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활성화, 그 길을 묻다 4.인삼전문시장
전통시장 활성화, 그 길을 묻다 4.인삼전문시장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1.10.04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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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로 시장을 넓혀가는 풍기인삼시장
▲ 풍기 인삼시장은 금산 인삼시장에 비해 뒤지지만 매년 열리는 인삼축제는 '문광부지정축제'가 될 만큼 약 100만명이 방문해 매출증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오늘날 인삼시장의 규모에서는 풍기가 금산에 훨씬 뒤지지만 인삼재배의 역사는 풍기가 앞선다. 풍기에서의 인삼재배역사는 지금으로부터 4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541년 신제 주세붕 선생이 풍기군수로 부임하여 산삼이 많이 자생하는 풍기지방의 토양과 기후를 조사한 결과 풍기가 인삼 재배지로서 가장 적합한 곳임을 발견하고, 산삼종자를 채취하여 금계리에서 가삼을 재배하도록 한 것이 그 기원이다.

유효사포닌 함량이 높은 풍기인삼

가삼의 역사가 말해주듯이 풍기는 인삼이 생육하기 좋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소백산기슭의 풍부한 유기물과 대륙성 한랭기후와 배수가 잘되는 사질양토는 우수한 풍기인삼의 자양분이다.

풍기인삼은 금산인삼보다 수확시기가 15~20일 정도 늦다. 그래서 풍기인삼은 육질이 단단하고 향이 진하며, 유효사포닌 함량이 높다. 재탕, 삼탕을 해도 풀어지지 않을 정도로 조직이 충실해 같은 분량을 넣고 달여도 다른 인삼에 비해 농도가 더욱 진하다.

풍기인삼시장은 금산인삼시장에 비해 여러 면에서 뒤지지만 나름의 차별화된 전략으로 서서히 성장해 가고 있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란 책에서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가 말했듯이 풍기인삼시장은 잠재 고객의 기억 체계 속에 사다리 두 번째 칸에 자리하여 결국 시장을 달리는 두 마리 경주마 중 하나가 되려고 하고 있다.

풍기인삼산업 현황을 살펴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인삼재배농가는 2008년 880여 농가에서 2011년 1,736여 농가로 늘었고, 재배면적도 2008년 436ha에서 2011년 964ha로 늘어 연간 120억 정도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인삼가공업체수도 2008년 20여개의 업체에서 2011년 30여개의 업체로 늘어 30여종의 가공제품을 생산하여 전국에 유통하고 있다.

또한 매년 10월 인삼축제를 열어 풍기인삼을 전국에 널리 알리고 있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이하고 있는 풍기인삼축제는 11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지정축제가 될 만큼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축제기간 중 약 100만명이 방문해 시장의 매출증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래서 풍기인삼축제는 의미가 있다. 축제를 통해 도시인들을 유인하여 질이 좋은 인삼을 경험하도록 하며, 구매와 재구매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축제는 시장의 단골을 늘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현재 풍기인삼시장에서 택배로 주문하는 단골들은 주로 축제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 풍기 시장은 고객서비스를 높이기 위해 카드거부, 불친절, 중량을 속이는 행위 등을 하는 점포에 '삼진 아웃제'를 적용한다.
백화점식 매장구성 카드 사용 100%

풍기에는 인삼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시장은 풍기인삼시장, 풍기인삼홍삼센터, 풍기선비골인삼도소매시장 등이다. 그 중 풍기인삼시장의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다. 이 시장이 모태가 되어 풍기인삼홍삼센터와 풍기선비골인삼도소매시장이 만들어졌다.

2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풍기인삼시장에는 45개의 점포가, 풍기인삼홍삼센터에는 50개 점포가, 풍기선비골인삼도소매시장에는 64개의 점포가 영업 중이다.

바람에 건조가 심한 수삼의 특성 때문에 금산인삼시장들처럼 풍기인삼시장들도 전부 내향형이었다. 사각형 건물 내에 점포가 반듯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점포가 백화점식으로 배치되어 있어서 쇼핑의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최근에 지어진 건물일수록 이 점이 돋보인다.

취급품목에 있어서는 금산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장별로 전문화되어 있는 금산인삼시장과는 달리 풍기인삼시장은 개별 점포 하나하나가 수삼에서부터 인삼가공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삼제품들을 모두 취급하고 있었다.

유통에 있어서 금산인삼시장을 따라갈 수 없지만 카드사용이 100%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70%선에 머물고 있는 금산인삼시장보다 풍기인삼시장이 우위에 있었다.

풍기인삼시장은 1층은 상가이고, 2~3층에는 주거공간이 자리한 주상복합건물이다. 1층은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2~3층에 거주하고 있다.

풍기인삼시장의 탄생에 대해 신현운 회장은 “시장이 없다는 이유로 질이 좋은 풍기인삼이 금산으로 넘어가 유통이 되는 것도 모자라 다시 금산에서 웃돈을 주고 인삼을 사와야 되는 현실이 안타까워 관의 도움을 받아 시장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삼진아웃제’ 시행
▲ "풍기인삼시장은 시장이 없다는 이유로 질이 좋은 풍기인삼이 금산으로 넘어가 유통이 되는 현실이 안타까워 관의 도움을 받아 시장을 만들었다"고 신현운 회장은 설명했다.


풍기인삼시장의 두드러진 특징은 ‘삼진아웃제’이다. ‘삼진아웃제’란 시장 내에서 금지하고 있는 카드 거부, 불친절, 중량을 속이는 행위, 호객행위 등을 하는 점포가 적발되면 1회는 계도, 2회는 시정명령, 3회는 1일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삼진아웃제’는 상징적이기는 하지만 규칙 자체만으로도 상인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고객서비스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농법인이 설립한 풍기인삼홍삼센터는 풍기읍 동부리에 위치하고 있고, 올해로 5년이 되었다. 3년 전에 만들어진 풍기선비골인삼도소매시장은 1층은 상가이고, 2층은 식당이다. 이 두 시장 모두 넓은 주차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영주 소수서원과 부석사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는 풍기선비골인삼도소매시장에는 버스를 이용한 관광객들이 봄가을에 많이 찾는다. 이때는 월 평균 50~60대의 관광버스가 이곳을 들른다고 한다.

이 세 곳의 시장은 경쟁관계가 아니라 각기 다른 고객들을 가지고 함께 성장해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풍기선비골인삼도소매시장의 형제인삼사를 운영하고 있는 오창순 대표는 “같은 종류의 인삼을 파는 시장이 근거리에 붙어있는 금산은 서로 경쟁이 치열할 수 있지만 풍기는 시장 간 거리가 떨어져 있고, 자기 고객들을 각기 따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다”고 설명한다.

향후 풍기읍에서는 인삼박물관을 건축하여 전국 홍보에 더욱 주력할 예정이다. 또, 매출기준 100억 이상인 기업에 대해서는 제품홍보를 지원하고, 중소업체에 대해서는 시설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인삼시장의 선도자는 누가 뭐라고 해도 금산이다. 뒤이어 출발한 인삼시장이 선도자 흉내를 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최고의 시장이 되려고 시도하지 말고 선도자와 다른 시장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후발주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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