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만화를 새로운 차원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이끼] 만화를 새로운 차원으로 업그레이드했다.
  • 김영주
  • 승인 2011.12.04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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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과 [특수본]을 보았는데, 이야기하고픈 맘이 별로 일어나지 않았다. 이야기꺼릴 잡지 못해서 다른 영화를 찾아보다가, 문득 만화[이끼]가 떠올랐다. 자자한 소문만 듣다가, 몇 달 전에야 겨우 찾아보았다. 놀랍고 쎈세이션했다. 영화[이끼]도 괜찮았지만, 만화가 영화보다 훨씬 좋았다.( * 영화[이끼]에서 늙은 이장 역할을 한 정재영의 연기는, 그 동안 그가 보여준 좋은 연기 중에서 가장 빼어나다. 그를 감쪽같이 70대 대머리 노인으로 만들어낸 분장술이, 그의 연기를 더욱 빛내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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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80화, 1화부터 놀랍고 쎈세이션했다. 놀라운 만화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만화를 보았지만, 이토록 독특한 만화는 드물다. 그 내용과 스토리 전개방식도 독특하지만, 그림체와 장면 배열방식 · 등장인물의 개성 그리고 그 몸짓과 표정들 · 실감나는 대사와 미묘한 감정이 배인 침묵 그리고 그 틈새들 사이로 흐르는 스산한 분위기를 그려내는 솜씨와 스타일이 사뭇 독특하다.

인간처럼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며 살아가는 동물은 없다. 게다가 요즘처럼 엄청난 변화속도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적 접촉과 갈등을, TV드리마[하얀 거탑]이 그 교활한 줄타기 서스펜스를 얼마쯤 잘 드러내주었다. 만화[이끼]는 그 교활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으스스하게 스산한 심리적 서스펜스를 보여준다.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스타일도 범상치 않다. 어찌 보면 내용 전개가 어렵게 꼬였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똥폼 잡느라 괜시리 비비꼬아서 어렵게 끌고 간 게 아니라, 스토리와 장면에 긴장감을 바짝 돋우는 절묘하고 치밀한 기법이다.

배경그림이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이 만화가 그려내려는 음침하고 사악한 이야기를 미리 예감케 하며 긴장시킨다. 그 동안 보고 만났던 만화 그림과는 그 스타일이 사뭇 다르다. 앵글 각도가 매우 다양하고, 미묘한 표정처리가 뛰어나고, 마음의 움직임이 손에 잡힐 듯 실감난다. 한 컷 한 컷이 하나의 작품 사진 같은 명암과 질감 그리고 다양한 앵글로 줌-인하거나 줌-아웃하면서 그 수많은 장면들을 이어간다. 마치 영화 같은 호흡과 역동성을 느끼게 해준다. 그 밀고 당기는 리듬을 따라서, 그 내용과 스토리가 더욱 생동하게 꿈틀거린다. 그 묘사력과 연출력이 참 대단하다. 이 만화가 주는 최고의 맛이다.

어디에선가 만난 듯한 우리나라 그 인간들, 평범해 보이면서도 녹록치 않은 삶의 그림자가 담긴 모습들, 상황에 따라 미묘하게 반응하는 그 몸짓과 표정들, 놀랍고 깊이 숙성된 관찰력이다. 그걸 그 대단한 묘사력과 연출력으로 실감나게 그려낸다. 그런데 남녀주인공 얼굴은 상투적인 미남 미녀로 그린 게 조금 서운하다. 독자들의 대중성을 배려한 걸까? 마을 이장 얼굴은 매우 과장된 얼굴이긴 하지만, 그렇게 과장해서 그린 게 오히려 더 적절해 보인다. 그의 얼굴 그리고 몸짓과 표정이 매우 강렬한 긴장감을 준다.

등장인물의 실감나는 대사와 미묘한 감정이 배인 침묵 그리고 그 틈새들 사이로 흐르는 미묘한 분위기들을 그려내는 솜씨와 스타일이 사뭇 독특하다. 그 스산하고 으스스한 배경 그림과 그 질감에 그걸 담아넣어서 다양한 패턴으로 살려낸다.

이 만화에 서운한 점도 없지 않다. 스토리의 큰 틀이 거슬린다. 마을 이장과 그 쫄다구들이 그 마을에서 그렇게 함께 산다는 것, 그것도 한 여자를 함께 . . . . 그들과 그 여자가 그렇게 함께 살게 되는 계기와 살아가는 모습이 억지스럽다. 그 여자를 그렇게 설정하는 자체가 어색하고, 그녀가 보여줄 그 무슨 반전을 기대했는데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많이 아쉽다..( * 영화에서는 그걸 보여주지만, 그래도 별로 개운하지 않다. )  차라리 초반에 보여준 ‘무슨 기도원’인가를 그대로 이어 받아 끌고 가면서, 그 쫄다구들과 함께 [도가니]의 못된 학교와 비슷한 분위기로 잡아갔더라면 훨씬 자연스러웠을 텐데 . . . . 검사 캐릭터는 그 스토리에 계속 겉돌며 군더더기로 보인다. 보험회사나 증권회사 과장을 하면서 좋지 않은 인연으로 주인공의 일에 얽혀든 삐딱한 친구쯤으로 설정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옥에 티’이다.

윤태호 작가는 만화를 새로운 차원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영화감독을 하더라도 아주 잘 할 것 같다. 그의 영화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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