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와 문화중심도시
영화 ‘도가니’와 문화중심도시
  • 채복희 시민의소리 이사
  • 승인 2011.10.0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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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쉬 하면서도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았던 사실, 그러나 마치 야만의 시대 한 풍경처럼 부끄럽고도 은밀한 비밀이었으며 끝내는 자포자기식으로 버려졌던 추한 진실. 그것이 이번에 광주광역시 울타리를 벗어나 온 천지로 뛰쳐나가 생생하게 드러났다.

광주인화학교에서 일어났던 장애학생에 대한 성폭행 사건이 거의 잊혀져 가던 도중 갑자기 전 국민적 관심사로 등장했고 등장 순간 일거에 알려져 버린 것이다. 바로 영상산업의 총아인 영화의 힘을 빌어서 눈앞에 재현되고 있다.

그것은 광주의 숨겨진 추한 자화상 중 하나였다. 문화중심도시를 만들어 가자면서 분분한 논의와 협의를 거듭하며 기염을 토해내던 광주의 저 속 깊이 매장되어 있던 치부 하나가 현대문화를 이끌고 있는 영화의 모습을 빌어 고스란히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도가니’는 소설가 공지영씨의 작품으로 작가는 광주인화학교 사건을 가감없이 글로 옮겼다고 한다. 이 작품은 문학과 영화의 형식을 빌고 있으되 내용은 현실을 그대로 고발하는 르포 혹은 다큐멘터리의 그것이라 할 수 있다.

영화를 보고난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교과부는 재조사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이제 광주시와 시민들은 ‘도가니’ 영화를 통해 나타난 국민적 공분을 목도하면서 두 가지의 불편한 진실에 직면하지 않을까 싶다.

하나는 사건 자체가 갖고 있는 추악함에 대한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부끄러움이고 다른 하나는 문화도시가 추구하는 문화콘텐츠 중 비중이 큰 하나가 바로 영상산업이며, 따라서 관객을 대거 끌어들여 대박을 터트린 ‘도가니’의 상업적 성공을 직면하며 느끼는 착잡함이다.

정의로움을 위한 시민들의 값진 희생, 고립무원 속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꽃핀 나눔과 봉사, 헌신의 정신을 길이 기리기 위해 시작되었던 문화중심도시 개발, 이 모든 가치들을 일거에 무너뜨린 상징적 사건으로 부각되면서 인화학교 문제는 광주의 치부 중 치부가 되고 있다. 그런 한편으론 그것이 잘 가공되어 상업적 성공을 부른 문화콘텐츠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모순!. 그동안 광주는 무슨 짓을 해 왔을까.

지난 10여년 가까이 추진해왔던 문화중심도시란 과연 조성 이후 어떤 콘텐츠들을 내놓게 된다는 말일까. 영화 ‘도가니’와 이미 백만을 넘은 관객숫자, 그리고 현재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 이들에 둘러싸인 광주가 통째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혹시 아니라 해도 최소한 그런 자세라도 보여야 하지 않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면, 이는 광주 공동체의 일원이라면 모두가 기꺼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인화학교의 문제를 알면서도 방치한 책임은 모두가 져야 한다. 그러면서도 문화니 콘텐츠니 하면서 내세웠던 지난 10년을 부끄럽게 되돌아봐야 한다.

(인화학교 문제는)누구나 모른 체하며 감추고 싶었던 범죄행위였다. 그러다 결국 전 국민적 관심이 폭발한 뒤에야 죄와 벌이 가늠될 상황에 처했다. 한편으로는 대중문화가 가져온 성과?라고 볼 수 있는 이번 사태가 주는 또다른 교훈 하나는 아무리 어두운 구석에 감춰져 있더라도 언제든지 진실은 드러날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대중이 문화를 향유하는 대중문화의 세상에서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그런 고발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단, 한가지 미해결 과제는 대중들은 기억력이 짧은데다가 변화 속도가 빨라 순식간에 뒤로 밀리면서 또다시 잊어가는 속성,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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