℃에서 36℃ 방향으로 활주로를 옮길 때 발생되는 소음 및 진동 피해정도를 주민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 공사는 곧 광주공항이 광산구에 영구적으로 남겠다는 것이 아니냐. 법적 요식 절차를 갖추기 위한 설명회에 참석할 이유가 없다"며 중간에 설명회장을 빠져 나가기도 했다.


주민들의 격앙된 발언에 이어 송병태 구청장도 선거유세를 방불할 정도로 "예비 활주로 신설 당시 그 어떤 공사계획도 없다던 공군이 다시 기존 활주로를 이설하고 탄약고 시설을 들여놓으려고 한다. 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공군측을 강력 비난했다.


급기야 송 구청장은 "국방부 앞에서 할복자살을 하더라도 이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모든 구민들과 함께 머리띠를 메고 반대투쟁을 벌이겠다"는 발언까지 쏟아냈다.


그러나 일부 구 의원들과 일부 주민들은 구청장의 돌연한 '할복자살' 발언에 깜짝 놀라면서도 그 배경에 의아해 했다. 이미 98년 국방부 사업 승인 당시부터 최근까지 수십차례 국방부 등을 통해 '광주기지 작전성 향상을 위한 복수활주로 공사'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광산구의회는 특위까지 구성 수차례에 걸쳐 복수활주로 대책을 구청장에게 따져 왔었다. 그때마다 송 구청장은 "복수활주로가 아닌 민간 항공기의 원만한 운항을 위한 예비활주로"라고 묵살하며 공군으로부터 활주로 증설에 따른 토지수용 및 보상, 마을 이전 등의 업무위탁까지 해왔다.


이날 송구청장의 강경발언은 "자신의 결연한 의지와 달리 일부에서는 환경영향평가까지 벌이고 있는 단계에서 자신의 '예비활주로' 주장이 잘못됐음이 드러나자 이를 비껴가기 위한 '면피용발언'이 아니겠냐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99년부터 구의회가 지적한 활주로 공사에 따른 각종 소음피해 및 광주공항대책을 '할복자살'의 각오로 광산구민들과 함께 꾸준히 해왔다면 구청장이 말한대로 "거짓말에 속지는 않았을 것"이다.
광산구민은 광주공항문제를 선거용이 아닌 주민 생활권에서 바라보고 해결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