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속에 분배가 아쉬운 이유
성장 속에 분배가 아쉬운 이유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1.05.18 15: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계부채 늘어 이자부담 가중
엥겔계수, 5년 만에 최고치 기록
노동소득분배 정도 크게 악화
분배가 아쉽다. 따라서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주류경제학자들이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말하는 트리클다운(Trickle Down) 효과는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의 빠른 경제회복을 알리는 경제지표들이 최근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한국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1만 달러대로 추락한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해 2만 759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년 만에 2만 달러 대를 회복한 것이다.

발표대로라면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부국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경제성장율 역시 6.2%로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서민들은 이처럼 화려한 경제수치를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 일반 서민의 삶은 과도한 빚과 물가고, 실질 구매력 저하 등으로 살기가 더욱 어려워진 상태다.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살펴보자.

첫째, 과도한 빚도 문제지만 그에 따른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크다.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부채는 937조다. 국민 1인당 약 1870만원의 빚을 안고 살고 있다.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0.25% 인상되면서 서민들의 이자에 대한 부담이 늘어났다. 오죽 했으면 하우스푸어란 말이 생겨났을까!

둘째, 정부의 물가안정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세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최근 매달 약 4% 이상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5% 상승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에스토니아 5.7%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로 8위였으나 1년 만에 6계단이나 뛰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2%나 급등한 것이다.

셋째, 지난해 농수산물을 중심으로 한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저소득층의 지출 중 식료품 부담을 보여주는 엥겔계수가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엥겔계수는 20.5%로 2005년 20.7% 이래 가장 높았다. 분위별 엥겔계수는 하위 20~40%인 2분위 15.8%, 하위 40~60%인 3분위 14.0%, 상위 20~40%인 4분위 12.8%, 상위 20%인 5분위 11.5% 등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낮게 나타났다. 이는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에 대해 느끼는 상대적 빈곤감이 두 배나 높다는 것을 반영한다.

마지막으로 실질 국민소득 증가가 경제성장률을 뒤따르지 못한 채 노동소득분배 정도가 크게 악화됐다는 것이다.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몫의 비중을 뜻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은 59.2%로 전년의 60.9%보다 1.7%포인트 하락했다. 한편 지난해 기업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361조원을 기록했다. 전년(310조원) 보다 16% 증가한 수치다.

반면 봉급쟁이의 주머니 사정을 뜻하는 ‘피사용자보수’는 527조원으로, 전년(493조원)보다 6.9% 증가하는데 그쳤다. 기업의 영업잉여 증가율이 피사용자보수 증가율의 두 배를 상회했다.
이로 인해 저축은 줄고 있다. 지난해 총 저축률은 32.0%로 전년보다 1.8%포인트 상승했지만, 개인순저축률은 3.9%로 전년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정리해보면 서민들의 실질소득은 줄고,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이자 부담은 늘어나고 있다. 고물가로 인해 지출은 늘고, 개인순저축률이 떨어지고 있다. 근로자들에게 돌아가는 소득분배율 역시 하락했다. 이것이 실제 대한민국 서민들의 경제지표다. 대기업의 성장이 개인과 가계의 혜택으로 온전히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데서 빚어지는 악순환이다.

대기업의 성장이 서민들에게 혜택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대기업위주의 성장우선 정책에서 성장과 분배가 동시에 고려되는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분배시스템을 서둘러 재정비해야 한다. 사회통합을 위해서라도 친서민정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