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는 미래 망치는 일
아동학대는 미래 망치는 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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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예방센터' 사람들>

이리저리 멍이 든 아이의 모습, 부모에게 맞고 있는 어린아이를 그린 그림, 아이들이 좋아하는 텔레토비들의 상처투성인 얼굴들-. 어린이 대공원, 전남대 캠퍼스, 많은 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문흥지구.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이같은 그림 30여장을 들고 많은 사람들에게 팜플렛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다. 광주의 '수호천사'라 일컫는 이들은 아동학대예방센터(소장 김은영) 사람들.

이들이 함께해주고 따뜻한 사랑을 나눠주고 싶은 사람은 어디선가 학대받고 아파하고 있을 아이들이다. 단 한명이라도 더 학대의 고통속에서 벗어나게 해 주려 그들은 24시간도 부족할 만큼 바삐 움직인다.

무엇보다 대부분 '무관심' 속에 아동학대가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심지어 학대 신고 의무자인 유치원 교사들도 자신의 일이 아니다며 외면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 이 사회의 각박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현실.

가정해체 주변 무관심속 학대방치 많아
누구든 신고 상담전화 1391
상처투성이 아이들 '수호천사' 돼주세요


이 센터는 지난해 10월 아동학대신고상담전화 '1391'를 설치했지만 하루 평균 신고가 10건이 넘지 않는다. "신고가 없다는 것이 아동학대가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나 박효순 팀장의 말에는 가시가 있다.

아동학대예방센터 홈페이지(www.childabuse.or.kr)에서 현재 실시하고 있는 설문조사에서 '아동을 학대한 경험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 응답자 중 24%에 이르고 있다.
또, 지난 5월 상담센터에 학대 신고 사례가 가장 많았다는 것도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박팀장은 "각 언론매체에서 보도한 '가정의 달' 특집기획 등으로 다시한번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고서야 그동안 무관심 속에 지나쳤던 자기 주위의 아동학대가 눈에 보인 셈이죠"라고 지적한다.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학대. 가장 큰 원인은 '가족해체'다. 센터측의 학대 사례 분석 결과 이혼 등으로 인한 편부 가정에서 이뤄지는 학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혼을 한 뒤 아이를 데려 가기 위해 일부러 신고를 해 자신에게 유리한 구실을 만드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의 신고조차 되지 않아 죄없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그늘 속에 그냥 묻혀서 눈물을 삼켜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센터측 사람들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 그들에게 '수호천사'가 되어줄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신고전화 1391에 대한 홍보도 끊임없이 되풀이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이런 홍보 활동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동학대의 원인이었던 가정해체의 부활이다.
"학대에 대해 단순한 법적 처리보다는 부모들 교육을 통해 다시 정상적인 가정으로 되돌아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들이 추구하는 최고의 해결책이다.

하지만 이들이 해결할 수 없는 것도 있다고 한다. 바로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정신적 아동학대. 아이를 때리는 것만이 학대가 아니라 아이에게 관심과 애정을 주지 않거나 다른 아이와 부정적으로 비교하는 행위 등도 심각한 정서적 학대에 속하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이것을 잘 모른다는 것.
따라서 이들은 가정의 모든 부모가 '수호천사'이길 바라고 있다. 끊임없이 '우리 아이는 어떤가' 자문하며 되돌아보는 것 자체가 아동학대 없는 세상을 만드는 지름길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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