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공공시설에서의 인사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도시민들에게 친절하게 건네는 버스기사의 흔치 않은 인사말은 청량제 같다.
장성군민운수 100번 버스 7506을 모는 황인주 기사는 버스를 타는 승객들에게 “어서오시옵소서, 안녕히가시옵소서”라고 인사한다. 인사만 하는 게 아니라 승객들과 유쾌한 수다도 떤다.
운전석 앞에는 노란 4절지 종이에 이렇게 쓰여있다. “사랑하는 100번 버스는 기사님보다 살~짝 안예쁜 목소리로 질문해주시면 일반 현금승차는 1100원 기사님보다 살~짝 예쁜 목소리로 질문을 해주시면 일반 현금승차는 1200원을 받으니까 알아서들 하시와요.” 내용인 즉 승객이 기사보다 이쁘니까 1200원을 받을 거라는 설명인 셈이다.
황 기사가 100번 버스를 운행한 지는 11년 쯤 된다. 처음엔 생소한 그의 언행을 보고 놀란 사람들이 이상한 기사가 들어왔다고 걱정하는가 하면 술이 취했는지 음주측정을 해봐야한다고도 하고 심지어 정신감정을 해봐야한다고 했다.
▲웃음으로 사는 행복, 기쁨으로 사는 교육
그때나 지금이나 황 기사의 목표는 분명하다. 내가 운전하는 버스를 타는 승객들을 안전하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모시겠다는 것. “100번 버스는 시골을 다니니까 노인분들이 이용을 많이 하지요. 우리도 세월이 흐르면 늙는데 늙어서 대접받으려면 젊어서 어른들 잘 모셔야지 안그래요?
고추보따리 들고 오는 할머니가 보이면 달려가서 짐을 들어오고 거동이 불편해보이면 업고 오기도 한다. 처음엔 구경만 하던 학생들이 이젠 먼저 나서서 돕는다. “교육이란 게 어디 교실에서만 가르치는 건가요. 그런 게 산 교육이죠. 짐 들고 있다고 안 태우고 행동이 늦다 고 소리 지르고 하면 되겠어요.”
처음 보는 버스 기사의 이상친절에 정신감정까지 말하던 사람들을 보고도 그는 희망적이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하면 자신의 진심이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고 편하게 만들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가 긍정의 힘에 대해 설명한다. 긍정의 힘은 “나쁜 게 1%면 좋은 게 99% 예요. 용기를 내는 이유죠”라고 말이다.
이젠 황 기사가 안 보이면 승객들이 그를 찾아 난리(?)가 난다. “그 분들이 버스를 이용하는 동안은 죽지 말고 운전을 해야 돼요 하하” 황 씨가 모는 100번 버스의 하차 문 입구에는 이렇게 씌어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치있는 서비스는 친절이다”
웃음 중천으로 행복발전을 꾀하는 그가 물었다. “기사가 어떻게 보여요?” 그는 행복한 삐에로 같았다. 일상이 힘든 어느 날 불쑥 100번 7506호 버스를 만났다면 무작정 버스에 올라봐도 좋을 거 같다. 행복한 삐에로의 초대는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