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등마을 쓰레기매립장 투쟁위 '이름없는' 대변자
향등마을 쓰레기매립장 투쟁위 '이름없는' 대변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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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유 시장, 오 주 시의장, 정동년 남구청장, 이창호 남구의회의장은 우리 광주시민의 자손을 기형아로 만들려고 하는가?"
향등마을 쓰레기매립장 설치 반대 투쟁위원회 홈페이지(myhome.naver.com/antitrash) 메인 화면에 떠 있는 문구다.
거침없는 문구 속엔 짧지만 강한 저항의 외침이 담겨 있다. 이것이 바로 향등마을 주민들의 절박한 목소리다.

지난 98년 광주시는 광역위생매립장(쓰레기매립장)을 남구 송하동 향등마을에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이같은 결정이 "불투명한 방법과 불법적인 절차 밀어붙이기식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쓰레기매립장 예정지가 광주대 학생들의 기숙사에서 2㎞ 이내에 있으며 덕남정수장으로부터 600m 이내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 이들이 반발하고 나선 가장 큰 이유다. 결국 잘못된 정책결정으로 피해는 시민들이 보고 있다는 것이 이들 입장. 이후 이곳 주민들은 반대투쟁위원회까지 꾸리기에 이르렀다.

쓰레기 매립장 반대 홈페이지 열어 '작지만 큰 외침'
불투명한 정책결정 밀어붙이기 행정에 반론
"환경파괴 피해자는 다름 아닌 우리 모두죠"


그러나 주민 대부분이 나이든 노인들이라 향등마을의 투쟁을 광주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중 주민들을 위해 이름없는 대변자가 나타나 향등마을 주민들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인생의 절반을 훌쩍 넘긴 쉰세살의 두 아이를 둔 아빠. 대학 강의도 나가며 자신이 좋아하는 연구에도 몰두하면서 남들과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최모씨가 바로 그 대변인.

향등마을 홈페이지 개설, 각 게시판에 홍보글 올리기, 고재유 시장에게 공개 질의서 보내기 등 그는 향등마을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됐다. 그러나 그는 결코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자신은 "향등마을 주민들을 옆에서 돕는 '깃털'에 불과할 뿐이기에 자신이 드러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 그는 시정책 관계자들과 안면이 있는 사이로 "나를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오히려 주민들을 도울 수 있는 활동범위가 줄어들 것이다"며 영원히 이름없는 평범한 최모씨로 기억되길 바란다.

"내가 비록 향등마을에 살지는 않지만 농촌의 나이든 몇분이 고향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죠. 분명 옳은 투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미력한 힘이나마 비록 왕초보지만 조그마한 인터넷 지식과 홈 제작 지식을 이용해 광주시민에게 알리는 방법으로 홈페이지 제작을 택했지요"라며 홈페이지 개설 배경을 설명하는 최씨.

쓰레기매립장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었던 터라 그는 서울대학 등의 교수들에게 메일을 보내 자료를 요청해 읽는 노력까지 기울이며 정성껏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다른 게시판에 홈페이지 홍보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민감한 사안이었던 만큼 게시판에 올린 글들이 수없이 지워졌다"는 것이 최씨가 털어놓는 속사정이다. 하지만 최씨는 이런 과정을 통해 투쟁이 더욱 정당함을 믿고 있다.

"게시판의 글을 지울 것이 아니라 공개적 진행과정과 공신력이 있는 2곳 이상에서 공개적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대다수 광주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지역을 선정하다면 나는 매립장 설치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자신의 뜻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한편, 최씨의 이런 노력에도 한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고 한다. "당장 눈앞에 닥치지 않은 일이라고 나 몰라라 하는 광주 시민들." 그러나 그는 향등마을 주민들의 투쟁이 결코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만큼 "광주 시민들이 우리 후손들에게 쾌적하고 안정된 환경을 물려주는데 동참할 것이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몇 년의 투쟁과 소송이 진행되도 끝까지 향등마을을 지키겠다는 주민들을 대변하는 최씨. 비록 얼굴없이 이름없이 묵묵히 뒤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그의 활동이 쓰레기매립장 문제와 관련해 향등마을 사람들과 광주 시민들을 이어주는 큰 다리 역할을 하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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