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교육 향해 ‘거침없는 하이 킥’
광주교육 향해 ‘거침없는 하이 킥’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9.0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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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학교운영위원, 교육정책제언·비판 봇물

“대부분 학교도서관이 꼭대기 층이거나 3~4층이어서 학생들의 접근이 힘들다.”
“초등학교 놀이기구가 30~4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대로다.”
“교복을 입학 첫날부터 입게 하는 것은 뭔가 구린내가 난다.”
“교육정책 변화로 논술이 사실상 본고사가 됐다. 사교육 없는 논술방안 있나.”
“아이들에게 소원을 말해보라고 하면 ‘학교를 불 지르고 싶다’고 한다.” 

▲ 장휘국 교육감 당선자는 지난 2일 금호평생교육관 3층 강당에서 교육주체의 한 축인 학부모와 ‘행복한 학교 만들기’를 주제로 두 시간 남짓한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사진제공=장휘국 교육감 당선자 인수위원회>
학교운영위원들과 학부모들이 광주교육에 대해 ‘거침없는 하이 킥’을 날렸다. 지난 2일 장휘국 교육감 당선자가 마련한 시민과의 대화 세 번째 자리에서다. 장 당선자는 이날 금호평생교육관 3층 강당에서 교육주체의 한 축인 학부모와 ‘행복한 학교 만들기’를 주제로 두 시간 남짓한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장 당선자는 인사말을 통해 “주변에서 교육감에 당선된 것을 두고 ‘이변’ 또는 ‘뜻밖의 결과’라고 하지만 광주교육을 바꾸고 고치자는 간절한 바람과 요구가 교육감 선거에서 표로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과거의 관행과 폐해를 과감히 극복하고 진정한 교육을 실천하겠다”며 “친환경 무상급식과 단계적 무상교육, 혁신학교 추진, 교육비리 척결 등 3대 핵심공약을 반드시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또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 소망이고 목표”라며 “무한경쟁과 줄 세우기 교육보다 적성과 특기를 살릴 수 있는 학생들의 희망과 선택이 존중되는 교육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당선자의 인사말에 이어 학부모 발언이 시작되자 각종 정책제언들과 대안들이 봇물을 이뤘다.

“학급당 인원 수 OECD 수준 감축…혁신학교 증대”

첫 번째 제안에 나선 학부모 A씨는 “혁신학교를 만들어 학급당 인원수를 OECD 수준인 25명 선으로 유지한다고 해서 매우 좋았다”며 “몇 개의 혁신학교 모델만 만들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므로 먼저 전체학교에서 학급당 인원수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학부모 B씨는 “대부분 학교에서 도서관이 꼭대기 층이나 3~4층에 자리하고 있어 학생들이 접근하기 힘들다”며 “학교에서 예산부족을 하소연하는 만큼 도서관 실태조사를 통해 재정문제를 해결하라”고 주문했다.

장 당선자는 “도서관을 새롭게 리모델링하거나 신설할 때 접근성을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학부모 C씨는 “방과 후 학습이나 보충·자율학습에서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할 경우 학교 밖에서 이들을 수용할 공간과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며 “자치단체와 연계 프로그램 마련”을 요구했다.

학교폭력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최근 학교 내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으로 공포에 떨었다는 초등학교 운영위원장 D씨는 “CCTV 한 대를 설치하기 위해 구청과 교육청을 수도 없이 드나들었다”며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학교폭력과 성폭행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급식납품업체가 부적격 업체로 판명돼도 학교관계자가 이번에 한 번 봐주고 다음에 다른 업체를 선정하자고 인간적으로 호소해 와 애로점이 많다”고 털어놨다.

학교운영위원장 E씨는  부적격 교사 퇴출과 전교조 출신 교육감의 인사편향 가능성, 초등학교 교사의 성비불균형 등에 대한 개선대책을 따져 물었다.

시대착오적 학교 놀이시설과 학습 환경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셌다.

학교운영위원 F씨는 “초등학교 놀이기구들이 30~4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똑같은데 놀이기구를 연구하는 연구원은 한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교실의 벽과 천정에 페인트 대신 벽지를 바르고 교실바닥에 장판을 깔아 집과 같은 안락한 학습 환경을 조성하고 학교건물 생김새도 마치 교도소와 같은 사각형 일색에서 탈피해 다양한 외양의 디자인으로 학생들의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해 큰 호응을 받았다.  

반면, 학부모 G씨는 “수준 높은 진학지도를 위해 기회균등보다 잘하는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해 주위의 핀잔을 받았다.

장 당선자도 “특별히 잘하는 아이들만을 위한 방안은 따로 없다”며 “지금의 체제가 잘하는 아이들에게 맞춰져 있는 만큼 뒤처진 아이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운영위원 H씨는 현행 학교운영위 내실화를 위해 교육공무원 배제와 권한강화, 모임정례화 등을 주문했다.

그는 “학운위에 예결산 위원회가 있지만 연말결산 때 영수증 등 일체 서류를 보여주지 않는다”며 “학운위 모임을 월·분기별로 정례화하고 자체감사 기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명박 정부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학부모회 해산도 촉구했다.
그는 “학교운영위와 학부모회가 따로 있을 필요가 없다”며 “과거 음성적 관행을 양성화하는데 들러리 역할을 하고 있는 학부모회를 해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학교장이 입학 날부터 교복을 무조건 입게 하는 것에 구린내가 난다”며 “교복 값 거품을 빼기 위해 교복 착용을 학교장 재량이 아닌 교육청 관리에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교육 없는 논술교육·창의적 진로교육 방안 있나”

또 다른 운영위원 I씨는 “그동안 광주가 기존 데이터를 공학적으로 활용해 수능 1등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올해 입시제도가 크게 바뀌어 일선학교의 진학지도에 비상이 걸렸다”며 “특히 논술이 사실상 본고사가 됐는데 사교육 없는 논술교육 방안이 있냐”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획일화된 진학교육은 문제가 있다”며 “점수에 맞춰 대학과 학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진로교육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운영위원 J씨는 “중학교 수준별 수업이 장단점이 있지만 크게 효과적이지 않다”며 “정부는 확대할 방침인데 광주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또 “학교장 재량으로 수업일수를 20% 부여할 수 있게 돼 그나마 국영수 위주의 수업이 더욱 강화될 우려가 있다”며 “학교장의 재량범위는 어디까지고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느냐”고 대책을 호소했다.

운영위원 K씨는 “아이들에게 소원을 물으면 ‘학교를 불 지르고 싶다’고 한다”며 “초등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잘돼야 중고등학교에서 협동학습도 되고 우열반에 대한 심리적 극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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