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에게 ‘ㄱㄴㄷㄹ’보다 ‘자연과 벗을’
우리아이에게 ‘ㄱㄴㄷㄹ’보다 ‘자연과 벗을’
  • 박재범 기자
  • 승인 2011.09.29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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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조합 ‘어깨동무’
함께 가는 세상이 아름답다 -4-
 영유아 아이들에게 ‘ㄱㄴㄷㄹ’이나 ‘1234’ 등의 공교육이 아닌 자연을 통해 몸의 성장에 맞게 마음을 키워주기 위한 부모들의 모임이 있다.

바로 공동육아조합인 ‘어깨동무’다. 자연에 매일 나들이를 나와 또래 아이들과 함께 흙을 만지고 뒹굴며 자연을 느끼며 ‘가나다라’가 아닌 마음을 키워주는 어깨동무만의 교육법이 자리 잡기까지는 “우리 아이는 자연과 함께 키운다”라는 아주 유별난 학부형들의 모임에서 비롯됐다.

▲방 한칸의 놀이방에서 ‘어린이집’설립까지
어깨동무는 반미여성회, 학생운동, 노동운동을 하다 결혼을 한 뒤 여성들이 가사를 전담하면서 지난 2002년 다시 사회로 나오면서 ‘반미여성회’를 꾸린 뒤 ‘공동육아분과’를 만들어 자신들의 아이를 공동으로 키웠던 게 시초다.

당시 아이를 공동으로 돌보는 공간은 고작 여성회 사무실 한 켠이 전부였지만 아이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부모들이 직접 육아에 참여한다는 방식이 알려지면서 하나 둘 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처음 10여명으로 시작한 공동육아는 3년 만에 조합원이 30여명으로 늘어났고 아이들에게 ‘새 집’을 지어주자며 지난 2005년 7월 ‘새 터전 찾기 프로젝트’에 힘을 모았다.

그러던 중 아이들이 자연과 바로 호흡할 수 있는 광산구 송치동에 터전을 잡았고 건축의 재료도 대부분 나무와 흙벽돌로 짓고 건물 내부로 바람길이 나도록 공간을 생태건축방식으로 지었다.

조합원들은 아이들을 위해 직접 건물에 사용 할 흙벽돌을 직접 제작하는 것을 비롯해 아이들이 흙과 접하며 놀 수 있는 놀이터도 직접 만들었다.

이런 모두의 노력 끝에 2006년 8월 제2의 어깨동무의 ‘햇살가득어깨동무어린이집’이 아이들을 맞이했다.

새로운 터전은 비단 조합원과 아이들의 기쁨만은 아니었다. 마을이 쇠퇴해가는 금치마을에서도 “아이들 웃음소리를 들어본지 오래됐는데 너무 좋다”라는 어르신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가능성을 키워주는 어깨동무만의 독특한 교육방식
어깨동무에는 ‘가 나 다 라’, ‘더하기 빼기’ 등의 공교육이 없다. 한국의 공교육에 적응하기 위해 대부분의 영유아들에게 기본적인 한글을 비롯해 한문, 영어를 가르친다.

▲김은정 원장
하지만 조합원들은 아이 뜻대로 움직이게 만들고 몸을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것,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의지를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 끝에 기본적으로 7살까지 성장기의 아이가 배워야할 기본생활 습관을 중요시 여기는 교육에 집중한다.

어린이집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면 오전 9시30분까지 어린이집에 등교한 아이들은 자유놀이와 간식을 먹은 뒤 점심을 먹기 전까지 나들이를 한다. 철마다 정해진 장소로 가는 나들이는 도중 아이들이 어느 순간에 만취하면 만지고 느끼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 때 돌아오는 시간은 꼭 지켜야 한다.

점심 후엔 소화를 위해 자유놀이를 하고 1시간 30분가량 낮잠을 잔다. 자고 일어나면 손끝놀이, 수채화놀이 등을 한 뒤 집으로 돌아간다.

어깨동무어린이집에서는 공교육이 없다. 다만 취학 전 7세 아동에 한해 기본적인 한글을 가르치는데 그것도 여름방학 이후에서야 시작한다.

공교육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상적인 어린이집이 아니겠구나”라는 오해를 할 수 있지만 어깨동무에서 운영하는 놀이방과 어린이집은 여성가족부에서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는 ‘평가인증’을 받았다.

▲조합원이 함께 운영하는 어린이집
이렇듯 아이들을 어깨동무에 보내기 위해서는 조합에 가입해야 한다. 현재 가입한 조합원은 60명이며 조합에 가입하기 위한 대기자도 꽤 있을 정도로 어깨동무는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에 가입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모든 의무가 끝난 것은 아니다. 어깨동무의 조합원은 엄연한 권리와 의무가 있다.

그 권리와 의무를 살펴보면 △방모임과 운영위원회, 총회 등 조합의 모든일을 함께 이야기 하고 결정해야 한다. 또한 △한 가정 당 한 달에 2번씩 일일교사나 야간보육 등 아이를 가르치고 돌보는 일에 직접 참여해야 하며, △조합원교육, 운동회, 대청소, 동지제 등의 모든 행사를 함께 만들고 즐겨야 한다.

이밖에 △출자금, 조합비, 원비, 기타재정사업을 통해 시설, 차량 운영을 조합원 모두가 해야 한다.

공동육아조합인 ‘어깨동무’에 대해 사람들은 간혹 “극성스런 부모들이 아이들이 공부도 하지 않고 고생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어깨동무의 교육이야말로 영유아기에 맞는 가능성을 키워주는 진정한 교육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딸과 7살의 아들을 둔 박수미(38) 조합장
조합원 중에서도 간혹 어깨동무의 교육이 본인 아이와 맞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다시 돌아온다.

나도 딸이 5살 때 2년간 다른 어린이집에 다니다 어깨동무로 오게 됐다. 처음엔 어린이집에서 영어도 좀 했으면 좋겠다. 자유롭게 배웠으면 좋겠다 하는 등의 변형된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 때쯤 스스로의 확신과 아이에 대한 믿음이 결부되면서 믿음이 생겼다.

부모들은 처음에 왔을 때 한글과 영어를 우리만 안한다는 불안함도 있지만 관계가 중요하고 그 것에 대해 교사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아이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서 변화한다.

여기에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는 ‘방모임’도 있다. 부모들끼리 모여서 대화를 하는 시간이다. 서로 궁금하고 아니다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확신이 생긴다.

보통 공동체는 가까이 살면서 그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아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많이 이야기 하는데 그 점이 조금 채워지지 않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60가정이고 거리가 있다 보니 끊임없이 아이를 함께 돌보는 것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고민하지만 실질적으로 자연스러운 생활공동체를 만드는 대는 물리적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일상적인 모임에서 방모임이나 청소 교육을 통해 만들고 있지만 일상적인 삶이 되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때가 되지는 않았지만 지역에 좋은 행사가 있다면 같이 가보자, 각 가정들이 소위 ‘번개’로 만나자 하는 등의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게 고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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