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나 작은가
나는 얼마나 작은가
  • 문틈
  • 승인 2012.03.2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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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9월 5일 미국 우주항공국은 우주탐사선 보이저1호를 쏘아 올렸다. 보이저1호는 1시간에 6만1천킬로미터의 속도로 날아가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등을 수년에 걸쳐 차례로 탐사하고 1990년 6월 5일 지구를 바라보기 위해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자기가 떠나온 먼 지구를 마지막으로 한번 바라보기 위해서였다. 보이저1호는 태양계의 끝자락에서 본 지구의 모습을 촬영해 지구로 송신했다. 그때 108억 마일 떨어진 곳에서 보이저1호가 뒤돌아본 지구의 모습은 어땠을까.

지구는, 놀라지 마시라, 한 알 빛 알갱이였다. 수많은 별들로 이루어진 빛의 무리 가운데 마치 바늘 끝으로 콕 찍은 자국 같은, 한 개 먼지 크기만한 빛 알갱이. 그 빛 알갱이 무리로부터 엄지손가락만 길이만큼 왼쪽으로 떨어진 거리에 쬐그만 태양이 빛나고 있었다.
너무나도 작은 빛 알갱이 지구를 보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 먼지처럼 작은 ‘창백한 푸른 점’(폰 브라운) 안에 푸른 하늘과 바다와 수많은 나라들과 산과 강과 길, 나무와 새들, 구름들, 노을, 그리고 도시와 마을, 기차, 비행기, 나비, 강아지, 장미, 아, 그리고 날마다 먹고 살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 일터로 나갔다가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가는 인간군상들이 거주하고 있다니.
눈에도 안 띌 만큼 작은 먼지별 하나에 이런 아름다운 풍경과 문명을 간직한 뭇 생명들이 살고 있다니 그저 기적처럼 감사하고 고맙고 놀랍지 않은가.

보이저1호는 태양계를 벗어나 지금도 더 먼 성간 우주를 향하여 끊임없이 내달리고 있다. 그 보이저1호에는 혹시 먼 훗날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만나게 되면 알아보라고 지구의 소식을 탑재해 놓았다. 태양계의 위치, 남자 여자의 벌거벗은 그림, 베토벤의 음악 등등, 그런데 과연 외계에 우리 같은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어서 보이저1호를 조우하게나 될까.

태양계의 경계선에서 보면 지구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보이저1호는 우주를 탐사하러 떠난 것이 아니라 마치 지구가 우주에서 얼마나 작은 별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우주로 떠난 것만 같다. 우리가 천하라고, 온 세상이라고 믿는 지구가 우주에서 볼 때 태양계의 구석자리에 있는 눈에도 안보이게 작은 한 개 빛 알갱이 별일 뿐이라고.
보이저1호가 촬영해 보낸 작은 빛 알갱이 지구의 모습을 보며 나는 문득 깨닫는다. 나는 이 우주 가운데 비록 하잘것없는 존재이지만 그러니 이 작고 외로운 지구를 더 사랑해야 한다고. 살아 있는 동안에 모든 생명들을 사랑하면서 지내야 한다고.

미움과 증오에 시달리는 지구의 주민들에게 태양계를 벗어나고 있는 보이저1호는 그런 메시지를 지구인에게 보내온 것이 아닐까.
옛날 중국 시인 백거이는 노래했다. ‘달팽이뿔 위에서 무엇을 다투는가/부싯돌 번쩍하듯 찰나에 사는 몸/부유하나 부족하나 그대로 즐겁거늘/하하 크게 웃지 않으면 그대는 바보’라고. 그래, 우주야, 우리 지구는 얼마나 작으냐. 지구야, 나는 얼마나 작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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