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시옵소서~사랑과 친절을 모는 7506입니다”
“어서오시옵소서~사랑과 친절을 모는 7506입니다”
  • 이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11.07.21 1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0번 시외버스 운전하는 황인주 씨
전남 장성을 출발해서 광주시내의 롯데 백화점을 오가는 장성군민운수 100번 버스를 타면 “어서오시옵소서~”라는 운전석에서 들려오는 인사말에 승객들이 어리둥절해진다.
평소 공공시설에서의 인사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도시민들에게 친절하게 건네는 버스기사의 흔치 않은 인사말은 청량제 같다.

장성군민운수 100번 버스 7506을 모는 황인주 기사는 버스를 타는 승객들에게 “어서오시옵소서, 안녕히가시옵소서”라고 인사한다. 인사만 하는 게 아니라 승객들과 유쾌한 수다도 떤다.

운전석 앞에는 노란 4절지 종이에 이렇게 쓰여있다. “사랑하는 100번 버스는 기사님보다 살~짝 안예쁜 목소리로 질문해주시면 일반 현금승차는 1100원 기사님보다 살~짝 예쁜 목소리로 질문을 해주시면 일반 현금승차는 1200원을 받으니까 알아서들 하시와요.” 내용인 즉 승객이 기사보다 이쁘니까 1200원을 받을 거라는 설명인 셈이다.

황 기사가 100번 버스를 운행한 지는 11년 쯤 된다. 처음엔 생소한 그의 언행을 보고 놀란 사람들이 이상한 기사가 들어왔다고 걱정하는가 하면 술이 취했는지 음주측정을 해봐야한다고도 하고 심지어 정신감정을 해봐야한다고 했다.

웃음으로 사는 행복, 기쁨으로 사는 교육
그때나 지금이나 황 기사의 목표는 분명하다. 내가 운전하는 버스를 타는 승객들을 안전하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모시겠다는 것. “100번 버스는 시골을 다니니까 노인분들이 이용을 많이 하지요. 우리도 세월이 흐르면 늙는데 늙어서 대접받으려면 젊어서 어른들 잘 모셔야지 안그래요?

고추보따리 들고 오는 할머니가 보이면 달려가서 짐을 들어오고 거동이 불편해보이면 업고 오기도 한다. 처음엔 구경만 하던 학생들이 이젠 먼저 나서서 돕는다. “교육이란 게 어디 교실에서만 가르치는 건가요. 그런 게 산 교육이죠. 짐 들고 있다고 안 태우고 행동이 늦다 고 소리 지르고 하면 되겠어요.”

처음 보는 버스 기사의 이상친절에 정신감정까지 말하던 사람들을 보고도 그는 희망적이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하면 자신의 진심이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고 편하게 만들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가 긍정의 힘에 대해 설명한다. 긍정의 힘은 “나쁜 게 1%면 좋은 게 99% 예요. 용기를 내는 이유죠”라고 말이다.

이젠 황 기사가 안 보이면 승객들이 그를 찾아 난리(?)가 난다. “그 분들이 버스를 이용하는 동안은 죽지 말고 운전을 해야 돼요 하하” 황 씨가 모는 100번 버스의 하차 문 입구에는 이렇게 씌어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치있는 서비스는 친절이다”

웃음 중천으로 행복발전을 꾀하는 그가 물었다. “기사가 어떻게 보여요?” 그는 행복한 삐에로 같았다. 일상이 힘든 어느 날 불쑥 100번 7506호 버스를 만났다면 무작정 버스에 올라봐도 좋을 거 같다. 행복한 삐에로의 초대는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