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청, 대형마트 ‘독배’ 행정집행
북구청, 대형마트 ‘독배’ 행정집행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10.1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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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도피처 삼아 건축허가…민선대표가 ‘사망선고’
대책위, 교통평가 재실시·건축부지 공원화 등 요구

“당연히 반대다.”

지난 11일 북구청 민원실. 북구상인들이 대형마트 입점 입장을 묻자 송광운 북구청장의 답변은 단호했다. “어느 자치단체장이 영세 상인을 괴롭히고 지역경제를 피폐하게 만드는 대형마트 입점에 찬성하겠냐”는 것이다.

▲ 북구대형마트·SSM입점 저지대책위원회는 11일 오후 북구청 청사광장에서 항의규탄집회를 열어 구청의 전향적인 입장전환을 촉구했다.
그런데도 북구청은 18일 예정대로 샹젤리제코리아(주)에 대형마트 건축허가를 내줄 방침이다.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법’을 도피처로 삼았다. 대형마트가 중소상인과 지역경제에 ‘독이 든 사발’이라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주민대표가 스스로 행정이라는 이름으로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다.

상인들은 크게 반발했다. 그동안 으름장도 놓고 하소연도 해봤지만 모두가 ‘소귀에 경 읽기’였다는 판단 때문이다.

상인대표 박경수씨는 “아무리 대기업이 하는 일이라도 주민들이 숱하게 민원을 제기하면 허가를 내줘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며 “항간에는 북구청이 돈을 먹고 허가를 내준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효진씨도 “다른 자치단체에서는 시장들이 직접 나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대형마트와 SSM 입점을 막고 있는데 유독 광주만 이러냐”며 “구청장과 행정관청이 법 타령만 할뿐 대형마트 입점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송 청장은 “대형마트 입점을 막기 위해 중앙정부에 법 개정을 요구하고 행정소송을 2심까지 진행하면서 10개월 동안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며 “상인들이 구청의 이런 충정과 노력을 경시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부구청장은 여기서 한 술 더 떠 “주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머리라도 깎겠다”며 “건축주를 만나 상인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양보를 요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또 “대책위와 학교 측의 민원이 들어와 건축허가 시기를 18일까지 연장했다”며 “아무런 보완내용이 없는데도 건축허가 처리기간을 1주일 연장한 것은 감사대상”이라고 생색을 냈다. 

상인들은 ‘빈말’은 그만두고 북구청이 교통·환경영향평가 재실시와 재심의, 대형마트 건축부지 공원녹지지구 재지정 및 공시지가 매입 후 공원화 실시 등에 나서라고 핀잔을 줬다.

장귀환 북구대책위원장은 “대형마트 건물이 고려중고 정문 입구로 하루 수천 대의 차량이 들어가도록 설계됐다”며 “교통영향 평가를 제대로 받았는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경수씨는 “현재 건축부지가 원래는 군부대 땅으로 자연녹지였다”며 “지금이라도 행정조치를 통해 공원지구로 다시 묶은 뒤 공시지가로 사들여 공원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아무리 법과 제도가 그렇더라도 사업주에게 교통영향평가를 맡긴 것은 도둑놈에게 보따리를 맡기고 강도에게 칼을 쥐어준 격”이라며 “북구청과 인근 학교, 대책위가 참여해 교통영향평가를 실시한 후 사업주 안과 비교해보자”고 제안했다.

김효진씨도 “행정소송이 끝났지만 고려중고 문제가 새롭게 불거져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등 피해당사자들이 반발하고 있다”며 “허가요건을 갖췄다고만 말하지 말고 허가를 불허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광주북구청이 공무원을 동원해 북구대형마트·SSM 입점저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의 천막을 강제철거했다.
이에 대해 부구청장은 “심의 회의록, 교통·환경영향평가 자료 등을 공개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하겠다”며 “심의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이 학교문제를 언급해 전혀 논의되지 않은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건축심의 당시 학교 측의 이의신청이 없어 심의를 하지 않았다는 북구청의 당초 입장이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구청이 일부 심의위원들의 문제제기를 묵살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당장 상인대표들이 발끈했다.

박경수씨는 “민주당 소속 구의원들이 심의에 참여했다”며 “심의내역을 조목조목 따져 심의했던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북구청은 공원지구 재지정과 부지매입을 통한 공원화 요구에도 이내 속내를 드러냈다. 도시계획법상 공원지구로 다시 묶는 것이 쉽지 않은데다 구에서 건축 부지를 매입하는 것도 힘들고 사업자도 판매의지가 없다고 일축하고 나선 것.

담당공무원은 “사업자를 만나 건축허가 반대 입장과 공원화를 위한 사업포기를 제안했더니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고 거부했다”고 밝혔다.  

상인대표들은 “구청이 노력을 했다지만 아무런 결과도 없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며 “법을 떠나 구청장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문제”라고 화살을 돌렸다.

장귀환 위원장은 “대기업과 건축주가 지역사회와 행정기관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며 “정 부지매입이 어렵다면 강운태 시장과 지역 국회의원을 만나 예산편성에 도움을 달라고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김용재 중소상인살리기 광주네트워크 집행위원장도 “이상동씨가 대책위를 만나려 했는데 거부당했다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북구청이 제3자 입장에서 중소상인 편으로 돌아섰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고려중고 교직원과 학부모들이 구청을 방문해 학습권과 공해문제 등을 제기했다”며 “북구청이 건축허가를 반대한다는 분명한 의사를 밝혀야 국면이 전환될 수 있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북구청은 “사업주에게 여과 없이 의견을 전달하겠지만 현 상황에서 건축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고 매몰차게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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