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아니? 2009개정 교육과정
너는 아니? 2009개정 교육과정
  • 노영필 철학박사
  • 승인 2011.06.2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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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필/ 전남고,철학박사
당신은 집중이수제를 아십니까? 2009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학교현장의 반응은 다양하다. “초중고생들이 대학생인가?” “그 많은 분량의 지식을 한 학기에 소화해야 한다니!” “독일의 발도르프학교처럼 교과서 없이 학습자 스스로 주도하는 학습환경도 아니지 않는가?” “하루 종일 같은 과목을 2, 3시간씩 책상머리에 앉아 지식만 넣고 있으란 말인가?”...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2009개정 교육과정 방향을 이렇게 제시하고 있다. 첫째, ‘학생이 한 학기에 배우는 과목수를 줄여 학습 부담은 줄여주고 학습 효과는 높여준다.’ 둘째, ‘교과 외에도 다양하고 실질적인 ‘창의적 체험활동’을 전개하여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창의인재로 키운다.’ 셋째, ‘고교생의 시초교육을 강화하여 진로·적성문제에 적합한 핵심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개선했다.’ 넷째, ‘학교가 과목을 가르치는 시기와 시간수를 결정하게 하여 학교별로 특색 있고 다양한 교육과정이 운영된다.’

진정 충정어린 교육적 고민을 담은 교육과정 개정방향이리라. 하지만 현실은 과연 ‘학습효과를 높이고’ ‘창의적 체험활동의 전개’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까? 이상실현은 현실 안에서 싹트지 않는가.
현실을 보라. 여전히 대학입시에 매달리게 만드는 학교운영 시스템, 수업총량은 조정되지 않은 채 과목 수만 감소시킨 현실, 학생 스스로 자율적인 문제해결을 할 수 없게 만드는 학생자치 현실, 학생들의 수요와 교사수급의 불균형,...학교 시스템은 여전히 7차 교육과정도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초중등생들은 집중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기 어려운 시기다. 어찌 홀로 지식습득이 가능할 것인가. 게다가 지식습득이 최대 관건이라고 생각하는 현실에서 체험활동은 힘을 받을 수 없다. 자기주도 학습요령이 체득되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는 1년이나 2년 동안 단계적인 방향에서 지속적으로 배워야할 과목들이 더 많다.
더더욱 우스꽝스런 일은 음악,미술,체육 마저 한 학기에 집중해서 끝내는 것이니 문제가 아니겠는가. 물론 국,영,수는 그렇지 않다. 하루에도 2,3시간 수업이 더 늘었으니, 국,영,수 수업에 대한 아이들의 부담이 준 과목수보다 더 많아진 셈이다.

교육과정이 이렇다 보니 얼마 전 학교 체육대회에서 벌어진 해프닝은 새로운 교육과정에서 체육시간 배정문제에 대한 논란으로 일촉즉발의 위기를 보여주었다. 잘 알다시피 한창 때의 아이들, 특히 남학생들은 틈만 나면 공을 차고 운동을 즐긴다. 그런 만큼 다른 학교행사보다도 체육대회에는 모든 학생들이 열광한다.

그런데 교육과정 개편으로 인해 고3 아이들은 체육시간이 없기에 체육대회 예선전을 치룰 시간확보가 안 된 것이다. 평상시에는 체육정규수업시간을 조정하여 예선전을 치렀었지만 말이다. 3학년만 체육대회를 하지 말자는 의견까지 있었다.

아이들은 실망이 아니라 절망의 눈빛으로 현실에 분노했다. 결국 일과시간이 끝나고 길어진 햇살을 이용하여 예선전을 치르는 것으로 겨우 해결책을 찾았지만 만족스럽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2009개정교육과정의 학교적용은 많은 것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학교마다 몸살을 앓고 있다. 그 말 많던 예상들이 여기저기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교사들도 당황하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교과서가 6개월 전에 배포되어 수업준비가 되어 학기가 시작된 것도 아니다. 인성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국,영,수 교사들은 고통으로 신음하고 이래저래 음악,미술,체육(음미체) 교사는 슬프기만 하다.

음악 하나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던 어느 음악교사의 푸념이다. “지금 이 땅의 교육은 판검사 변호사만 시킬 요량이다.” “너 노래 좋아하냐? 1년 노래부를 것을 노래방 가서 6개월치 실컷 불러라. 그리고 너 6개월은 노래를 부르지 마라.”는 황당한 논리가 되고 말았다는 그의 지적이 슬프다. 심성을 가꾸지 않고 어찌 교육을 완결할 수 있단 말인가. 2009개정교육과정은 종합적인 차원에서 재차 점검되어야 하리라 믿는다.

*1919년 독일의 에밀 몰트(Emil Molt)가 슈타이너(Rudolf Steiner)의 철학에 감명 받아 공장노동자 자녀들을 위한 학교를 설립하면서 공장이름을 따서 발도르프 학교가 되었다. 교과서 없이 수업이 진행되는 개방적 대안학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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