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활성화, 그 길을 묻다 5.정기시장
전통시장 활성화, 그 길을 묻다 5.정기시장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1.10.07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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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짜여진 시스템으로 성공을 달리는 정선5일시장
조선 초 고려왕조를 섬기던 선비들의 비통한 심정과 가족,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한시가 풀이되어 구전되던 토착요에 후렴을 달아 부른 아리랑의 고장, 그리고 양수인 송천과 음수인 골지천이 만나 ‘어우러진다’는 아우라지강이 있는 고장, 이곳 정선에는 5일마다 장이 선다.

아주 오래전부터 일상처럼 정선에 5일장이 섰지만 지금처럼 흥하진 못했다. 불과 10여년전만해도 정선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산골 오지의 마을이었다. 광산에 인접한 곳으로 더 알려졌고, 이로 인해 강물이 오염되어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는 침체된 고장이었다. 인구는 4만까지 감소했다.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에 성공

이랬던 정선이 지금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정선이 성장하기 위해 갖추어야 했던 시스템이 하나둘 제대로 작동하면서 성공을 견인하고 있다.

정선으로 사람들을 다시 불러 모으기까지는 정선군의 지난한 노력이 있었다. 서울에서 정선까지 한 칸짜리 꼬마열차의 운행이 그 최초의 시도였다. 이 꼬마열차를 타고 시골장을 구경하는 것은 대도시 사람들에게 있어 하나의 특별한 체험이었고,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여기에 정선군은 하루코스의 관광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한 번 다녀간 관광객들의 재방문을 유도했다. 손이 타지 않은 관광자원이 주변에 많은 것도 관광상품개발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것이 입소문을 타고, 방송에도 타면서 지금의 정선을 만들었다.

현재 정선5일장날이면 관광열차가 서울과 정선을 운행하고 있고, 정선5일시장과 주변 관광지를 선택해서 관광할 수 있는 코레일의 패키지상품도 5종류나 된다. 또 정선군은 시장으로부터 1시간이내 거리에 있는 관광자원을 코스별로 묶어 지속적으로 상품화하고 있다.

자원봉사체계, 잘 갖춰져

지역발전을 위한 군과 지역민들의 합심도 성공의 또 다른 원인이다. 이에 대해 정선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장까지 차를 운행해준 전지애 자원봉사자는 “정선에서는 관광객들의 편의성을 위해 주차비도 관람료도 모두 무료다”며 “이것이 관광객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전에 교육을 받은 자원봉사원들이 장날 교통 및 주차안내에 맡은바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선시장의 내재적 특성 또한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 본래부터 정선시장은 다른 전통시장에서 사거나 맛볼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특산물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잘 살린 정선시장에서는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곤드레, 취나물, 곰취, 약초 등 특산품과 장터에서 직접 제작 판매하는 짚신, 농기구 등 잊혀져가는 생활용품을 만날 수 있다. 메밀, 감자부침, 감자떡, 올챙이국수, 콧등치기, 메밀국수 등은 정선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정선5일시장의 민들레집 대표는 “해발 400m에 위치한 청정지역에서 나는 산나물에 대한 고객들의 믿음과 그램수를 속이지 않는 상인들의 정직함이 정선시장의 자랑”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정선의 생활문화체험 관광상품인 정선5일시장은 전국적으로 성공한 시장 중의 하나로 성장했다.

80%가 지역 특화상품을 취급

정선5일시장은 매년 4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한다. 7년 전 시설현대화사업을 끝낸 정선시장에는 125개의 점포가 상시 문을 열고, 장날이면 노점이 합세해 그 수가 250여개로 늘어난다. 이 중 80%가 이 지역 특화상품을 취급한다. 음식점도 향토음식을 주로 판매한다.

정선5일시장은 이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지역의 농가수입도 늘었다. 농사를 짓는 분들에게서 시장상인들이 직접 농산물을 구입하게 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정선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정선문화예술공연장에서 관광객을 위한 아리랑 극이 공연된다. 1950년대 한국전쟁, 격동의 세월을 우리민족이 아리랑을 통해 한과 상처를 달래가는 과정을 구수한 아라리 가락으로 풀어내고 있는 공연이다. 공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전부 기능보유자들이다.

특히 시장 내에 조성되어 있는 휴식공간과 공연장은 다른 시장의 본보기가 될 만하다. 이곳에선 주말마다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올해는 주말시장도 개장하고, 여름에는 휴가철에 맞춰 처음으로 야간개장도 했다. 정선시장은 서서히 체류형 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정선5일시장의 성공에 대해 (사)한국여행자협회 장정민씨는 “관광지와 연계해 정선5일시장을 전국에 알린 정선군의 노력이 주요했다”고 말한다. 정선5일시장이 개선해야할 점에 대해서는 “일률적인 시설현대화가 정선을 도심의 전통시장과의 너무도 흡사하게 만들어 차별성이 많이 사라졌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시골장이 주는 독특한 맛을 살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회기업형시장으로 변화 모색

정선시장상인회 이윤광 회장은 “다른 관광지와 마찬가지로 정선도 2~3회 정도 오면 싫증이 나기 마련이므로 이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라며, “내년엔 사회기업형시장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기업형시장에 대해 이 회장은 “지역 특산품의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시장 내에 설립하고, 이의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김으로써 효율과 이익을 극대화하여, 그 이익금을 다시 시장으로 환원하는 사업 말한다”며, “전통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한시적인 만큼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장기적 비전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선만의 독특한 특산품과 정선군의 시장과 연계한 관광상품의 꾸준한 개발과 투자, 그리고 시장의 발전을 위해 함께 뛰는 지역민들의 봉사와 정기적인 볼거리의 제공 등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작동하는 정선의 시스템은 다른 지역 전통시장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박용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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