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희망이다-3- 스토리텔링이 있는 마을을 만든
사람이 희망이다-3- 스토리텔링이 있는 마을을 만든
  • 문상기 대표이사
  • 승인 2011.09.2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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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매마을 권윤주위원장

 

<그저 평범했던 시골 마을>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지제면이 2006년 말에 지평면으로 개명) 옥현리. 이 곳은 큰길을 사이에 두고 남쪽으로 속고개마을 북쪽으로 가루매마을, 사일마을, 부일마을 등 4개 부락이 옥현리를 이루고 있다. 170여 명이 살고 있는 옥현리는 친환경 쌀과 배, 유황마늘, 서리태, 복숭아 등이 주산물이다.

수년 전부터 제초제 등 고독성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반딧불, 땅강아지, 두더지와 여러 종류의 곤충이 살고 있으며 가을철에는 메뚜기가 많아 어린이들이 메뚜기 잡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병충해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농약 이외에는 성장 호르몬제 등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 친화적인 농업을 하고 있다.

어느 농촌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주민이 고령 농업인 이 곳이 전국에서 주목받는 농촌 체험마을로 성공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부일 마을에서 논 한마지기 없는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세 끼 밥걱정을 해야 했던
권윤주 추진위원장에게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복합영농에서 전문화 농업으로>
고향에서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짓던 권윤주씨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이 이루어지자 복합영농으로는 농촌에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여 논을 밭으로 만들어 전문농업을 시작했다.

70년대와 80년대에는 정부의 증산정책으로 인해 농약 사용이 적지 않았고, 권윤주씨도 농약에 중독되어 죽을 뻔한 위기를 넘겼다. 출하 당일까지 오이에 농약을 뿌리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한 그는 농약의 위험성을 깨닫고, 87년부터 배농사에 유기농을 시작했다.

하지만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해 중독된 땅은 갑자기 전환한 유기농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려움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소비자들은 배의 표면에 윤기가 나고, 과수가 커야 한다는 기대를 하고 있지만 유기농 배는 흔한 말로 때깔이 나지 않아 상품성에서 일반 배와 경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배 가공공장이었다. 95년 설립한 농산물가공회사는 풀무원과 생협 등에 납품하여 전체 판매량 5억 원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생산과 수확을 소비자와 함께하는 주민들>
유기농업이 자리매김을 하면서 권윤주씨는 소비자들이 농산물을 믿고 구입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소비자들이 직접 생산에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배꽃이 피는 시기에 소비자들을 초청하여 ‘배꽃축제’를 연 것은 물론이고, 배나무 분양, 수확기에 배따기, 메뚜기 잡기, 옥수수 따기, 고구마 캐기 등 1년 내내 도시민들이 마을을 방문하여 머물며 농촌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했다.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마을 주민들이 동참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부녀회에서는 마을에서 생산한 먹거리로 체험객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다양한 체험행사를 주도하는 일도 주민들이 나서고 있다.

마을을 찾는 소비자들을 위해 100여 년이 지난 전통한옥을 보수하여 한옥체험을 할 수 있게 했고, 도시민들이 머물다 가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펜션도 갖추어 있다.

도시민들의 발길이 잦아들면서부터 마을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시장에 내다 팔지 않아도 될 만큼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농민들은 시장에 파는 것보다 높은 가격을 받고 소비자들은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게 되는 상생의 장터가 되기도 한다.

마을을 가꾸는 일도 주민들은 물론 도시민들도 함께 동참하고 있다. 1사1촌을 맺은 기관과 단체에서 코스모스길 가꾸기 등 함께 만드는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다.

<三無三有로 자리매김한 마을>
가루메 마을에는 세 가지가 없고 세 가지가 있다. 없는 것은 농약과 제초제 그리고 화학비료이고 있는 것은 반딧불과 메뚜기 그리고 허수아비다.

농약과 제초제가 없는 마을이 되기까지는 주민들의 협조와 동참이 있어야 가능하다. 권윤주 위원장은 그 비결을 끊임없는 주민들의 교육과 선진지 견학 등에 있었다고 한다.

평균 나이가 73.5세인 할머니 난타 공연단은 북과 도마 등으로 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공연을 선보이기도 하고, 부녀회에서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약선식당은 조리사가 위생복과 위생모자를 착용하고 한번 입은 위생복은 반드시 세탁하는 등 위생에 있어서도 어느 고급식당보다 뒤지지 않는다.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주민 가운데 40여 명은 양평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체험지도사 과정을 이수하여 체험프로그램의 질을 높였다.

체험마을을 운영하며 발생할 수 있는 주민들의 갈등을 해소하게 하기 위해 총회는 물론 운영회의와 워크숍을 열어 소외되는 사람이 없게 한 것도 가루메 마을의 성공 비결이 되었다.

<지원금 적을수록 실패율도 낮아>
가루메 마을은 2006년 농식품부로부터 녹색농촌체험 마을로, 농협에서 팜스테이 마을로 지정 받아 두 기관으로부터 4억 원을 지원받았다.

가루메 마을은 지원 받은 4억 원을 모두 공동체험관 건립에 투자하여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권윤주씨는 “정부 지원금이 많을수록 대부분 체험마을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공짜라고 생각하는 돈이 많이 들어오면 주민들 간에 분열이 생기고, 갈등이 깊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농촌개발은 농민들이 자립 자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돈이 아니라 농민들이 새로운 시대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했다. 금전적인 지원은 농민들을 의존적이고, 수동적으로 만들어 오히려 농촌발전에 해가 된다는 것이다.

가루메 마을이 달라지면서 귀농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2009년 10가구 18명에서 2010년에는 12가구 23명이 귀농하여 딸기, 배 등 원예와 과수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권윤주 위원장]
변동빈 : 체험마을에 주민들이 동참할 수 있게 만든 가장 동력은 무엇인가요?

권윤주 : 체험마을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하루에 4만원의 일당을 받습니다. 물론 많은 돈은 아니지만 농한기에 일자리 창출 효과와 함께 주민들의 중요한 소득원이기도 합니다. 이익이 생기면 함께 나눈다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변동빈 : 체험마을에 전체 수익 분배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권윤주 : 전체 수익 가운데 20%는 시설물 수리 등에 재투자하고 나머지는 체험지도사 등에게 인건비 등으로 지불하고 있습니다. 체험지도사는 주민들이 돌아가며 하고 있어서 공정한 배분이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변동빈 : 가루메 마을은 계곡도 없고, 관광 자원도 없는데 도시민들을 끌어 들일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권윤주 : 주변에 관광 레저 시설과 연계하여 체험 프로그램에 추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텔레비전이 없는 한옥 체험에 인기가 많습니다. 따라서 체험마을은 굳이 레저 관광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마을이 갖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변동빈 : 위원장님이 운영하고 있는 농장의 연 매출액은 얼마나 되며 앞으로 계획은 어떤 것입니까?

권윤주 : 연간 5억 원 정도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체험마을을 이끌어갈 후배가 나타나면 제 사업에 전념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연간 5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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