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 강좌] ‘우리소리 우리음악’
[김명곤 강좌] ‘우리소리 우리음악’
  • 윤영숙 기자
  • 승인 2011.02.2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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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선 우리판소리 선호 열광적, 우리는 소외 현실
대학에서 필수과목, 유치원부터 전통음악교육 강화해야
김명곤 /전 문화부당관
그는 천성 소리꾼의 길을 걷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광대처럼 관객과 함께 웃고 울며 우리 민족의 신바람과 한을 드러내놓고 싶은 것일까?
밑바닥 직업에서 장관까지 오르내린 그는 우리 전통소리를 찾아 현대화 하고 세계화를 통해 새로운 한류바람을 타고 싶은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서양의 팝이나 클래식, 오페라 등에는 열광하면서 한국 전통음악은 고리타분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내내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의 음악교육에서 전통예술의 필수화, 창작 판소리와 마당놀이 등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광대에서 장관으로, 장관에서 다시 광대로 돌아온 김명곤 전주세계소리축제위원회 위원장(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25일 광주문화재단의 문화나무 상상강좌에서 ‘우리소리 우리음악’이란 주제로 “우리 전통 예술의 가치는 세계적인데 우리는 그것을 발견하는 눈이 없었다”며 “우리 전통 예술이 돈 되는 고부가가치 콘텐츠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1993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에서 떠돌이 소리꾼 유봉 역을 맡았던 그는 당시 임 감독의 영화 ‘태백산맥’이 정부의 압력으로 중단되면서 대안으로 영화사 측에서 5억원을 대주며 “임 감독이 만들고 싶은 영화나 만들어보라” 했던 것이 한국 영화 사상 첫 100만 관객을 동원을 기록했다고 당시의 숨겨진 비화 등을 털어놓았다.
   
   
김 위원장은 남원군 운봉면 출신의 가왕(歌王) 송흥록(宋興錄) 명창으로부터 전남 구례 출신의 송만갑과 광주 출신의 임방울 등 명창의 계보를 설명해주면서 “18세기 초 숙종, 영조 때 시작한 판소리가 이제 우리 소리의 중심이 되고 있으나 오늘날의 현실은 전통예술을 포함해 학교나 방송 등에서 모두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10여년 전 프랑스 파리음악축제 예술감독이 한국의 판소리 5마당 특별무대를 마련, 판소리 원형을 그대로 무대에 올리겠다”면서 “우리나라조차도 마련하지 않는 이러한 계획들을 보면서 그들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파리음악축제에 몰려든 유럽 사람들이 3시간에서 5시간에 이르는 판소리 공연에 몰입해 울고 웃는 등 호응이 열광적이었다. 우리들이 우리 보물을 싸구려 취급하는 동안 외국인들이 오히려 우리 전통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프랑스 파리음악축제 이후 미국의 링컨썸머페스티벌, 영국의 에딘버러페스티벌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초대공연이 진행됐다. 이러한 미국과 유럽의 열풍 덕분에 2003년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세계무형유산걸작’으로 선정되었다.
당시 파리 예술감독은 김 위원장에게 한국의 판소리꾼을 소개해달라며 3백석 규모의 극장, 외국어로 번역된 판소리 5마당 해설본 등 사전에 준비작업이 철저하게 이루어져 있었다. 여기에 적합한 ‘사람’만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당시에 판소리 해설에도 저작권을 설정해 두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는 불러주기만 하면 고맙다고 가는데, 이게 돈 되는 콘텐츠라고 판단하는 외국인들들의 혜안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판소리 다섯 바탕을 기본으로 한 전통예술의 원형 보존과 함께 현대인의 정서에 맞게 재창작하고 세계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했다. 지난해 전주소리축제 때의 개막작 ‘천년의 사랑여행’은 이 같은 생각들을 반영한 작품이다.
나아가 판소리뿐만 아니라 창극, 민요, 퓨전국악, 국악오페라 등 전통적인 우리 예술이 현대인들과 학생들의 흥미를 끌어 모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서양오페라는 역학에 따른 테너, 바리톤, 소프라노 등이 있지만 판소리는 혼자서 최소 3시간 이상 여러 역할을 다 소화해내는 내공을 갖는 예술이라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서양의 클래식 음악보다 우리의 국악을 더 멀게 느낀다. 외국인들은 가야금 연주와 흥겨운 사물놀이에 열광하는데, 우리는 뮤지컬이나 발레를 더 높은 수준의 것으로 평가한다.
김 위원장은 “이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 전통음악에 대한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영향 때문”이라면서 “어렸을 때 전통음악에 노출되지 않은 까닭에 갈수록 전통음악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제도적으로 학교교육에서 판소리 전통음악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이 진행되어야 하고 대학에서 음악전공자들에게 국악을 필수과목으로 하는 등 우리 자신이 깊이 느끼고 사랑할 때 자연스럽게 전통음악 인구가 확산되고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이 60년대부터 3K(카부키.키모노.카라데) 4S(스시.스모.사무라.사무라이) 전략을 써 일본 문화를 동양을 대표하는 고급 문화로 세계화시킨 것처럼 우리도 6H(한복.한글.한지.한옥.한국음악) 세계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의에서 김 위원장은 “영화 서편제가 히트 치니까 판소리는 서편제만 있는 줄 아는 데 그것이 아니다”면서 ‘서편제’와 ‘동편제’의 차이를 설명했다. 판소리가 전승되면서 전승 계보에 따라 음악적 특성에 차이가 생기게 되었는데, 이를 '제(制)', '소릿제'라 한다.

크게 섬진강을 중심으로 동쪽지역(전라도 동북 지역)의 소리인 동편제(東便制)와 섬진강 서쪽 지역(전라도 서남 지역)의 소리인 서편제(西便制) 그리고 경기도와 충청도 지역에서 불리는 소리인 중고제(中高制)로 구분된다. 이밖에 서편제의 분파로 볼 수 있는 강산제와 호걸제, 석화제, 경드름제 등이 있다.
이중 동편제는 지리적으로 섬진강을 기준으로 동쪽 즉, 남원, 순창, 구례, 곡성 등을 중심으로하며, 송홍록 정춘풍 권삼득 등의 법제를 뼈대로 하여 발전한 유파이다. 동편제는 장단도 길게 빼지 않고 짧게 그리고 분명히 끊어지며 리듬 또한 단조로우며 담백한 맛이 있다. 창법이 웅건하고 담담하며 소리의 끝이 명확한 편이다. 기교를 쓰지 않기 때문에 동편제 소리를 내려면 풍부한 성량을 타고나야 한다.

동편제의 명창으로는 가왕 송흥록을 비롯해 송광록, 박만순, 송우룡, 송만갑, 유성준, 박봉래, 박초월, 김소희, 김정문, 임방울, 정광수, 박봉술 등이 있다.
그리고 서편제는 1976년 《뿌리깊은 나무》에 처음 발표된 이청준의 문학작품이 히트를 치면서 관심을 끌었다. 서편제는 조선 정조, 순조 무렵 8명창 중의 한 사람 박유전(朴裕全)을 이어받은 유파로, 광주, 나주, 보성, 강진, 해남 등지에서 성행하였으며 이 지역들이 섬진강의 서쪽에 자리한다고 하여 서편제라 부르게 된 것이다.
이 소리제의 특징은 유연애절(柔軟哀切), 즉 부드러우면서도 구성지고 애절하며, 소리의 끝이 길게 이어진 이른바 꼬리를 달고 있다. 또한 계면조형의 가락이 많아 활달하고도 우렁찬 동편제(東便制)와 좋은 대조를 이루기도 한다.
서편제의 명창으로는 박유전을 비롯하여 이날치, 김채만, 정창업, 김창환, 정정렬 등이 알려졌으며, 이는 다시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의 예능보유자인 김소희, 김여란 등으로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이렇게 설명하고 동편제와 서편제의 한 대목을 즉석에서 불러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음악은 듣고 따라 하는 만큼 전통음악도 자주 들은 만큼 음악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명곤 위원장은 앞으로 “우리의 음악이 세계 음악과 만나 소통하는 새로운 장(場)이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우리 국악이 세계 음악계와 소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확실한 정책성, 함께 누릴 수 있는 대중성, 지구촌으로 나아가는 세계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983년 영화 ‘바보 선언’으로 데뷔해 ‘서편제’, ‘태백산맥’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던 그는 특히 서편제의 각본을 쓰기도 했다. 극단 아리랑 창단 대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객원 교수, 국립중앙극장 극장장 등을 거쳐 2006년 3월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우리소리 우리음악’, ‘문화의 블루오션을 꿈꾸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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