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말무사]와 영화[몽골]
@만화[말무사]와 영화[몽골]
  • 김영주
  • 승인 2011.10.07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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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내 인생을 말하면, 초등 시절엔 만화의 바다에 퐁당 빠져서 살았고, 중고등 시절엔 만화방의 만화책이 시들해지면서 TV만화영화에 푸욱 젖어 들었고 성인만화에 몰래 달아오르기도 했으나, 대학시절 뒤론 만화책도 멀어졌고 TV만화영화도 멀어졌다. 그러다가 서른 시절엔 일본만화[드래곤 볼] [닥터 슬럼프] [시티헌터]를 만나면서 ‘오타쿠’가 되었고, 디즈니메이션과 재패니메이션에 매료되었다. 그 틈새에 김수정의 [오달자의 봄] [아기공룡 둘리] ·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남벌] · 이두호의 [머털도사] [임꺽정] · 허영만의 [날아라 수퍼보드] [오! 한강] [식객]이 끼어들었다. 그 뒤끝에 인터넷 마당에서 최근 허영만의 [꼴]을 만났고, 지금은 [말무사]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만화는 영화 다음으로, 내 인생 최고의 노리개요 윤활유요 오아시스이다.
 
 
* 만화[말무사]


[말무사]는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의 줄임말이고, 징기스칸 테무진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지금은 이런저런 실망이 없지 않지만, 처음엔 많이 놀랍고 흥미진진했다. 세계 곳곳에는 그 곳마다 그 나름의 역사와 문화가 있다는 게 너무나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중국과 유럽의 역사나 문화를 상당히 많이 알고 있으면서도, 나머지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아는 둥 마는 둥하거나 거의 까막눈이다. 근래에 세계여행다큐 프로그램이 많아서 조금씩 주워들은 풍월이 생기긴 하지만, 아직도 백지장처럼 가볍고 하얗다. 몽골도 그렇다. 옛 중국이나 머나먼 유럽의 역사나 풍물들은 제법 많이 알고 익숙해져 있으면서도, 이 세상에서 우리 민족과 가장 가까운 핏줄의 역사나 문화를 너무나 낯설어하고 신기해한다는 게 부끄럽고 낭패스럽다.( EBS 다큐프라임 [몽골]5부작을 추천한다. ) 그 드넓은 초원과 메마른 사막에 아스라이 펼쳐진 산마루들, 그 남은 반쪽을 눈이 시린 쪽빛으로 짓푸르게 뒤덮고 있는 하늘, 그리곤 느닷없이 징기스칸 동상이 장대하게 우릴 내려다보며 압도한다.

[말무사]는 징키스칸이 살던 시대의 그 땅 구석구석에 피와 땀이 서린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었다. 그 동안 몽골의 영웅으로 등장에서 유라시아 대륙을 온통 휩쓸어버렸다는 어렴풋한 영웅담으로만 듣다가, 이 만화에서 그의 어린 시절부터 몽골지역 우두머리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아주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만나게 된다. 새삼스럽고 신기했다. “어리고 약한 짐승을 무시하지 말라, 사자의 새끼일지도 모른다.”는 몽골 속담처럼, 그는 참 어리고 약한 아이였고 주변에서 흔히 만날 법한 청소년이었다. 그는 수많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 살아남아 점점 ‘사자의 풍모’를 갖추어갔다. 이에 ‘知 · 德 · 勇’은 기본이다. 그러나 이런 ‘사자의 풍모’는 테무진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테무진에 버금버금하거나 오히려 더 뛰어난 사자들이 있다. “왕은 하늘이 내린다.” 하늘이 태무진을 도와주었다. 하늘이 왜 태무진을 선택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늘만이 안다.

역사는 하늘이 선택한 테무진을 주인공으로 찬란한 태양처럼 찬양한다. 그래서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적시면 신화가 된다.”고 했던가 . . . . 영웅담이란 게 원래 그렇고 그렇다. 그게 좀 더 구체적이고 상세하니까 좀 더 생생한 실감이 느껴졌을 따름이지, 이 만화도 결국은 주인공 중심의 영웅담이다. 비슷비슷한 사건이 그 나물에 그 밥처럼 지루해지고 심드렁해졌다. 만화스런 양념이 처음엔 아기자기하더니 점점 시큰둥해지면서 외려 잡스럽고 수선스럽다. 테무진의 캐릭터답게, 좀 더 간결하고 굵고 거칠게 끌고 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 영화[몽골]
 
 

이렇게 [말무사]에 조금씩 심드렁해져 가던 차에, 그 비슷한 내용을 영화로 만든 [몽골]을 추석맞이 케이블TV에서 만났다. 그 의상이나 갑옷 그리고 전쟁무기가 [말무사]와 상당히 달랐다. 어떤 게 더 제대로 그려낸 걸까? [말무사]에서 테무진의 숙적 자무카가 간질간질한 꽃미남으로 그려지는 게 리얼러티를 확 끌어내려 찝찝했는데, 이 영화에선 완전 토종 몽골사람의 깡단진 모습으로 그려져서 그 리얼러티가 살아나서 좋았다. 여주인공과 함께 돋보이는 역할이요 외모였고 연기력도 상당히 좋았다. 어느 영화제에선가 이 영화의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남자 주인공의 외모가 몽골 토종에 20% 부족했고, 연기력은 괜찮은데 외모에서 풍기는 카리스마가 약해서 많이 서운했다. 테무진의 수많은 사건에 펼쳐지는 모진 풍파를 짧게 축약하려고 무리를 해서인지, 스토리 전개가 비약이 많고 어수선하다. 촬영감독의 실력이 상당히 높아서 볼만한 장면이 많다. 그 찬연하고 깊은 영상미에 몽골 전통음악을 잘 버무려 뒤받쳐 주어서, 제작비를 2000만 달러나 들인 만큼 그 나름의 스케일과 웅대함을 제법 잘 그려냈다. 전쟁장면도 정성이 많이 들어갔고 실감났지만 좀 더 거칠고 좀 더 확실하게 리얼했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 . . . 게다가 무엇이나 처음과 마지막이 중요한데, 마지막 전쟁장면이 제법 괜찮다가 마무리를 찌질하게 연출해서 영화 전체를 찌그려뜨리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44682&videoId=29994&t__nil_main_video=thumbnail
 
* 대중재미 B0, * 영화기술 A0, * 삶의 숙성 : 공화파 B+ · 민주파 B0 · 사회파 C0.
이래저래 서운하고 안타까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드넓은 초원과 사막의 적막하고 처연하게 깊은 영상미 그리고 그 동안 우리가 쉽게 볼 수 없었던 몽골의 옛 전통 풍습과 풍물들이 정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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