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층의 악당]이 [달콤 살벌한 연인]보다 못하다. 그러나 ...
[이층의 악당]이 [달콤 살벌한 연인]보다 못하다. 그러나 ...
  • 김영주
  • 승인 2010.11.27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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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연인]을 만난 날, 난 뒤통수를 얻어맞고서 얼떨떨했다. 이게 무슨 영화야? 이 영화이야기를 쓰지 못했다. 한 참 뒤에야, 이 영화가 대단하다는 게 점점 다가왔다. 손재곤 감독의 새 영화를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래서 4년 만에 [이층의 악당]. 이 영화를 만나기 전에 [달콤 살벌한 연인]을 다시 보았다. 그 대단함이 오롯이 다가왔다.
 
<달콤 살벌한 연인 :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41390&videoId=9079&t__nil_main_video=thumbnail

로맨스 영화가 달콤하지만 쌀벌하단다. 그러나 나에겐 전혀 달콤하지 않았고, 쌀벌하다기보단 짭짤 쌉쌀 황당했다. 코믹하지만 어리둥절하다 못해 어처구니없었다. 풍자나 패러디보다는 키치Kitch하다. 황당한 스토리 전개에 전혀 예상할 수 없는 황당한 시츄에이션이 벌어지면서, 황당하게 속악俗惡한 대사가 그 틈새 사이사이에서 불쑥 불쑥 튀어나와 울통불퉁 골 때린다. 그 시츄에이션도 어처구니없지만, 그 대사가 이중삼중으로 얽히며 곰삭은 홍어로 코끝을 톡 쏘는 맛깔이 절묘하다. 그 맛을 형언키 어려우니, 이 영화로 직접 맛보라. 정~말 독특하고 황당하다. *대중재미 B+( 내 재미는 A+ ), *영화기술 B+, *삶의 숙성 : 공화파 D0 · 민주파 A+ · 사회파 B+.

박용우의 연기력이 대단하고, 최강희의 연기도 좋으며, 양아치 계동이가 대단했지만, 백장미 조은지의 또라이 모습이 너무나 골 때렸다. 조은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도 대단했지만, 이 영화에선 그녀에게 ‘하늘이 내린 역할’이다. 황새우 박용우와 양아치 계동이가 연기를 참 잘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조은지의 어리뻥뻥한 싸가지가 최고다. 내 오죽했으면, ‘하늘이 내린 역할’이라고 할까? 우리 영화에 내가 만난 최고의 모습으로, [박하사탕]과 [열혈남아]의 설경구, [친구]의 장동건, [오아시스]의 문소리, [달콤한 인생]의 백사장 황정민을 꼽는다. 여기에 이 영화의 백장미 조은지를 보태겠다.



이 영화는 대단하다는 말만으론 부족하다. 난 이 영화로 주눅 들었다. 영화감독의 길로 가지 못한 미련이 항상 가슴 뒤켠에 앙금져 도사리고 있었는데, 그 미련이 싸악 씻겨 내려갔다.( 그 뒤로 [바르게 살자]의 나희찬 감독 · [거북이가 달린다]의 이연우 감독 · [바람]의 이성한 감독 · [내 깡패 같은 애인]의 김광식 감독이라는 '무서운 아이들'을 만나면서, 더욱 그러했다. 세상이 아무리 개엿 같아도 스러지지 않고 굳건하게 살아남아 성공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 제작비 10억 원을 들인 영화로 무려 250만 관객을 모았단다. 더구나 그가 이제 겨우 초짜 감독이라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 영화로 황당하기는 일반 관객이 더욱 심할 터이니, 그 황당한 맛에 어리둥절해서 300만 관객을 넘어서기는 어려웠겠지만, 이만큼이라도 그 영화를 보아준 관객들을 만났으니, 이 초짜 감독은 참 행복했겠다.



[이층의 악당], 기대가 지나쳤을까? [달콤 살벌한 연인]이 100점이라면, 이 영화는 70점쯤. 그래도 실망한 건 아니다. 스토리 전개가 짜임새 있으면서 긴장감 있고, 대사도 리얼하고 알콩달콩 재미있다. 음악이 새콤달콤하면서 깔끔했다. 한석규와 김혜수의 연기력과 존재감이 대단했다. 김혜수는 세월이 흐를수록 여배우로서 명망이 점점 높고 깊어감에 반하여, 한석규는 95년 [닥터 봉]부터 99년[쉬리]까지 그의 주가가 드높았는데 왠지 00년대 작품에서는 비실비실했다. 매너리즘에 빠진 듯 싶기도 하지만, 좋은 감독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점도 있다. 이 영화로 그 때 그 시절의 명성을 되찾을 수도 있겠다. 그의 지하실 장면은 이 영화의 꽃이다.

<이층의 악당 :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56821&videoId=29364&t__nil_main_video=thumbnail

이 영화가 [달콤 살벌한 연인]에 비해서 이래저래 못하다는 것이지, 다른 영화에 비하면 매우 잘 만든 영화이다. 내 재미는 좀 떨어졌지만, 황당하진 않으니까 대중재미는 더 높아졌다.  대중재미를 높이려고 그리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색깔과 무게중심이 달라지면 얼마든지 그럴 수도 있다.  그러니까 감독의 역량이 떨어진 건 아니다.  그 역량이 그대로 살아 있다해도 항상 최고로 잘 만들 순 없다. 아무리 실력을 갖추고 있어도, [달콤 쌀벌한 연인]처럼 놀랍도록 잘 만든다는 게 무지 어렵다. 이 정도면 만족스럽고, 또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대중재미 A0( 내 재미도 A0 ), *영화기술 A+, *삶의 숙성 : 공화파 C0 · 민주파 A0 · 사회파 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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