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어번폴리]가시적 효과 위해 도심 문화거점 상징화
[광주 어번폴리]가시적 효과 위해 도심 문화거점 상징화
  • 윤영숙 기자
  • 승인 2011.03.04 16:2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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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번폴리’ 시민 99.99% 모르는 단어 자제해야
승효상 감독 “우리말 바꾸기 하겠다” 밝혀

 

플로리안 베이겔의 김재규 경찰학원 앞.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광주시 가시적 효과 위해 도심 문화거점 상징화

디자인이 갈수록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이다. 기업의 경쟁력은 디자인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요즘 디자인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기아자동차가 지난 몇 년간 매출액을 크게 올리고 있고 경쟁력을 갖게 된 것도 신제품 <모닝> 덕분이다.
2005년에 디자인경영을 강조했던 기아차는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중 하나로 꼽히는 폴크스바겐그룹 출신의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기아라는 이름이 갖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이름을 제품에 반영했다. CI와 브랜드 및 제품 광고에도 ‘DESIGN’을 전면 배치했다. 이제 기아차는 현대차의 ‘2중대’가 아닌 진정한 2인자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디자인시대에 걸맞게 광주가 디자인비엔날레를 열고 있다. 올해 9월 2일부터 10월 23일까지 52일간 광주비엔날레전시관과 광주시내 일원에서 열리는 제4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전시 주제는 “디자인이라 칭하는 것이 다 디자인이 아니다”는 뜻의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 Design is design is not design)>이다.

2011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승효상 감독(공동감독 아이웨이웨이)은 “<도가도비상도>는 누구나 디자인을 외치고 디자인 관련 행사와 이벤트가 넘쳐나는 디자인 과잉의 시대에 디자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우리 삶의 모습을 사유하기 위해 선정했다”고 주제의 의미를 밝혔다.

알데한드로의 금남로 공원


디자인경영이 경쟁력 최우선 시대

21세기 디자인은 단지 보기 좋은 형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고, 디자인을 오브제가 아닌 장소와 사람의 관계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한다는 의미에서 <도가도비상도>라는 주제가 선정된 것이다.
<도가도비상도>는 “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도라고 칭하는 것이 다 도가 아니며, 이름이 있다고 해서 다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라는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서 첫 문구 중 ‘길 도(道)’를 디자인을 뜻하는 ‘그림 도(圖)’로 바꾸었다. 디자인에 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는 의미다.

2011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전시는 △유명(Named) 디자인과 △무명(Unnamed) 디자인 △광주시내 랜드마크적 도시건축 조형물(Urban Folly)을 조성하는 프로젝트 등으로 구성된다.

이번 디자인비엔날레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광주 구 도심 거리에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참여해 장식용 공공 건축물을 짓는 ‘어번폴리(Urban Folly) 프로젝트’이다. 이는 세계적 건축 거장 9명과 국제현상공모에서 당선한 1팀이 옛 광주읍성터 10곳에 건립하는 것이다.

시민의 일상공간인 공공장소에 공공시설물을 설치하는 데 세계적 건축가들을 참여시켜 공공시설물로서 본래의 기능을 하면서, ‘폴리(장식용 건축물)’로서 장식적 역할을 하고,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문화도시로서 품격과 향기를 전하려는 계획이다.
또한, 도심 공동화를 경험하고 있는 구 도심지역에 강력한 문화적 힘을 전달하여 도심재생을 이끌어 내는 것도 이 사업의 목표 중 하나다.

한편 시민 현상공모에서는 광주 옛 읍성터인 광주세무서 사거리에 세워질 건축물 디자인의 주인공도 가려졌다. 정세훈·김세진씨의 ‘열린 장벽’이 최우수상에 선정돼 세계적인 건축가들과 어번폴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영예를 안았다.

광주비엔날레 측은 “(어번폴리는) 옛 전남도청 이전 이후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는 충장로·금남로 등 광주 구 도심에 강력한 문화적 힘을 전달, 도심 재생을 이끌어 내는 매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룡 의 황금동 콜박스


정부, 지자체, 국립국어원 모두 “우리말, 나 몰라라”
‘어번폴리’ 시민 99.99% 모르는 단어 사용 자제해야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광주시내 랜드마크적 도시건축 조형물로서 10개의 어번폴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했다. 건축계에서나 사용되는 ‘어번폴리’는 사실 건축계 종사자들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설명할 수 없는 형편이다.

국립국어원에 이에 적합한 우리말을 찾아달라고 의뢰한 지도 2개월이나 됐지만 역시 묵묵부답이다. 다시 국립국어원에 전화를 했다. 국립국어원측은 우리말로 바꾸는 과정은 많은 사람이 접수를 해야 수정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의 수많은 정책용어 가운데 외래어가 남발되고 있다. 당국도 스스로 국립국어원에 우리말 다듬기를 의뢰하지 않는가 하면 국립국어원도 당국이 요청하지 않으면 ‘방관’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정부 정책을 입안한 공무원부터가 자신도 모르는 외래어에 파묻힌 꼴이 된다.

조선대 건축학부 조용준 교수는
“복합어 개념이기 때문에 설명하려면 말이 길어지는 것처럼 단순하게 줄이기가 힘들다.”면서 “도심 속의 소형 구조물이나 상징물 정도의 의미를 갖는 것이기 때문에 주최측에서 적합한 우리말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전남대 건축학과 천득염 교수도
“ 이번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인 건축가 승효상씨는 지난 75년 서울대 건축학과 출신으로 역시 어번폴리에 대한 마땅한 우리말을 생각하지 않은 채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시민 대다수, 아마도 99.99%가 모르는 용어를 사용한다면 어떻게 시민에게 친숙한 비엔날레가 될 것인가를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승 감독은
“최근 여러 곳에서 항의(?)가 들어와 어번폴리를 ‘문화거점’ 등 몇 가지 안을 놓고 이야기 했다.”면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문화중심도시 광주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우리말로 바꾸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시나 광주비엔날레 측은 하루빨리 이번 행사 프로젝트는 물론 앞으로 이루어지는 여러 계획들에 대해서 가능하면 우리말로 순화하여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제4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특별프로젝트 출품 작가와 작품 계획

- 스페인 출신 건축가 후안 에레로스(Juan Herreros)
장동 사거리에 소쇄원과 한옥의 굴뚝 이미지 등에서 영감을 얻어 자연과의 공존에 중점을 둔 설계를 내놨다. 나무 모양에 조명과 음향·난방 등의 기능을 하며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건축물을 설치한다.

   
- 파주 출판도시 작업을 했던 영국의 플로리안 베이겔(Florian Beigel)
제봉로 김재규 경찰학원 앞 인도에 연단을 만들고 집 모양의 구조물을 얹어 작은 극장형태의 구조물을 만든다. 한국의 전통 석등의 모양과 개념이 녹아들어 5·18기념비와 광주읍성터를 잇는 기억의 공간으로 거듭나게 된다.


- 미국 MIT대학 학장인 나데르 테라니(Nader Terahni)
대한생명 사거리에 와이어와 봉을 이용해 ‘하늘을 향한 정원’을 선보인다. 휴대폰을 충전하거나 조명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형 개방형 공간을 설치한다.

- 요코하마 페리터미널을 설계한 스페인의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Alejandro Zaera Polo)
금남로공원을 인도와 연결해 누구나 공연을 하고 관람하는 참여공간을 만들고 정의와 민주, 격동의 역사를 지는 광주의 역동성을 녹여낼 계획이다.

- 예일대 교수인 피터 아이젠만(Peter Eisenman)
충장로 파출소 앞 지하상가 입구 2곳을 연결해 한국 건축물의 전통 양식을 도입해 한옥의 공간미학을 살린 새로운 양식의 구조물을 선보인다.

- 광주 의재미술관을 설계한 조성용
황금로에 땅과 하늘을 연결하는 의미로 청동 재질의 기둥 4개를 세워 광주읍성의 방향을 나타내고 시민의 휴식공간을 설치할 예정이다. 황금동이 오랜 상업지역으로서, 작은 골목들로 이뤄진 점에 착안해 도심재생을 아주 작은 쉼터로부터 시작한다는 의미다.


-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설계한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
구시청사거리는 상업지구로 유동인구가 많아 전통 누각과 포장마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금색 철망을 차양으로 사용하는 공개된 형태의 구조물을 설치한다. 나무의 느낌을 재현해주는 혼합재료로 황금색을 사용할 것이다.

- 미국의 프란시스코 사닌(Fransiso Sanin)
아시아문화전당 앞에 간단한 계단과 유리벽으로 구성된 소규모 갤러리와 극장을 갖춘 2층 규모의 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장소적 특성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

- 일본의 요시하루 쓰카모토(Yoshiharu Tsukamoto)
대성학원 앞에 잠망경이 장착된 구조물을 설치할 예정이다. 도로변에 있는 담쟁이 넝쿨을 훼손하지 않고 구조물 플랫폼 25m 높이에 잠망경을 설치하여 지상에서도 멀리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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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일 2011-03-08 10:46:28
외국작가3 국내작가7 정도되어야 한다고 본다.작품을 보면 대성학원에 조형물은 큰건물에 가려 별효용성이 없을 것이다.구시청사거리나 콜박스사거리의 조형물도 통행하는데에 엄청 장애가 될것이다.금남공원에 설치하는것은 뭐그리 대단한 작품이다고 금남공원이라는 작품을 변형하면서까지 설치해야 할 가치가 있는지...다른 작품은 자세히 못보았지만 대부분의 작품이 꼭 광주읍성터에 설치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토일 2011-03-08 10:32:17
폴리사업의 문제는 *.다양한 의견을 안들어보고 시행한다는 것이다.*.광주읍성터에 설치하는것이다.광주읍성의 복원이나 부분복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읍성터의 내부의 구획은 여러가지 도심재생사업일환으로 여러가지가 시도 되었다는 것이다.얼마전에 비록 루미네이트가 철수되었지만,*.작가가 거의 외국작가이다는 것이다. 그정도의 예술성을 갖고 있는 국내작가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토일 2011-03-08 10:14:35
도심재생차원에서 시행되는 폴리사업은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단순히 친숙하지않은 단어의 조합이 문제가 아니다.도심이 이리공동화된것은 예술작품이 없어서가 아니라 인구유입이 되지 않은 것에 있다.그리고 도심공동화의 문제는 동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도심 공동화해결책은 근본적으로는 살기좋은 광주, 일자리있는 광주를 만들어가는게 순리에 맞는 해결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