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겠다”
“아줌마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겠다”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9.16 2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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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IS분회, 2년7개월 단협 공회전…지난달 23일 파업
사측 95차례 교섭불구 시간끌기·버티기·말 바꾸기 일관

▲ 대우IS분회 조합원들이 지난 15일 '파업투쟁 승리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주)대우IS 노사가 2년7개월 동안 ‘단체협약’의 미로(迷路)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측의 고의적인 ‘교섭태업’의 결과다. 이 때문에 교섭주체와 조합 활동 보장, 고용안정 보장 등 핵심요구를 둘러싼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대우IS 노사는 2008년 2월29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난 15일까지 무려 95차례나 단체교섭을 벌였지만 그때마다 불신의 골만 키웠다. 여간해서 노동조합을 인정하려하지 않는 사측의 전근대적 노사관이 부른 파행의 전주곡이다. 사측은 95차례의 교섭이 진행되는 동안 시간끌기와 버티기, 말 바꾸기의 달인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노사는 상견례 당시 성실과 신의의 원칙에 입각해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약속했지만 사측의 도발로 물거품이 됐다. 사측이 노사협의회를 앞세워 2008년 임금을 일방결정 하는 등 노조의 뒤통수를 친 것이 화근이었다. 

그뿐 아니다. 사측은 교섭과정에서 노조를 무시하는 언동을 수시로 일삼고 노사가 의견접근을 이룬 사안에 대해서도 뒤집기와 말 바꾸기를 밥 먹듯이 했다. 조합원 수가 적다는 것을 빌미 삼은 것이다.

심지어는 노조의 내부문건을 들여다보고 이에 항의하는 조합의 대표교섭위원을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 때문에 노조 결성초기 가입대상 72명 중 68명에 이르던 조합원 숫자가 현재 21명까지 줄어든 상태다.

노조도 2008년부터 수차례 결의대회와 부분파업 등을 진행했지만 사측의 버티기 앞에선 전혀 약발이 먹혀들지 않았다. 급기야 광주지역 금속지회 대우IS분회는 지난달 23일 파업에 들어갔다. 하루 1~2시간 파업에서 4시간 이상으로 파업의 수위를 높이고 있고 같은 달 26일부터는 천막농성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불법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 불법행위로 맞불을 놨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3조 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금속노조 박우기 위원장과 엄희영 대우IS 분회장은 지난 14일 광주지방노동청에 진정서를 접수한 상태다.

사측이 기능직과 사무직을 중심으로 ‘파업 대체조’를 생산 공정에 투입하고 있어 미숙련에 따른 불량률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 결의대회가 끝나고 참석한 노동자들이 연대의 뜻으로 나뭇가지에 단협승리 기원리본을 매달고 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실제로 이전보다 많은 불량률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중 하나라도 결함이 있는 제품이 여과 없이 납품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사측이 지난 2일 ‘노사협의회’를 열어 근로자 위원들과 파업대책을 논의한 것이다.

금속노조 광전지부는 “노조가 회사이전과 고용보장 등 전체 사원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로 투쟁하고 있는데도 근로자 위원들이 박수를 보내지는 못할망정 파업대책을 논의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금속노조 광전지부는 지난 15일 오후 하남공단 대우IS 공장 앞에서 ‘파업투쟁승리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갖고 단체협약 쟁취와 민주노조 사수, 불법 대체인력 투입 규탄, 공장이전 음모 분쇄 등의 의지를 다졌다.

전주연 광주시의원은 “단체교섭이 94회를 넘어가고 있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사측이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대우IS 공장의 이전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엄희영 분회장도 “다음 주가 한가위라 실낱이나마 사측의 변화된 모습을 희망했지만 94차 교섭에서도 시간끌기와 버티기, 꼬투리 잡기로 일관했다”며 “사측이 단체협약을 맺으려는 고민은 안하고 조합을 무력화 시키려는 고민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아직까지 천막농성과 파업투쟁은 한 번도 않고 회사일과 가사 일만 해왔지만 이제부터 아줌마의 진짜 무서운 힘을 보여주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대우IS 한 분회원도 “10~20년 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후 입사한 조합원들이 지금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파업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며 “사측이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하고 3년 가까이 노조말살을 획책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주)대우IS는 2007년 10월11일 (주)대우일렉트로닉스가 전자사업부에 대한 부분매각을 공시하자 국민연금관리공단(60%)과 산업은행(15%), 군인공제회(15%), 네오플럭스(10%) 등이 컨소시엄에 참여해 인수한 신규법인이다. 2009년 휴맥스에서 50억 원을 투자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사측은 내달 11일 분리매각 당시 노동조합과 대우일렉트로닉스 대우IS가 체결한 양수도 계약서에서 보장한 내부약정기간 3년이 도래하는 시점에 휴맥스 용인공장 주변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어 반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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