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評 - 이혼의 자유
世評 - 이혼의 자유
  • 임태호 변호사/본지 편집자문위원
  • 승인 2012.01.0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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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변호사로 활동한지 14년째 되다보니 다양한 분야의 사건들을 접하게 된다. 민사, 형사사건과 더불어 꾸준하게 맡아 온 사건이 이혼사건이고 최근에는 다른 분야 사건들에 비하여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가족,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했다는 단면이다. 더 이상 참고 가족을 위하여 희생하는 것만이 미덕인 시대가 아니라 그나마 남은 인생이라도 보다 구속받지 않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다보니 황혼이혼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현행법상 이혼을 하는 방법은 협의이혼과 재판상이혼 두 가지뿐이다. 우리 법제상 재산분할, 위자료, 친권, 양육권과 관련하여 부부 상호간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면 결국 이혼소송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 민법은 재판상 이혼의 경우 유책주의 입장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때로는 이혼이 쉽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유책주의는 혼인관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데 대하여 책임을 제공한 사람이 제기한 이혼청구를 받아주지 않겠다는 것이고, 그에 비하여 파탄주의는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이 났다고 한다면 파탄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 이혼 청구를 하여도 이혼 판결을 하는 것을 말한다.

유책주의를 일관되게 취할 경우 어느 한쪽의 책임과는 무관하게 사실상 혼인 관계가 파탄이 난 경우 객관적으로 보아 부부관계를 종료하고 각자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혼 청구를 하여도 상대방이 내심 다른 이유가 있어 이를 거부할 경우 결국 두 사람은 평생 부부라는 족쇄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재판을 하다보면 주로 남자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하거나 상습적으로 폭행을 가하여 혼인관계가 파탄이 난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여건이나 자녀 양육 등의 문제로 인하여 여자쪽에서는 쉽사리 이혼 청구를 하지 못한다.

또 남자쪽에서 혼인 파탄을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여도 여자측에서 이혼을 거부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혼인 파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법원에서 인정하는 위자료가 기껏해야 3천만원 안팎인 경우가 많아 그것으로는 여자측에서 이혼 후 생활보장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재산분할을 통하여 가사를 돌보던 여자도 30% 내지 50% 정도 비율로 보장을 받기는 하지만 그에 따라 분할받는 재산은 실제로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 민법상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도 이혼 판결이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객관적으로 보아 두 사람의 신뢰관계가 깨진 지 오래되고 더 이상 부부라는 족쇄를 털어버리고 각자 삶의 길로 가는 것이 최선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파탄주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이혼 판결을 하고 다만 책임있는 자에 대하여 징벌적 의미에서라도 위자료 부담 액수를 대폭 늘리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된다.

혼인 파탄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건 간에 부부 관계가 사실상 종료되고 서로 다른 공간에서 각자의 삶을 수 년 동안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책배우자에게는 이혼 소송을 할 권리를 영구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이 역시 헌법상 보장된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셈이 된다 할 것이다.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여 다들 자신의 행복을 최대한 누리는 날들이 되기를 기원하며 이 글이 여러분의 이혼을 조장하는 취지로는 해석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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